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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루미 Feb 18. 2022

너만 힘들고 괴롭다는 생각을 버려라.

스스로를 바꾸고 싶은 너에게

 “당신이 동의하지 않으면 누구도 당신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 없다.”

                                                                                                                 엘리노어 루스벨트     


 나는 ‘힘들다, 지친다, 우울하다’와 같은 말을 뱉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주에 80 시간 이상 일을 하는 나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고는 한다. “많이 힘들지? 피곤하겠다.”라고.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항상 같은 말로 대답한다.     

 “아니요. 저보다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는 전혀 안 힘들어요.
안 힘들다고 생각하면 정말 힘들지 않아요.”     


 그렇다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을까? 아니다. 나 역시 4년 전까지만 해도 종종 칭얼거리고는 했다. 누군가의 조언을 듣기 전까지.     


 4년 전, 나는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수원에 살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성북구 쪽이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4시간 거리였다. 우습게 소리로 들은 ‘경기도민은 인생의 절반을 대중교통에서 보낸다.’라는 말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침 수업이 9시면 새벽 6시 전에 일어나서 씻고 준비를 해서 학교를 가야 했다.

 학교 수업을 듣다 SNS에서 보기만 한 조별 과제를 하게 되었다. 원래 그전까지는 조별 과제가 헬이라는 소리에 공감을 하지 못하였다. 조원들이 제대로 안 한다는 이야기에 조장이 잘 이끈다면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막상 조별 과제를 진행해 보니 조원들의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우며 협조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내가 진행한 조별 과제는 ‘타이포그래피’라는 디자인 전공 수업이었다. 5명이 한 조가 되었는데 그중에 나이가 많은 복학생 오빠가 있었다. 수업 과제가 문구를 입체로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만나기 전에 문구를 하나씩 생각해 오기로 했다. 하지만 조원들끼리 만났을 때 나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과제 문구를 생각해 온 사람이 없었다. 나는 내가 진행하고 싶은 방향과 문구를 조원들에게 설명했다. 다른 조원들은 수동적이어서 내가 이야기한 그대로 진행하자고 이야기가 나왔다. 갑자기 복학생 오빠가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하는 건 별로인 것 같은데.”라고.


 당연히 내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다른 문구 진행하고 싶은 스타일이 있어?”라고 물어보았다.     


 “아니, 나는 이 과제에 대해서 아직 생각은 안 해봐서 없는데, 일단 네가 말한 건 아니야.”     


 복학생 오빠의 대답을 듣고 화가 났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장난하나?’와 같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다른 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화를 내며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다음에 만날 때까지 다시 문구 생각해 오는 걸로 하자. 다음번에 이야기 나누고 픽스하자.”라고 말하며 조별 과제 첫 만남을 마무리 지었다.

 그날 친한 오빠 K에게 전화를 하며 칭얼거리고 있었다. “아니, 그 복학생 뭐 하는 놈이지? 남의 이야기 거절할 거면 그에 따른 대안은 준비하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학교 거리도 멀고, 과제도 많고, 조별 과제 이건 또 뭐야. 정말 힘들잖아.”라고 투덜거림이 한창 일 때 친한 오빠 K가 대답했다.     


 “루미야. 세상 사람들 다 힘들어.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오빠 K의 단호한 목소리에 순간 당황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의 나는 내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남에게 확인받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아니, 내가 미대생이라서 과제가 많잖아···.”라고 조그맣게 대답하였다. K는 잠깐 뜸을 들인 후 말했다.     


 “난 공대생이잖아. 과제는 공대생도 많아. 조별 과제? 대학교 다니는 애들 다 한다. 세상 사람들 다 힘들어. 근데 다 참고 사는 거야.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너보다 힘든 사람도 많아.”     


 친한 오빠 K의 말에 누군가가 내 뒤통수를 망치로 때린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오빠에게 칭얼거렸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오빠 K와의 통화를 끊고 오빠 K가 나에게 해준 말을 되새겨보았다. ‘너보다 힘든 사람 많아. 세상 사람들 다 힘들어.’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상처와 삶의 고난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심지어 나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나의 힘듦은 힘든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 거라면 굳이 힘들다고 불평불만할 필요는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나는 그 누구에게도 ‘힘들다, 지친다, 우울하다’와 같은 말을 뱉지 않게 되었다.     


 내가 존경하는 작가 중에 ‘웨인 다이어’라는 사람이 있다. 웨인 다이어는 아버지의 부재로 어린 시절부터 고아원과 위탁 가정을 전전하며 자랐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상황에 낙담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굳은 의지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는 수십 권의 저서와 수많은 강연, TV와 라디오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그의 저서 《인생의 태도》에서 그는 말했다.      


 “내가 어떤 문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 문제에 대한 ‘태도’가 상관있는 겁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느 순간 내면의 성장이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내면에서 혹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모든 일은 나 자신에게서 비롯됩니다.”     


 이 말의 뜻을 당신에게 일어난 안 좋은 상황이 네 탓이니 자책하고 죄책감을 가지라는 말이 아니다. 살다 보면 다양한 일을 겪게 된다. 질병이나 교통사고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 또한 겪게 될 것이다. 웨인 다이어의 말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할 때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그 상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내 감정은 내가 경험한 일을 어떻게 인지했느냐에서 온다는 말이다.


 웹툰《닥터 앤 닥터 육아일기》를 연재하는 작가 이대양은 네이버에 웹툰 연재가 확정되었을 때 림프종 4기 확진을 받았다. 암을 확진 받는 과정에서 이대양 작가는 ‘내가 왜 이 병에 걸렸는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난 건가?’와 같은 분노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대양 작가는 암 병원에 다니다 마주하게 된 많은 소아암 환자를 보고 세상에 대한 원망과 자책을 멈췄다. 그 당시를 회상하면 인터뷰한 말이다.     


 “그 소아암 걸린 친구들은 정말 암에 걸릴 이유가 없는 아이들이잖아요. 유전적인 이유를 말한다면 제 유전자라고 해서 100% 완벽한 건 아닐 거잖아요. 그래서 질병에 걸린다는 게 내가 아닐 이유는 없구나. 내가 걸려야 될 이유도 없지만 내가 뭔가 아닐 이유도 없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을 기점으로 이대양 작가는 긍정적이게 생각하려고 했다고 한다. 림프종은 불행 중 다행히도 3기 4기에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암이라고 한다. 작가님은 항암치료 결과가 좋은 편이었고 혹시 모를 재발의 위험을 피해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놀랍게도 그런 상황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네이버 연재를 멈춘 적이 없었다. 지금도 계속 웹툰을 연재 중이다.     


 인생이 너무 힘들고 괴롭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가? 다른 사람들은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아가는 것 같은데 당신만 불행한 것 같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당장 집어치워라. 주부든 학생이든 의사든 국회의원이든 저마다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문제에 부딪힌다.


 당신만 힘들고 괴롭다는 생각을 한다면 오만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라 나의 말대로 쉽게 생각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라. 당신의 마음먹기에 따라 당신에게 벌어진 일은 전혀 힘든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의 생각에 따라 당신이 겪은 일은 전혀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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