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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송영희
Oct 14. 2024
밤 5개 먹은 값이 16만 6천5백 원
깜복이가 먹은 밤
내 가방 속 작은 비닐봉지 안에
삶은 밤
5개가 들어 있었다.
깜복이의 입이 낚시하듯 가방에서
밤을 꺼내더니 한쪽 발로 비닐봉지를 잡고
입으로 밤을 꺼내더니 밤을 까먹는다.
처음으로 보는 것이라 신기해서
동영상을 찍으면서 세상에
밤을 다 까먹는 개가 어디냐며
그냥
지켜보았다
.
저녁 6시에 일어난 일은
새벽 1시가
되면서 사건으로 변했다.
깜복이는 밤새도록 토를 해 놓았는데
새벽 1시부터 토를 시작하더니
밤새 8군데나 되는 곳에 토를 해 놓았다.
밤을 꼴딱 새운 나는 비위가 약해서
치우지도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치우는 남편은
딸과 나에게 꾸중을 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아침이 되어 속이 쓰릴까 봐
참치에
밥
을 조금 넣어서 참치죽을
만들어 주었다.
애전 같으면 다 먹고
빈 그릇을 몇 번이고 핥아먹던 깜복이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평소에 잘 먹던 육포를 갖다 주어도
고개를 돌린다.
치즈도 마찬가지다.
식탐이 많아 무엇이든 잘 먹던 깜복이가
식음을 전패하고 누워만 있으니
마음이 아팠다.
점심때가 되자
남편은 속이 다 헐어 있을 텐데
뭐라도 좀 먹어야 된다며
소고기 죽을 끓이란다.
죄인이
되어 있는
나는 소고기를 다져서
소고기 죽을 끓여 주었다.
그래도 먹을 생각을 않고
누워만 있는다.
딸아이가 하는 말
밤껍데기가 들어가 위를 찔렀으니
아무것도 못 먹는 것 아니냐며
병원에 가야 된다고 말한다.
소고기라면 사죽을 못쓰는 깜복이가
코 앞에 갖다 줘도 고개를 돌리니
딸아이 말이 맞는 듯했다.
그때서야 조급해진 우리는
동물병원에 갔다.
위 내시경과 초음파를 하고
수의사에게 들은
이야기는 괜찮습니다.
위가 깨끗합니다.
그렇지만 혹시 미세한 흠집은
잡히지 않으니 밥 먹기 전에
워 보호제를 투입 후 밥을 먹여 주세요.
치로비는 16만
6천5백 원
밤
5개
까먹었을 뿐인데
16만
6천5원이라니
아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마음은 편안했다
위 보호제를 받아 들고 집으로 왔는데
깜복이가 두 개의 밥그릇으로 가더니
먼저 소고기 죽을 흡입한다.
연이어 참치죽을 먹는다.
우리는 어리둥절 쳐다보며
기쁜 마음과 황당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마치
의사 선생님 말을
알아들고
먹는 듯했다
두 그릇을 비우고 난
깜복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 자리에 누워있다.
그런데 밉지가 않고
고맙고 감사했다.
그래 그래야 깜복이지
셋이서 합창을 했다.
흔드는 꼬리가 오늘은
더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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