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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l 08. 2024

집에 빠지다

이사와  사는 집

  


(거실에서의 일출)

 

(거실에서 옆모습)




 이사 갈 집을 사놓고 석 달째 이사 가지 않는다고 남편과 아이들과 싸우는 중이다.

  수원에 살면서 아이들  둘이 서울에 직장을 구했다.

  수원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은 쉽지가 않았다.

  남편의 직장은 수원. 아이들 직장은 서울.

  남편은 생각  끝에 수원과 서울의 중간 지점인 분당에 집을 구했다.

  나는 절대로 이사 갈 수 없다고 하자 남편 혼자서 집을 사고 나에게는 언제까지 이사 준비하라고 통고했다.

  그래도 나는 이사 갈 수 없다고 하자 이제는  아이들까지 나에게 덤빈다.

  다른 엄마는 다 아이들 먼저 생각하는데 엄마는 왜 엄마의 고집만 내 세우냐고 나를 다그친다.

    집은 나와 남편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장만한 집이었고, 직장생활을  마치고 퇴직금을 탈탈 털어 리모델링해서 거기에 맞게 가구도 들여왔고.  내가 그렇게 갖고 싶었던 서재며. 그림이며 도자기까지 나의 모든 취향에 짜 맞춰

지극 정성을 다 한 집이었다.

  그런데 이 집을 팔고 다른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내가 벌거벗은 몸이 되는 것 같았다.

  이사할 날짜는 다가오고 아이들은 윽박지르고.

남편은 호통치고.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남편은 이사 가는 집도 풍광은 좋으니

정 붙이고 살면 된다고. 나를 설득했지만,

내 마음은 하염없이 젖어 었다.

  한쪽으로는 아이들을 위해서 이사는 가야지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 집을 어떻게 떠나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이 집이 팔렸으니 언제까지 비워줘야 된다고 말했다.

  내가  속상해할까  봐. 내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계약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며칠을 울고 체념이란 단어를 가슴에 넣고서

남편의 손에 이끌려 이사 갈 집을 보았다.

28층이라서 인지 현기증이 나며 공중에 떠있는 것 같았다.

대충 가구를 어디에 놓을지 생각하고 내려왔다.

남편은 지금 집이 비었으니 고칠 건 있으면 지금 고치라고 말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손대기 싫었다.

그냥 도배만 하고 이사한 이 집에 아침에 눈을 뜨니

멀리 창가로 보이는 해가 막 산을 올라타고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해돋이를 방에서 볼 수 있다니

나는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이들과  남편이  출근 후 창가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바로 앞 탄천에서 오리들과 가오리.

잉어의 무리들이 보였다.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나의 마음을 달래는 듯했다.

저녁이면 뒷베란다로 일몰을 볼 수가 있고. 밤에 누워서 창을 보면 달만 덩그러니 보여 나와 이야기할 때가 많았다.

  이전의 집은 내가 가꾼 집이고 지금의 집은 기후에 따라 밖에서 가꾸어 나에게 보여 주는 집이다.

나는  날마다 새로운 그림을 그려주는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이젠  집에서 보이는 모든 자연을 사랑하며. 느끼며 살아가리라 생각하니  내가 이사오지 않겠다고 투정 부린 게 시간이 갈수록  식구들에게  미안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연과 함께 한 몸으로 사는 나는

초록의 냄새가 나고 있다


(거실 뒤편)


  .

(거실에서  밤에 찍음)


(집 앞 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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