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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Feb 02. 2022

한턱 쏘기 좋아하는 아들의 11년 인생 첫 눈사람

동글아~ 마음이 넉넉한 아이로 자라주어 고마워~

2022. 2. 1 동글이의 일기


밤새 함박눈이 펑펑 내렸어요. 어젯밤부터 내리던 눈이 얼마만큼 쌓였을까 궁금했지요.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창 밖을 바라보았어요.


"우와~~~ 눈이다!! 아빠, 엄마 이리 좀 와 보세요. 밖에 눈이 엄청 많이 왔어요."


쌓인 눈을 보니 몸이 근질근질거려요. 오늘은 눈사람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눈싸움도 할 수 있고 말이죠. 작년 겨울 딱 한 번 밖에 타지 못했던 눈썰매도 탈 수 있겠네요. 눈이 왔다고 아무리 소리쳐도 엄마가 일어나지 않아요. 엄마는 눈이 반갑지 않은 걸까요?


8시가 되니 엄마가 나오셨어요. 설날이라 떡국을 끓여주신다네요? 오늘 아침 떡국은 제가 좋아하는 육개장 떡국이에요. 뽀얗고 구수한 고기 육수로 끓여낸 떡국보다 얼큰한 육개장 떡국을 더 좋아하거든요. 설날이라고 엄마는 제가 좋아하는 떡국을 끓여주시려나 봐요. 아침부터 아주아주 신이 나요.

♡ 초 간단 육개장 떡국 끓이는 법

● 준비물 : 육개장 전문점에서 포장(또는 시판용 육개장) + 멸치다시육수(또는 시판용 고기육수, 곰탕), 떡국떡
● 만드는 법 :
※ 떡국떡을 물에 불리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래 담가 두면 떡의 맛있는 성분이 빠져나가 맛이 없어져요.
1. 떡국떡을 흐르는 물에 후루룩 씻은 후 냄비에 넣은 후
2. 포장 육개장을 냄비에 넣어서 함께 끓인다.
3. 떡국떡이 익어가며 국물이 걸쭉해지므로 멸치다시육수로 국물의 점도를 맞춘다.
4. 부족한 간은 소금 또는 멸치액젓 또는 동전 육수 등으로 맞춘다.
5. 그릇에 담아 냠냠 먹는다.

떡국을 먹고 있는데 아래층 이모네서 전화가 왔어요. 눈썰매를 타지 않겠냐고 물으시네요?


"동글아, 이모가 눈싸움하러 나가자는데 갈래?"

"나야 완전 좋지."

"엄마는 아직 팔이 안 나아서 함께 못 나가. 괜찮아?"

"엄마가 같이 안 나가도 괜찮아. 나도 이제 4학년이거든."

"그래? 동글이 다 컸네? 엄마가 같이 나가서 눈썰매를 끌어주면 좋을 텐데 팔이 아직 안 나아서 못 끌어주겠어. 그리고 눈 길에 넘어지면 큰일이거든."

"알아, 나도. 그리고 괜찮아."


엄마는 아직 팔이 다 안 나으셨어요. 그래서 매일매일 집에서도 찜질을 하시죠. 아령을 들고 팔 굽히기 연습을 하시는데 많이 아프신가 봐요. '아야야! 아야야!'라고 하시거든요. 엄마가 눈길에 넘어지면 수술을 다시 할 수도 있대요. 그러면 큰일이잖아요? 저도 이제 혼자 나가서 놀 수 있어요. 엄마가 같이 안 가주셔도 괜찮아요.



밖에 나갔더니 나뭇가지에 눈이 가득 쌓였어요. 살금살금 다가가서 나무를 요리조리 흔들었더니 눈보라가 치듯 눈이 잔뜩 떨어지는 거예요. 함께 나갔던 동생들도 신이 났어요.


"야~ 눈이다... 눈이 내려~~~"


아이들이 팔닥팔닥 뛰어다니며 좋아해요. '형아 더 해줘~' 하면서 좋아하는 동생들을 보니까 어깨도 으쓱으쓱 뿌듯해졌어요.



엄마가 챙겨주신 눈썰매를 끌고 얕은 언덕 위로 올라갔어요. 8살이 된 동생이랑 같이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면 5살 동생도 태워달라 졸랐어요. 제가 가진 눈썰매는 2인용이거든요. 동생들에게 눈썰매를 태워주는 게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어요. 한참 눈썰매를 타다가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같이 누워보았죠. 하늘과 함께 보이는 나무들이 온통 하얗게 보였어요. 누워서 보는 나무들이 너무 예뻐 보여요.



눈이 이렇게 많이 쌓였는데 눈싸움도 빠질 수 없죠. 놀다 보니 아이들이 많이 모였어요. 그래서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었죠. 같이 만드니 제 키보다 큰 눈사람도 금세 만들 수 있었어요. 눈, 코, 입, 팔도 만들어주고 기념사진도 찍었어요. 어때요? 제가 만든 눈 사람이 올라프를 닮지 않았나요?



제가 혼자 만든 눈사람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11년 인생 처음으로 제 키만 한 눈사람을 만들었다니까요? 대단하지 않나요? 집에 가서 엄마한테 자랑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입이 근질근질해요. 날씨도 춥지 않아서 한참을 놀았는데도 더 놀고 싶어 졌어요. 아래층 동생들은 집으로 가고 저는 놀이터에 남아있는 다른 친구들이랑 한참을 놀았어요.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요? 아무래도 엄마가 걱정을 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엄마가 누나와 함께 저를 찾으러 나갔나 봐요. 그래서 전화를 걸었죠.


"엄마, 어디야?"

"응, 누나랑 동글이 찾으러 나왔는데 너무 잘 놀고 있어서 놀이에 방해될까 봐 아파트 산책로를 걷고 있어."

"응~ 그랬어~? 나 지금 들어왔어. 그런데 엄마 넘어지면 안 되잖아."

"그래서 눈이 녹은 길로 조심조심 걷고 있지. 한 바퀴 돌고 동글이랑 같이 들어가려고 했는데 먼저 들어갔네?"

"응. 핸드폰을 안 가지고 나가서 엄마 걱정할까 봐 들어왔지."

"그랬구나. 씻고 있으면 엄마 금방 갈게."


아침 먹고 10시쯤 놀이터에 나왔는데 집에 와 보니 3시가 된 거 있죠? 너무 오래 놀아서 엄마가 저를 찾으러 나오셨나 봐요. 씻고 나오니 엄마가 오셨네요? 오늘은 정말 정말 신나는 날이었어요. 나가보니 친구들도 많이 나와서 신나게 놀 수 있었거든요. 또 함박눈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동글이의 일기 끝)


마냥 어리게만 봤던 늦둥이 동글이가 제법 많이 큰 것 같습니다. 아이를 보며 '언제 크나' 싶어도 지나고 나면 아쉬운 것이 아이들의 성장인 것 같습니다. 그때그때는 '얼른 컸으면' 싶은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훌쩍 자라 있으면 섭섭하고...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합니다. 혼자 나가 놀지 못했던 작년 겨울과 달리 올 겨울은 친구들과 자주 놀다 옵니다. 겨울이라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하루에 한 번 피아노 학원을 다녀오는 길에 함께 학원에 다니는 친구나 형아들을 따라 놀이터에서 놀다 들어오기도 하고, 호탕하게 동네 떡볶이집에 들러 컵볶이를 한턱 쏘기도 하며 방학 기간을 보내는 동글이입니다. 나눠주는 것 좋아하고 한턱 쏘는 걸 좋아하는 동글이를 보며 피는 못 속인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어쩔 때는 친구들만 사주고 자기는 먹지 않고 옵니다.


"왜 동글이는 안 먹고 왔어? 엄마가 떡볶이집에 동글이 맛있게 먹으라고 돈을 맡겨둔 건데...?"

(우리 동네 떡볶이집 사장님은 아이들 이름을 잘 외십니다. 그래서 돈을 들고 다니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장부를 만들어 놓으셨어요. 아이들은 장부에 기록해가며 자유롭게 사 먹곤 한답니다.)

"오늘 내가 친구들 세 명한테 컵볶이를 사줬는데 그럼 삼천 원이잖아. 너무 비싸니까 나는 안 먹었어."

"그래도 같이 먹지. 동글이도 배고프잖아."

"아니야. 난 친구가 준 마이쥬 하나 먹었어. 돈이 너무 많이 들면 엄마가 힘들잖아."


아이고... 우리 동글이... 엄마 돈을 많이 쓸까 봐 미안해서 자기는 안 먹고 친구들만 사주고 왔지 뭐예요? 가끔은 대견하고, 가끔은 걱정이 되지만 나눠주고 베푸는 기쁨을 배워가는 동글이의 따뜻한 마음이 감사하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한 뼘씩 마음 그릇이 자라 가는 동글이를 보며 덩달아 착해지는 기분입니다. 올 한 해도 건강하고 마음이 넉넉한 아이로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베푸는 마음을 배워가는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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