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면은 '너구리'이다. 오동통함 면발이 부드러워 맘에 쏙 든다. 다른 라면은 모르겠지만 너구리는 푹 익힌 게 훨씬 맛있다. 앵글이는 엄마가 끓여주는 너구리가 제일 맛나다고 한다. 비법이 무엇이냐고 묻기에,
"물을 끓일 때, 건더기 수프와 다시마를 부숴서 미리 넣는 거야."
라고 답했다. 사실 그래서 더 맛있는지는 모른다. 보통 국을 끓일 때 육수를 미리 내서 만드는 것과 비슷한 논리로 생각했을 뿐이다. 다시마와 건더기수프의 해초가 푹 우러나온 뒤 면과 수프를 넣어 끓이면 더 맛있지 않을까 싶어서 해 본 것인데 어쨌든 내가 끓인 게 더 맛있다고 하니 맞거니 싶다.
"엄마, 너구리에 계란 넣어? 안 넣어?"
동글이가 한 마디 거들자 앵글이가 답한다.
"동글아, 라면 봉투에 계란이 그려져 있어?"
"아니?"
"그럼 안 넣는 게 맞는 거야."
"왜?"
"어떤 라면은 계란이 있고, 어떤 라면은 없잖아? 연구원들이 이렇게 저렇게 끓여서 먹어보고 넣은 게 더 맛있는지 안 넣은 게 더 맛있는지 생각해 봤겠지. 누나가 끓여보니까 그림 대로 끓이는 게 더 맛나더라?"
"그래?"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이후 라면 봉투를 유심히 보니 정말 계란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었다. 앵글이의 말 대로 끓여보니 그림 대로 끓이는 게 더 맛나게도 느껴졌다.
5학년이 된 동글이는 요즘 혼자 요리에 푹 빠져있다. 겨울 방학 내내 연습하더니 라면 하나 정도는 뚝딱 끓여낸다. 요즘은 요령이 생겨서 이것저것 다른 재료를 넣어가며 창의력을 발산하고 있다. 나름 재능이 있는 것도 같다. 라면 끓이는 게 무슨 솜씨가 필요하냐 싶겠지만 가장 손쉬운 게 라면 끓이기 같아도 물량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면을 넣고 얼마큼의 시간을 들이느냐에 따라, 계란을 넣는 타이밍에 따라서까지 라면 맛이 달라진다. 감각적으로 딱 맞춰 끓여내는 동글이가 우리 집 라면 요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