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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경 Nov 10. 2023

최후의 진리는 허수로 수렴한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진리를 찾아 평생을 유랑하던 구루(승려)가 난제를 만났다. 그건 시작과 끝에 관한 명제였는데, 변증법을 대입한 해법으로도 어림없을 뿐만 아니라 실존주의자들이 울부짖는 부조리 이론으로도 풀리지 아니한 원초 난제는 별것이 아니고 아래와 같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이 문제는 서양의 기독교적 이원론을 심화시켜 정신과 육체를 별도로 구분하는 르네 데카르트의 철학적 사상에서 발원한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직진성을 고집해온 구루의 사상에 기인한다. 그러던 그가 인도차이나 반도를 여행하던 도중 우연한 기회에 데카르트의 이원론과 완전히 반대편에 서있는 힌두교의 생성, 유지, 소멸에 관한 회륜의 사상접하고부터는 참을  없는 괴리감에 시달린다. 동양에서는 정신을 인수분해하여 영과 혼으로 분리하여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혼...

  당초, 그가 고뇌하던 그의 사고실험은 완벽하고, 무결하며, 무모순의 현상학적 추론 가능하다고 믿었던 결정이었건만,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균열 되어감을 실감하고 있었다. 사고실험에 실패한 구루의 사상은 다음과 같다.


 "내가 어디에서 왔건 필연이 아니, 본시 나의 자유의는 더욱 아니다. 내가 무엇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무엇으로 죽어 간다는 뜻이다. 살아있음이 죽어감과 동일한 일차원의 직선상에 있으니, 종당에 하루씩 죽어가며 하루씩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 것이 죽는 거고 죽는 것이 산 것인가? 죽어야 살고, 살아야 죽는다? 이런 개짓는 소리와 진배없는  말놀이어디에 있나? 내가 찾아낸 유일한 자유의지인 자살이라는 정체는 결국 허망의 다른 이름이라는 말인가?"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그의 사고실험으로 끄집어낸 명제는 자명커 그것을 확인하려는 순간, 마치 퀀텀(입자)의 궤적처럼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라는 명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만 붕괴되고야 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향한다고 믿었던 구루의 사상은 여지없이 으깨졌다. 시간과 공간은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물리학적 사실을 간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그는 평생동안 강호를 유랑하며 만났던 모든 현자들의 사변(思辨)을 추슬러 정리하고 살펴보니, 이건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현자들 중에는 모든 생물의 생애란 유전자정보의 시간적 전개과정에 불과하다며 목아지에 핏대를 세우던도 있었고, 자아? 아하~ 자살..! 그런 헛소리는 옥아리 (작은 항아리의 전라도 방언)로 강아지 두들겨 패는 소리와 다를바 없다며, 고도의 작두질 내공을 구사하던 현자도 있었다. 각설하고, 그의 기록들을 개략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현자 1. 흙에서 와 꿈을꾸고 다시 흙으로 간다.(기독교 환자로 판단하면 무리가 없다)

현자 2. 미토콘드리아에서 단백질살다 퀀텀으 발산한다.(양자생물학 전공자가 확실하다)

현자 3. 무에서 와 유에 머물다 무로 되돌아간다.(노자철학을 전공했거나 불가의 승려가 맞다)

현자 4. 오줌과 똥사이에서 와 장터간다..(분자생물학자 이거나 산부인과 의사가 맞다)

현자 5. 어둠에서 와 빛에 머물다 어둠으로 간다.(우주비행사 이거나 콩나물 공장의 공장장이다)

현자 6. 먼지로 와 덩어리로 있다 빛으로 흡수된다.(무기재료공학자 이거나 이론물리학자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구루가 진리를 찾으러 광야로 떠나기 전, 그가 소년시절에는 저 동방의 쪼끄만 반도의 반토막 어디쯤에 동아 거시기라는 라디오 방송국이 있었다. 1964년에 개국을 하였으니 구루가 십 대의 소년시절이었음이 틀림없다. 당시에는 수도권에서 상당히 유명한 라디오 방송국이었지만, 1980년 당시 애국자를 자처하던 파렴치한 군인 전두환을 필두로 쿠데타 집권세력이 제2공화국을 12.12 쿠데타로 장악하며, 소위 방송 통폐합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으로 느닷없이 사라진 비운의 라디오 방송국이다.

  당시 구루는 라디오 본체보다 더 웅장한 몸집의 건전지를 차고 있던 개인보물 1호(사진참조)를 매우 사랑하여 노냥 이것을 차고 다녔으며, 특히 자정에 시작하는 '0시의 다이얼'이라는 음악방송 프로그램에 심취해 있었다.

진리를 찾지 못하고 아직도 방황하는 구루의 라디오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진리를 찾겠다며 구루가 강호에 가출한 동기는 바로 이 프로그램의 전주곡인 '서기 2525(In The Year 2525)'이었는데, 이 노래는 충격적이게도 앞으로 닥쳐올 황당한 미래를 예언한 서글픈 노래였다.

  지금으로 부터 60여년 이전에 발표된 이 노래는 미국의 록커이자 듀오인 제이거와 에반스(Zager and Evans)가 불러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으나, 놀랍게도 이 노래가사 때문에 동방의 쪼끄만 동네에서 곱게 자라던 한 소년의 심장을 움켜쥐고 흔들었으니... 불쌍한 구루의 청춘을 기리며 아래에 그 노래가사를 소개하도록 한다.

2525년에 남자나 여자가 아직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들은 서로를 찾을지도 모르고, 3535년에는 진실도, 거짓도 말할 필요가 없을것이다... <중략> 이제 만년이 지났고, 인간의 시대는 끝났다. 이건 아마 어제의 별 빛 일지도 모를 일이다.

  혹여, 구루가 동아방송 '0시의 다이얼' 전주곡이 그저 듣기에 아름답다고 느낀나머지, 그것으로 만족하여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개 풀뜯어 먹는 허튼 진리를 찾아 광야로 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구루의 심장을 움켜쥐고 흔들었던 전주곡(원곡은 아래에 있되, 이곡은 프랑크 푸르셀이 편곡하여 공전의 히트를 친 경음악 연주곡임.) --> 여기를 클릭하면 재생

* 가엾은 구루의 일생을 망친 바로 그 웬수같은 노래(In The Year 2525) --> 여기를 클릭하면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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