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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Sep 27. 2023

추분

2023.09.26

팔로알토의 가을 (2021.11)


토요일에는 비가 매섭게 내리더니 일요일부터 기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가을이 갑자기 찾아왔구나, 싶었다. 환절기에는 조금만 피곤해도 쉽게 감기에 걸리는 편이어서 다른 때보다 신경이 더 쓰이는 요즘이다.


하지만 다시 살펴보니 가을은 갑자기 온 것이 아니었다. 마침 토요일이 추분(秋分)이었던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아무리 기후변화 때문에 기상 이변이 잦아졌어도 지구는 여전히 돈다.


최근에 지구의 기울기도, 자전 속도도, 공전 속도도 급격하게 변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눈앞의 일에만 몰두하느라 주위를 살피지 못한 동안 여름은 해가 뜨고 지듯 서서히 저물며 가을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던 것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갑자기 들이닥치는 일들은 많지 않다. 모든 변화에는 맥락이 있으며 복잡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무언가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면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그 대상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세상이든 마찬가지다.


단풍이 아름다운 건, 벚꽃과 달리 그 물들어가고 저무는 모습을 차분히 바라보며 온전히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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