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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 랩소디(Rhapsody)

by 하이경

인생은 미완의 광시곡이라는 재미없는 철학적 소견도 있다. 광시곡(狂詩曲)을 직역하자면 '미쳐 날뛰며 부르는 노래'라거나 '미친놈 생각으로 부르는 노래' 쯤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음악적 장르로는 즉흥성을 중시한 악곡 형식으로, 서사적, 환상적, 관능적 이면서도 내용과 형식이 틀에 박히지 아니한 자유로운 기악곡을 칭한다. 광시곡을 랩소디 (rhapsody)라고도 하는데, 요즈음 국내의 유행가나 또는 힙합(hip-hop)에서 비트와 율조를 따라가다 느닷없이 율조는 멈추고 비트는 살려둔 체 미친놈처럼 지맘대로 뭐라고 씨부려대는 소위 '랩(Rhap)'도 광시곡인 랩소디의 줄임말이다.

지금에 와서야 불후의 명곡으로 대접을 받고 있는 그룹 "퀸(Qeen)"의 "보헤미언 랩소디 (Bohemian rhapsody)"가 있었는데, 이 곡이 발표된 당시의 시점에서 해석을 하자면 율조의 파격이야 말할 나위가 없고, 심지어 가사마저 '미친놈 헛소리' 쯤으로 형편없이 여겨졌던 기억이 있다. 알고 있다시피 이 노래는 도입부에서부터 무반주 육성인 아카펠라로 "이게 사실 인생이냐? 환상이냐..?" 어쩌고 하는 시답잖은 푸념으로 시작해서, 곡의 중간에서 스리슬쩍 발라드풍으로 바뀌는가 하면, 후반부 클라이맥스 즈음에서는 생뚱맞게 오페라형식으로 마무리되는 가히 파격적인 곡이었다.

노랫말에 서사적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내용을 살피자면 두서없이 부조리하고 다분히 패륜적 요소가 많았기에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1980년대 말까지 방송이 금지된 곡이었다. (다만, 그 당시 경기도 송탄에 본거지가 있던 미군방송 AFKN 만큼은 정부의 지침과 무관하게 이 금지곡을 노냥 송출하고 있었기에 예외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사내용에는 "엄마! 나는 살인을 하고 말았어요, 그 자식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겨 죽였어요..." 어쩌고 하는 대목이 한국인의 정서와는 사뭇 동떨어진 생경한 가사였다는 점이다.

일리야 레핀 - 자유의 일부

혹여 인생이 광시곡마냥 애드립(즉흥적)이고 변화무쌍하다면, 수학적 견지에서 추렴해 본 인생이란 미적분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삶이란 시간의 축을 흐르는 함수이며, 우리는 그 위를 더듬어 살아가는 변수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매 순간의 감정, 깨달음, 선택은 미분처럼 변화의 기울기로 나타나고, 그 모든 순간이 켜켜이 쌓이면 하나의 면적이나 체적, 즉 3차원의 요소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곧 우리의 존재는 인생 전체라는 적분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추렴의 흐름은 놀랍도록 동양 철학과 맞닿아 있는데, 힌두이즘에 기반하는 우파니샤드에서 언급하듯, 개별적 자아(아트만)는 우주 전체(브라만)와 동일한 본질을 지닌다고 본다. 미분이 개인의 변화라면, 적분은 전체와의 합일이며, 이것은 곧 범아일체의 수학적 은유가 된다. 노자철학에서 ‘도(道)’는 모든 존재의 근원이라 말하며 도는 형상이 없고, 고정된 개념도 아니며, 오직 흐를 뿐이라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함수도 그러하다. 우리는 그것을 설계하거나 조작할 수 없다. 다만 그 궤적을 개척하여 곡선을 만들어가고, 그저 미분과 적분의 흐름에 몸을 맡길 뿐이다. 이것이 소위 노자가 언급했던 무위자연의 삶이다.

불가에서는 ‘무아(無我)’를 말하되 고정된 자아란 없으며,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조건에 따라 변한다는 연기(緣起)의 원리 속에 있다. 미분함수 역시 마찬가지다. 입력되는 조건이 달라지면 의당 출력도 달라지고, 그 관계는 고정되지 않는다. 삶이란 정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미분되고, 조건에 따라 변하는 동적 흐름이다.

결국, 자아는 하나의 점이 아니라 곡선 위를 따라가는 동적 상황이며, 그 곡선은 도 위에서, 연기의 법칙 아래에서, 범아일체의 유유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나’라고 불러지는 존재는 어느 하나의 고정된 값이 아니라, 변화의 총합이며 우주 전체와 연결되어 있는 통합으로 치환해도 무방하다. 이렇듯, 인생을 미적분으로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졌다는 기분이 들망정 차분한 해탈의 경지를 깨닫게 된다.

자아란 우주의 파편이 아니라 그 일부이자 전체이며, 변화란 고통이 아니라 연속에서 통합으로 수렴되는 보일 듯 보이지 아니하는 소실점이라는 것을...


미분가능이면 연속이라는 명제와, 윤회의 속성이 동일하다는 엉터리 주장에 혹하게 되면? 인간의 뇌를 파먹고 사는 사이비 거시기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심각한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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