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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Mar 02. 2022

오늘부터 고3 시작!!

앵글이의 슬기로운 고3 생활이 시작됩니다.

1, 2월 꼬박 방학 기간으로 보낸 앵글이는 매일매일 마음이 널을 뜁니다.


"엄마, 내가 많이 생각해봤는데, 입시 공부는 올 1년만 해야겠어."

"그치?"

"이걸 어떻게 또 해? 아휴... 그냥 1년만 죽도록 하고 끝내는 게 좋겠지? 엄마 생각도 그렇지?"


이건, 질문인지 다짐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엄마, 성적에 맞춰 아무 대학이나 가려면 뭐하러 대학을 가? 내가 생각해봤는데 엄마 주변 이모들 보면 전공대로 사는 사람이 거의 없어. 그럴 것 같으면 가나 마나 소용없는 거 아냐?"

"그렇지?"

"그래도 아빠랑 엄마는 전공 맞춰서 계속 일을 해왔으니까 성공한 거더라고... 앞 동 이모는 작곡과를 나와서 주얼리 디자인을 하잖아? 뒷동 이모는 수학과를 나왔는데 대학 졸업하면서 결혼했으니까 써먹지도 못했고, 그런 거 보면 아빠, 엄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갑자기 칭찬 모드?"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걸 정해서 될 때까지 해 보려고..."


어제는 올해만 입시공부를 하겠다더니, 오늘은 n수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칩니다. 그러더니,


"엄마, 차라리 반수는 어때? 일단 어디든 가고 반수를 하는 거지. 일단 돌아갈 곳이 있으면 마음이 좀 편안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돌아갈 곳이 있으면 절실함이 사라져서 괜히 한 학기만 날리는 게 되지 않을까?"

"아~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겠네... 그리고, 다른 학교에 붙으면 입학금이랑 한 학기 등록금을 날리는 거네... 부모님 돈으로 그럼 안되지... 불효야 그건... 대학 등록금이 장난도 아니고... 안 되겠다. 그치?"


앵글이의 널뛰기는 1, 2월 내내 이어졌습니다. 마음을 좀 잡았나 싶으면 한 번씩 설렁설렁 바람이 불고, 굳히나 싶으면 원점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엄마, 내가 전공을 바꿨잖아. 엄마도 대학을 세 번이나 다녔고, 전공도 이것저것 바꾸면서 공부했잖아? 내가 아무래도 엄마 닮았나 봐. ㅋㅋㅋㅋㅋ"

"그런 건 닮지 않아도 되는데... ㅠ.ㅠ"

"엄마, 그래도 내 주변에는 다양한 직업군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 친구는 엄마가 간호사이고, 아빠가 회사원이라서 간접 경험으로 접한 직업군이 없으니까 진로 결정을 할 때도 선택 반경이 좁아. 나는 주위에 건축사, 의사, 경찰, 선생님, 군인, 간호사, 비서, 연구원, 인터넷 강사, 작곡가... 하다못해 종이 포일 발명하신 분도 계시잖아? 어릴 때부터 자란 환경이 엄청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지... 네 주변에 회사원부터 사업가, 프리랜서까지 다양하게 있으니까 생각의 폭이 좀 넓어지지?"

"응. 친구들이 진로 때문에 고민할 때 내 주변 지인들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주거든? 애들이 되게 신기하대."

"다양한 경험을 간접적으로라도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

"어릴 때는 아빠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안 했었거든? 내가 진로를 고민하면서 아빠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30년 넘게 한 가지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고, 그 일이 전공과 같다는 것도 대단한 거더라고..."


앵글이는 매일매일 널뛰듯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전공을 결정하는 것도 스스로, 미래를 계획하는 것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맞장구만 쳐줄 뿐입니다.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 정정 기간에 앵글이는 교과서만 수령하고 돌아왔습니다. 같은 반 단톡방에서는 생기부 관련하여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앵글이반 반대표 맘입니다. ^^;;) 학교에 알아보고 답변은 해 드렸습니다. 그러고 난 후,

  

"앵글아, 생각해봤는데 엄마는 고3 엄마 되려면 멀었나 봐."

"왜?"

"네가 2학년 학기말 통지표를 보여주지 않았잖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어차피 수시 접수하지 않을 생각인데 확인은 뭐하러...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도 않아."

"ㅎㅎㅎ 그러니까 말이야... 네가 통지표를 보여주지 않아도 '나이스' 접속만 하면 확인할 수 있는데 엄마도 '나이스'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거든. 너는 들어가 봤어?"

"아니? 어차피 달라질 것도 없는데 그거 봐야 해?"

"그러니까... ㅎㅎㅎ 네가 안 봐도 엄마는 볼 수 있잖아. 그런데 단톡방에서 물어보니까 '아~ 나이스가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엄마 사실 궁금하지도 않았잖아."

"그렇지... 궁금하지 않았지."

"궁금하지도 않은데 뭐하러 봐..."

"그러니까 고3 엄마 되려면 멀었다고..."


2학년 2학기 중간고사 시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던 앵글이는 기말 시험은 잘 치렀으나 수시 안정권에 들만큼의 등급을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확인은 해 보지 않았지만 수시에서 앵글이가 원하는 대학에 가려면 교과 등급이 각 1.5~2등급 안쪽이 나왔어야 합니다. 2학년말 결과에서 목표 등급을 이루지 못한 앵글이는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를 준비하게 되었지만 정시가 수시보다 더 어렵다는 것은 앵글이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길을 선택했어도 앵글이의 선택이고, 앵글이가 해 내야 하는 일이기에 묵묵히 믿고 기다려줄밖에요...


3월 2일 개학을 앞두고 지난주부터 등교 연습 중인 앵글이 입니다. 07:33 셔틀버스 탑승 시간입니다. 앵글이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샤워하고 간단한 아침을 먹습니다. 학교 갈 준비를 마친 후 책상에 앉아 하루 7교시의 수업 시간표에 맞추어 공부를 시작합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거실로 나와 점심을 먹고 5교시 시간에 맞추어 공부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오후 4:50까지 공부를 합니다. 앵글이의 말이 학교 시간표에 맞추어 가며 공부 리듬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앵글이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고1 때 7개월 정도 영, 수 학원에 다녔던 앵글이는 학원을 그만두고 인터넷 강의로 혼자 공부합니다. 성실하게 강의를 듣고 공부해준 덕분에 대성학원 인터넷 강의 수업료는 고1 때 한 번 지불 후 고2, 고3에는 수업료 없이 듣고 있습니다.


2~2.5 배속으로 강의를 듣는 앵글이 곁에 다가가니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이 소리가 잘 들리나 봅니다. 귀도 나이를 먹는지 어쩔 때는 유튜브 강의 영상을 느린 배속으로 듣기도 하는 저에게는 신세계입니다. 가끔 앵글이와 함께 수업 영상을 듣기도 하는데 정배속으로 듣고 있자니 앵글이가 답답해합니다. 빠른 배속으로 듣는 것이 익숙해진 아이에게는 답답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책상 옆에 문제집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수능을 마친 뒤 얼마큼의 문제집을 풀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며 책상 옆에 계속해서 모으고 있는 앵글이의 문제집입니다. 족보닷컴에서 출력해 풀어가는 문제까지 합하면 꽤 많은 양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종일 책상과 한 몸이 된 아이를 보며 대견함 보다는 안쓰러움이 더 많이 드는 걸 보면 아직 수험생 엄마 모드로 변신하지 못했나 봅니다.


앵글이가 슬쩍 다가오며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가면 뭔가 주문할 것이 있다는 입니다. 아침에 곁으로 다가오며 스리슬쩍 엄마 핸드폰에 시선이 꽂힙니다.


"왜? 뭐 살 거 있어?"

"엄마는 내가 다가가면 살 거 있냐고 묻더라?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살 거 있는 표정이잖아."

"그런 표정도 있어?"

"아... 안타깝다... 보여줄 수도 없고..."

"내 표정이 어떤데?"

"음... 얼굴이 맑아지면서 웃는 눈으로 바뀌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그런 표정을 짓는다고?"

"살 것이 있을 때만 나오는 표정이야."

"신기하네..."

"오늘은 뭐~ 살 것이 생각나셨을까?"

"응~ 문제집."

"문제집?"

"새 학기잖아. 문제집 사야지..."


핸드폰을 들고 클릭 몇 번 하더니 전해줍니다... 헉~ 11권...이나...


"무슨 문제집을 11권이나?"

"과목별로 필요해서... 국어 세권, 수학... 하면 그 정도 되지... 내일 학교 가서 수업 들어보고 더 주문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앵글이 책 주문을 하면서 그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제 책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고3은 참 힘드네요... 입시 준비는 딱 1년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첫 등교가 시작되는 3월 2일 수요일.

앵글이 고3의 축포가 터졌습니다. 힘들겠죠. 저도 고3이 힘들었고, 시간을 되돌려도 가고 싶지 않은 시기가 고3입니다. 12년 학령기의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1년이 앵글이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게 될까요? 매일 선택의 연속이 되겠죠. 지금은 수시를 버리겠다고 선포하지만, 막상 1학기를 마치면 수시 접수를 위해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수시를 버리려니 중간, 기말고사도 함께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막상 시험기간이 되면 날을 새며 공부를 하게 되겠죠.


사람 사는 것이 마음대로 되나요... 하고 싶은 것, 바라는 소망, 되고자 하는 욕심 이러한 것들이 똘똘 뭉쳐 마음속에서 용솟음치게 될 텐데요. 앵글이는 고3의 힘든 여정에 첫 발을 딛었습니다. 지금은 올 해가 늪으로 들어가는 듯 무섭게 느껴지겠지만 하루는, 일주일은, 한 달은...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고, 오래오래 남을 만한 추억들을 쌓으며 보내게 되겠죠. 살아보니 고난이 깊을수록 감사가 짙어지고, 힘든 만큼 전우애도 끈끈해져 함께 한 고3의 친구들이 더 많이 기억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앵글이가 지치고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이 엄마였으면 좋겠습니다. 쓰러지고 넘어져도 손잡아 줄 엄마가 늘 곁에 있음을 품고 자라면 언제고 다시 힘을 내겠죠. 그렇게 앵글이와 함께 고3의 하루하루를 달려보려 합니다. 입시를 준비하는 자녀를 둔 모든 학부모님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아이들보다 먼저 지치지 말아요. 우리...


아이도 고3, 엄마도 고3을 살아낼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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