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비가 내려서 다행이라 말합니다

by 책밤

올해 5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이어진 연휴에는 비가 세차게 내렸습니다. 바람까지 심해 체감온도도 상당히 낮았죠. 아침부터 딸아이의 기분을 살핍니다. 온전한 자신의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터라 새벽부터 들려온 빗소리에 실망하진 않았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다행히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다며 마냥 행복해합니다.

그래도 어린이날인데 집에만 있는 게 아쉬워 지역에서 하는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딸아이는 우산을 쓰고 수십 개의 체험부스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신나 합니다. 그러다 조금 출출해져 푸드트럭에 들러 아이가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를 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우산을 들고 뭔가를 하기가 버거워졌습니다. 겨우 한 건물의 처마를 찾아 비를 피해봅니다. 딸아이는 달달한 츄러스를 한입 베어 물고는 한마디 합니다,


"비가 와서 참 다행이다." 내심 아이도 비 오는 감성을 즐기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가 말을 이어갑니다.


"꽃이랑 풀들이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잖아." 아내와 전 순간 서로를 쳐다보며 깜짝 놀랍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걱정이 아이에겐 걱정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순수하고 아름답습니다. 이렇듯 우리의 마음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순수함을 되찾는다면, 지금 당신이 하는 걱정이 걱정이 아니게 될지 모릅니다.


세상이 만들어낸 걱정을 진짜 걱정이라 여기며 사는 어른들을 보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어린이집을 가지 않았다며, 일어나자마자 사탕을 먹을 수 있었다며 그리고 비가 내려서 다행이라며 행복해하는 딸아이를 보며 마음속 걱정 한 가지를 덜어내 봅니다.


2023.5월 어느 봄날, 아빠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