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쟁이 Oct 17. 2021

임신 16주차 이야기 -
역시 우리 애는 복덩이지

아빠의 출산일기

임신 16주 차는 태반이 완성되는 시기이다. 이제 우리 아기는 엄마와 조금 더 가까워진 것이다. 그리고 태반을 통해서 영양을 공급받게 된다. 이제 엄마도 아기도 안정적인 상태가 마련된 것이다. 아내는 거짓말처럼 일상생활을 잘하고 있다. 마치 아기와 원래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집안일도 척척 해낸다. 임신 초기를 생각해보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다. 기특하면서 대견하다. 


아기의 성별이 정해졌던 지난 10월 8일 날 2차 기형아 검사를 했었다. 사실 제일 걱정했던 부분인데 이번 주에 결과가 나왔다. 1차 기형아 검사인 투명대 검사가 정상으로 나오면 2차는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 들었다. 1차는 다행히 정상으로 나왔는데  그래도 2차 검사 결과가 신경이 쓰였다. 1차와는 다르게 피검사까지 진행을 한 것이고 더 정밀한 검사라 괜히 두근거렸다. 다행히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수요일쯤에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는데 화요일 오전에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부모들을 배려하기 위해 애초에 결과 날을 여유 있게 알려준 듯했다. 그 배려가 감사하게 느껴졌다.  



아내는 이제 배가 많이 불렀다. 옆라인은 조금씩 D의 형태가 되면서 정말 완연한 임산부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아기를 위한 안전가옥을 스스로 짓고 있는 셈이다. 아내는 변하고 있는 자기의 모습이 싫지는 않은 눈치다. 통통해진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는 산모들도 있다고 하는데, 아내는 아기 생각뿐이다. 


아내는 원래 아기를 좋아했다. 이제 곧 100일이 되는 조카가 있는데, 매일 영상통화를 한다. 그리고 내 조카도 이제 200일이 돼가는데 관심이 엄청 많다. 동생에게 사진 좀 보내달라고 성화다. 이렇게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자기 아이면 얼마나 예뻐해 줄지 눈에 선하다. 아내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그래서 그런지 사랑을 베푸는데 인색함이 없다. 나한테도 사랑을 듬뿍 준다.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집은 사랑이 더 넘치는 집이 될 것 같다. 


태반이 생기면서 이제 아기는 양수 안에서 근육을 만드는 운동을 한다. 활발하게 움직이느라 그런지 아내는 "아기가 꿀렁거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이제는 정말 아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중인 것이다. 또한 이 시기의 아기는 신경 회로 발달이 두드러진다. 특히 청각과 기억에 관여하는 뇌의 "해마"라는 부위가 발달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아내 배에 손을 대고 아기에게 말을 거는 것이 좋단다. 



그래서 이번에 태교 동화책을 두권 샀다. <하루 5분 아빠 목소리>이다. 구성이 특이하다. 같은 내용의 동화인데 아빠가 혼자 읽는 부분과 아이에게 읽어줄 부분이 나뉘어 있다. 아빠가 먼저 자세하게 읽고 나서 간략하게 5분 정도 아이에게 읽어주는 구성이다. 아무래도 전체 내용을 다 읽어주기에는 내용이 너무 많고, 5분 만에 끝나는 스토리는 내용이 빈약할 것이다. 그래서 아빠가 먼저 스토리를 충분히 체험하고 나서 아이에게 아빠 나름의 감정을 담아 읽어내기 위함인 것 같았다. 


아이를 위한 동화이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이기도 했다. 우리가 어릴 적 흔히 읽었던 권선징악의 교훈과 희망의 메시지가 너무나 명확한 이야기들이었다. 괜스레 가슴이 찡했다. 이런 당연한 주제들을 잊고 살아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도 내 마음에도 조금의 순수함이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를 위해 준비하는 소소한 일 들에서도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역시 우리 아기는 복덩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임신 15주 차 이야기 - 이미 딸 바보 예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