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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Oct 25. 2023

내가 사랑하는 시댁 풍경

뚝길에는 살구나무와 자두나무가 나를 반기고



일 년을 사귀고 약혼을 하고 결혼

날짜가 정해지면서 시댁에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엄마는 결혼 전에 한 번은 가는 게 예의라며

멀어도 그곳 친척 분들에게 결혼 전에

인사하러  가는 거라고 당부하셨다.

전주에서 강원도에 있는 시댁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7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그는 말했다.

지금에야 교통이 좋아서 3시간 이면

가지만 30년 전에는 전주에서 제천.

제천에서 원주 원주에서 영월

버스 3번 갈아 타야만 했다.

영월에서 내려 또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본가가 나온다고 

말하니 내심 걱정도 되고 그 먼 곳까지

가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날짜가 정해지고 무거운 마음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전 8시에 출발한 우리는 세 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오후 3시가 다 되어서야

마을 어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작은 마을에는 나지막한 앞산이 있었고

그  산을 끼고 내천이 넓게 흐르는데

물이 너무 맑아서 고기들의 뒤척이는

모습까지 눈에 들어왔다

뚝길에는  살구나무와 자두나무가  

가로수처럼 즐비하게 늘어서서  

색색의 열매를 매달고 나를 반겼다

나무 이사이로 엉겅퀴. 금난초. 붓꽃.

 나팔꽃. 찔레꽃 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거운 마음은 어느덧 사라지고

내가 동경하던 시골의 풍경에

푹 젖어 있을  때 뚝길 반대편에서

시댁 어른들이 마중을 나왔다.

걱정과는 달리 따뜻하게 배려해 주는

식구들 때문에 피곤함도 사라지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자란 그가

부럽게 느껴졌다.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집으로 오는 나는

그곳에 무언가를 고 온 듯 아쉬웠다.

그래서인지 결혼을 하고 나서

20년이 넘도록 여름휴가 때면 시댁에 갔었다.

맑은 개울가에서 고기들과 놀고

고추밭에 고추도 따고 오이도 따고

있으면 어느새 형님은

가마솥을 가져와 불을  지피고 따스한

옥수수를 한 아름 가슴에 안긴다.

막 따서 삶아 먹는 옥수수는

내가 먹어본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도시에서 자란 나는 늘 시골을 동경했는데

어쩜 내 생각에 딱 맞는 시댁 풍경에

나는 나를 가두고 말았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내천이 많이 오염도 되었지만

아직도 뚝길에는 500m가 넘게

살구나무와 자두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계절마다  앞다투며 피어나는 꽃들은  

무척 사랑스럽다.

이런 모든 것들 때문에

이곳에서 자라진 않았지만 가슴 한편에

제2의 고향이라고  심어 두고

나는 이곳을 자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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