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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May 26. 2023

사우스아프리카 싱글데이 에피소드

가끔은 형식을 바꿔 쓰기



Episode One.


어. 어. 어. 어!!!


아이들 하교 후 차에 태워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려던 참이었다.

우리 차는 좌회전 차선에서 좌회전하려는 찰나였고, (남아공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반대편 대각선에서 우회로 유턴을 하면서 사고 날 뻔 한 일촉 즉발의 상황이었다.

분명, 1분만 더 지났어도 차는 부딪혔을 거다.


다행히  어. 어. 어. 어!!! 의 소리에 반응한 남편은 브레이크를 밟았고, 상대편 운전자는 한 손을 쟁반모양을 만들어 어깨 위로 으쓱거린 뒤 저만치 가버렸다.


헐, 어이없네. 지금 봤어? 사고 날 뻔했어!
저 새끼 뭐야!! 저거 봤어? 손동작! 지가 잘 못해놓고!!!
우리가 잘 못 한 거야?"


거친 말이 자동발사됐다.

저 사람도 노란 신호 받고 우회한 거지,
근데 지금 타이밍이 저 사람이 잘 못 왔어.
지금 오면 안 됐어 우리 가는 거 봤으면, 보고 나서 왔어야지.



나와 남편은 사거리를 빠져나와 다음 블록을 이동할 때까지 가자미 눈을 뜨고  운전자를 노려보면서 계속 구시렁거렸다. 옆 차선에서 가까이 오지도 못하는 운전자를,

무척이나 놀랐고 간발의 차로 비껴갔기에 심장이 벌렁 거리는 중이었다. 남아공은 사고가 많이 난다. 사람 중심이 아닌 차 중심의 도로, 면허 없이 운전하는 봉고택시운전자, 성격이 개떡 같아 지가 잘 못 해놓고도 외국인이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는 말이 있듯 싸움이 안 나려면 조금 억울해고 피해 가는 게 상책이다.

뒷 좌석에서는 삼 남매도 썰전을 벌였다.


8세 요엘, "와, 진짜. 깜놀! 아빠 운전 실력이 좋아서 그렇지! 아빠 잘했어!"

12세 별, "그게 아니라 하나님이 지켜주신 거야."

8세 요엘, "그렇기도 하지! 하나님이 지켜주신 거지! 그래도 아빠가 운전 잘했잖아."

12세 별, " 하나님이 운전시력을 좋게 해 주신 거도 있고, 아빠가 잘한 거도 있지."


대화가 오가는 사이 다엘이는 말이 없다. 이유인즉, 학교 숙제를 안 해가서 선생님에게 벌점을 받고 시무룩한 상태였기에 사고 날 뻔한 상황을 보지 못한 거다. 고개를 돌려 다른 창 밖을 보고 있었으니,

뭐든 알면 무섭고, 모르면 안 무서운 거처럼 다엘이는 그 순간이 자기 별 관계가 없어 보였다. 




Episode Two.


발목 부상이 있어 시원찮은 남편이 며칠 신발 타령이다. 산에 하이킹 갈 때도 늘 미끄러운 운동화를 신어 마음이 불편했다. 3월 생일에 선물도 못 사주고 지나간 게 아쉬워서 얼른 신발 하나 사자고 했다. 사실, 신발을 보러 다닌 게 약 3개월이 넘는다. 그동안 구경만 하고 사지는 못하고 돌아온 게 수 십 번이다. 결국 다시 같은 매장을 3곳 정도 돌아보며 이 신발 저 신발 신어 본다. 그렇게 1시간가량 구경을 하고 최종선택한 신발은 사이즈가 없었다. 약간은 김 빠진 채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평소에 무서워 가까이 가지도 못했던 군용품을 파는 집을 지났다.

남아공은 총기사고, 금품 도난 사고가 자주 난다. 쇼핑몰에 도둑이 침입하기도 하고 실제도 총성이 오고 가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가끔 가는 쇼핑몰 주차장 출구에서 총을 들고 출구를 빠져나오는 차량운전자와 조수석에 탄 사람에게 지갑, 휴대폰을 갈취해 가는 영상을 봤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소식에는 어깨가 경직된다. 그 탓에 최근 비비탄, 실탄, 장총, 단총, 날카로운 정글도, 국방무늬가 있는 옷, 신발을 파는 가게가 곳곳에 생겼다. 무서워서 근처 지나갈 때는 얼른 지나간다.

아무튼, 이 날은 지나가다가 유리 안에 마네킹이 신은 신발이 꽤나 괜찮아 보였던 모양인지, 들어가서 신어본다고 했다. 지금까지 봤던 신발에 비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착용감도 괜찮다고 했다.


가격을 묻자 여직원은 1000 란드라고 했고, 남자 직원은 1100 란드라고 했다. 이전에도 시장조사를 몇 번 해봤던 터라 고만고만한 가격이라고 생각했고 워커를 구입했다. 남편이 워커를 신어 보는 내내 나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진짜 살 거야? 정말 살 거야? 후회 안 하겠어? 괜찮은 거 같아? 진짜로? 진짜지?"


신발 하나를 사기 위해 3개월을 고민했다면 분명 이 신발을 사고 나서 후회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신발은 1000 란드에 구입했고, 집에 와서 착용해 본 후 가격대비 만족스럽다며 한쪽에 신발을 가지런히 두었다. 방으로 와서 인터넷에서 얼마나 하는지 서치 했다.


헉! 뭐야 인터넷에서 850 란드인데?

그래서, 내가 아까 물어봤지! 진짜 후회 안 하겠냐고!

아니, 그래도 딜리버리비도 받은 거 같은데?
딜리버리 가격이 200이야.
인터넷 찾아보고 살걸.


나는 중간마진 뭐 그런 거냐고 물으니, 자체 사이트에서 파는 가격이라고 했다. 정보 부족이고 사전 조사 실패다. 무슨 신발 하나사면서 그런 사전조사하나 싶을지 모르겠지만 소소하게 아끼면 다른 걸 더 할 수 있다. 남편은 뭐 괜찮다고 하더니, 다음 날 일단 한번 물어는 봐야겠다며 가게를 찾아갔다.

바로 오늘 낮에,


상점에 들어가 어제 판매한 직원을 만나서 뭐라고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밖에서 아이들과 약 10분을 기다렸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는 남편이 말했다.


"맞네. 얘네 돈 더 받았어. 자기가 전화하려고 했대 나한테? 근데 전화가 안 걸렸다나? 뻥이지 뭐. 그래서 그냥 주의만 주듯 말하고 나왔어."


맞다. 우리가 외국인이라 비싸게 불렀고,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한 거다. 주의를 준들 그 사람이 또 안 그럴까? 또 그럴 거다. 외국인이어서도 있지만, 이 나라 사람들에게도 같은 거짓말을 할지 모르지 않는가,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남의 나라에서 사니까 어처구니없는 손해도 손해인지 모르고 당하는 때가 종종 있다. 심지어 프로모션이라고 적혀있는 물품도 가끔 가격이 아니라며 잘 못됐다고 제 값을 주고 사라는 황당한 일도 있다. 어디 남아공만 그럴까, 아깝지만 이해해 보기로 한다. 상 도덕은 없지만,


남편과 산에 하이킹을 갔다. 어제 산 그 신발을 신고,

운전석에서 내려 땅을 몇 발자국 걷더니 하는 남편 말이 가관이었다.


"아, 발이 안 편한데?'


나오는 건 한숨뿐. 역시 가자미 눈을 뜨고 남편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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