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여자 둘, 남자 둘이 살아요... 여자 둘, 남자 하나 일 때는 남자 하나가 배려하며 살았죠. 우리 셋의 평화를 와장창 깨 버리는 건, 까마득 쨉도 안 되는 어린 남자가 태어나고 나서부터였어요. 온 집안이 초토화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죠. 서랍장, 거실 장에 올라가는 건 다반사였고, 암벽 등반하듯 소파 언덕을 넘다 눈 깜짝할 새 바닥으로 낙하하질 않나, 피아노에 앉아 뚱땅거리는가 싶더니 고갯짓 한 번에 미간 사이가 터져 응급실에 가기도 했죠. 한 번은 친척집에 놀러 갔다가 바닥에 내려놓은 다리미를 손으로 만져 손바닥 전체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니까요?
어린 남자가 걷고 뛰기 시작하고,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주장하게 된 어느 날부터 전쟁이 시작됐어요.
"동글아~ 제발 앉아서 하면 안 되겠니?"
"안돼!"
"왜?? 아빠는 앉아서 하잖아."
"아빠도 이제 서서하는걸?"
"정말?"
"응~"
"아빠랑 대화를 좀 나눠봐야겠는걸? 예전에는 앉아서 했는데 왜 갑자기 서서한 거야?"
"그건 나도 모르지. 그런데 난 서서할 거야."
믿도 끝도 없는 당당함! 동글이답습니다.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는 동글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버럭 성질을 냈죠.
"너만 앉아서 하면 평화로울걸, 네가 서서하니까 매일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잖아."
"엄마! 엄마가 남자로 살아봤어?"
"그건 아니지."
"그러니까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남자로 살아봐야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을 텐데..."
"그게 뭐가 어려워. 그건 에티켓이야."
실랑이를 거의 삼사 년째하고 있지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사실 속으로는 이미 포기한 상태인데 괜히 건드려보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네가 청소해!"
"그건 할 수 없어!!"
"왜?"
"더러워!"
"그럼, 엄마도 더러워. 어쩔 수가 없으니까 하는 거지."
"엄마는 어른이잖아."
"어른인 거랑 더러운 걸 청소하는 게 무슨 상관이야?"
"그런 나도 몰라."
"그럼 앉아서 해!"
"아니, 엄마!!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니깐??"
"그럼, 엄마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봐."
"엄마, 남자는 밖으로 나와 있지."
"그렇지."
"앉아! 그리고 꺾어! 그리고 싸! 그게 정말 어려운 거야."
"왜?"
"시원하지가 않아."
"왜?"
"그건 해봐야 알아. 그러니까 엄마는 절대 모를 거라는 거지."
시원하지가 않다는 말에 반박을 할 수 없었어요. 결국, 남자 둘은 안방, 여자 둘은 거실에 있는 것을 사용하기로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