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진정 깡패인가? (1)

문과라서 지송혀유...

by 하이경

과학적 성과란 근본적 원리의 발견에 있는데, 이는 즉, 논문의 성격을 지닌다. 표본조사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세기 동안 학계와 연구소에서 발표된 논문중 70% 이상은 근거의 증빙에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거나, 그럴듯한 정형의 틀을 갖춰 재생산된 (Ctrl+C & Ctrl+V) 아름다운 쓰레기의 가능성을 지니기도 한다. 툭하면 불거지는 표절시비 또한 항간에 익히 알려진 다소 불편한 진실이지만, 다른 차원에서 해석하자면 학문의 연구는, 진리를 추구할 뿐 전부 옳거나 바른 것만은 아니다. 불과 300여 년 전만 해도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이 진리였음을 반추해보면, 과학적 진리란 변증법적 논리로 새롭게 증명되어 파격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술적 성과는 재현성(再現性)에 있다. 연구와 달리 발견보다는 실질적 현상의 구현에 무게를 둔다. 이는 발명이라는 특허의 성격을 지니는데, 이 또한 논문보다 더 재미없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생태계의 자연환경을 제외하고, 모든 인공적인 것들은 그러니까, 지금 당신의 눈에 보이는 모든 하드웨어와 짐작 가능한 소프트웨어는 그 형태를 불문하고 거의 99% 이상이 이미 특허로 등록된 상품이거나, 특허로서 권리기간이 만료된 제품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존하는 특허의 98% 이상은, 그냥 특허등록 명부에서 쿨쿨 잠만 자고 있는, 소위 불용특허라는 점이다. 따져보면 얼마나 많은 특허가 있는지를 짐작해 볼수 있는 대목이다. 지구상에 등록된 특허가 엄청나게 많아서 이미 포화상태에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특허는 매일 한겨울의 눈발처럼 하염없이 쏟아진다. (그래서 특허를 취급하여 대행하는 변리사들은 걱정이 없다? 이것 또한 순전히 오해일 수 있다.)

과학과 기술은 정신과 육체만큼 그 본질이 다르지만, 이들을 따로 떼서 분리하게 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바보가 된다. 육체를 상실한 정신을 나는 본 적이 없고, 정신을 상실한 육체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므로, 말하자면 이들은 서로 의존관계이면서도 상보성의 원리에 의한 탄탄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원리는 과학자가 탐구하여 기본적인 원리를 발견하며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만, 이들은 이것을 상용화 시키거나 제품을 만들어 낼 수가 없으므로, 원리에 근거한 기본설계의 단초를 제공하고, 내부의 부품인 CPU, 메모리, HDD 등등은 수단계의 착오법과 복잡한 공정의 상세설계로 마무리하여, 기술자들이 구현한 멋들어진 작품이자 또한 이들의 고유영역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부품들이 어떤 메커니즘을 지녔고, 무슨 원리로 무리없이 작동을 하는지 세세히 알 수도 없거니와 굳이 그것을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서로 영역의 한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자는 기술자들이 만들어낸 컴퓨터를 활용하여 아직은 밝혀지지 아니한 또 다른 혁신적이고 근본적 원리의 영역을 재탐구하기도 한다. 그러니 과학과 기술은 닭이 먼저이냐 알이 먼저이냐를 따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판단하면 그만이다.

불멸의 DNA 나선 모델-이 외에도 수많은 모델들이 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과학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여, 과거 20세기 100년 동안의 기술을 몽땅 합친 수준의 성과를 불과 몇 년 만에 구현할 수 있는 경악할 만한 수준까지 왔다. 이제는 인간이 기계를 만들지 않고, 기계가 기계를 복제하여 스스로 만들어내는 무시무시한 시대까지 도래 하였다는 점이다.

현미경으로 관찰이 가능한 세포의 핵은 그 크기가 나노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미 나노 수준의 크기에 맞먹는 생체용 로봇이 생산되는 요즈음이다 보니, 혹여 세포핵 내부에 존재하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3차원 나선 구조까지 과학기술자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다면, 복제 구조체나(RNA) 전사구조체 따위의 단계는 식은 죽먹기가 될것이며, 그들은 이미 인간의 차원을 벗어나 제2의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 낼 것이고, 바야흐로 신의 영역으로 입성하게 될 것이다. (문득, 섬뜩하고 공포스럽지만 각국에서 제정한 생명윤리의 문제와 과학기술의 연구윤리 문제는 법리상 전혀 다른 차원에 속한다. 아무튼 과학기술의 엄청난 성과 만세!)

인공지능의(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여, 지구상에 존재하는 80% 이상의 로봇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시점에 다다르게 된다면, 독일의 철학자 칼막스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던 세계관과 흡사한 노동자와 농민들의 유토피아적 상황이 되겠지만, 그의 저서 '자본론'에 등장하는 ‘계급투쟁설’ 이나 ‘노동가치설’ 따위들은 퇴색하여 화석화된 이론으로만 남을 것이고, 칼막스를 고민에 빠지게 하여 '자본론'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부여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과 여기에 등장하는 '보이지 않는 손' 따위의 경제이론 역시, 한시대를 주름잡았던 불후의 전설로만 기억하게 될 것이다.

AI 가 지배하는 시대에서 더욱 진화된 과학기술은 기존의 질서와 도그마를 거부하고, 깡패 수준으로 전락하여 인류의 모든 것을 쥐락펴락 흔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 멀지 아니한 그때가 되면, 이른바 ‘직업’이란 것도 순수한 생계의 목적을 떠나, 자신의 명예와 자기 가치만을 위한 표현의 수단이자, 그저 취미 활동으로만 남게 될 것이 뻔하다.

표지의 깡패 일러스트는 Seung Eun Kim (@kse332) Instagram 을 참조하였음.


신이 인간을 창조 하였다면, 전지전능한 그 신은 누가 창조 하였을까? 이는 궁금증이며 결코 신성모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