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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는여자 Jun 20. 2024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2

리움미술관

덕테이프를 붙인 바나나 전시로 유명한  "코미디언"이라는 작품은 총 3점의 에디션과 아티스트 프루프 2점까지  5점이 있다.

첫 번째 에디션12만 달러에 판매된 후 3번째 에디션은 바이럴 마케팅이 더해져 15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와우~ 그럼 이 바나나를 먹은 행위예술가는 15억짜리 바나나를 한입에 꿀꺽한 거란 말인가?"

"코미디언"이라는 작품은 개념예술이다. 즉 이 작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아니 구매해서 소유한다는 것은, 전시해 놓은 바나나와 테이프 자체를 사서 소유하는 게 아닌 예술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소유하는 것이다.


이 말은 즉, 예술가의 아이디어, 개념이  바로 작품인 것이다.

그래서 갤러리는 이 작품을 구매한 사람에게 작품을 샀다는 진품증명서를 발행해 준다. 개념예술에서는 이 진품증명서가 매우 중요하다.


이 진품증명서가 있으면, 작품인 바나나를 떼서 먹었다 하더라도 작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계속 존재한다. 바나나와 테이프는 작품을 보여주는 매개체에 불과한 물질일 뿐 진품 증명서가 작품인 것이다.


즉, 진품증명서가 있는 사람이 증명서상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지시시항(진품증명서 이는 지시사항도 포함되어 있다.)에 따라 바나나를 새로 사서 덕테이프로 벽에 붙이면  그게 바로 카텔란의 "코미디언"이라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개념예술에서 진품증명서가 없이 동일하게 표현해 놓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 작품이 아닌 것이다.


 작품이름인 코미디언에 걸맞게 단돈 350원짜리 바나나가 15만 달러까지 판매되었는데, 카텔란은 이를 예상하고 미리 작품제목을 정한 걸까? 무엇이 코미디언인 걸까? 카텔란은 자신의 작품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 작품값에 놀라 계속 그 의미를 찾게 되는 것도 코미디일까?


 작품의 유명세에 줄지어 등장하는 다양한  패러디 광고의 행진은 벽에 붙어있는 바나나를 잊을 수 없게 한다. 기억하게 된다.

 

 그의 전시는 과묵하지 않고, 역동적인 만큼 함께 즐기게 된다. 도무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운석 맞고 쓰러진 교황'이나  '입구의 노숙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찰리군',  '북 치는 소년'등 아이들도 함께 즐기고 이야기 나누기 좋은 소재들도 많았다.  그의 전시장에 채워진 예술작품은 알뜰한 재미요소와 볼거리와 함께 작품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카텔란 자신은 작품의 의도를 설명하는 것을 자제한다. 그가  인터뷰를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대부분 무제인 것도 이 때문일까? 작품에 대한 해석을 독자의 몫으로 돌렸기에 관람자들은 작품을 보고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공감을 이끌어 낸다.


   자유분방한 예술가인 카텔란은 자신의 짖꿎은 장난 속으로 누구든지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놓았다.  그가 만들어 놓은 세계 속으로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어서 즐겁다. 기존의 틀을 비틀어 보여주는 카텔란의 도발을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유이다. 또한 신선한 시각으로 전시장의 공간을 지루할 틈 없이 꽉 채운 작가가 궁금해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덤이다.


 카텔란과 세련된 리움 미술관의 합작인 카텔란전은 그 전시를 누리는 동안 만이라도 기존의 발상에서  살짝 비틀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을 가져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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