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입니다. 이제 3일만 지나면 주말이네요. 슬슬 아이와 함께 할 주말 계획을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더위가 조금 물러나니 바람이 선선하고 다니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이번 주말엔 영덕에 위치한 풍력발전소를 다녀오기로 결정하고 남은 3일 동안 짬짬이 계획을 짜봅니다. 하늘 끝에 닿을 듯 말 듯 세차게 돌아가는 풍차를 보며 신기해할 아이의 표정이 떠올라 벌써 흐뭇하네요.
드디어 토요일 아침입니다. 딸아이는 나들이를 간다는 것만으로도 기쁜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폴짝폴짝 뛰며 깔깔거립니다. 나름 머릿속에 세심하게 세워 놓은 계획대로 고속도로를 타고 영덕으로 향합니다. 생각보다 먼 거리에 아이는 차에서 잠이 들었고 주차장에 도착해서야 부스스 눈을 뜹니다. 이제 차에서 내리면 눈앞에 세상에서 가장 큰 풍차가 보일 테니 아이는 놀랄 게 분명합니다.
3, 2, 1...... 그런데 차에서 내린 아이는 풍차를 흘깃 한번 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고 광장에 있는 놀이터로 뛰어가기 시작합니다.
순간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웅장하게 돌아가는 풍차가 신기했던 건 딸아이가 아니라 바로 나였구나’
이후 아이는 풍차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까지 놀이터에서 열심히 놉니다.
더 놀고 싶다는 아이를 달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아이에게 묻습니다. “채원아, 오늘 뭐가 제일 재밌었어?” 분명 놀이터에서 놀았던 걸 얘기할 테지요.
아이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답합니다. “오늘 제일 재밌었던 건 차 타고 터널 지나간 거!” 뜬금없이 터널이라니요. 예상 밖의 대답에 가족 모두 크게 웃습니다.
아빠로서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이 늘 궁금합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어른인 우리도 한때는 아이였기에, 그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짬짬이 시간을 내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 나’를 찾아봅니다. 딸아이와 같은 6살의 나를 떠올리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니,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기억은 또렷해지고 엄마 냄새, 친구의 표정, 개울물 소리, 애지중지하던 장난감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마치 모든 감각이 6살로 돌아간 듯 세상이 새롭게 보이기까지 하네요. 꿈속 이야기인 것만 같지만 누구나 조금만 시간을 내어 몰입한다면 경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자, 이제 딸아이의 대답이 이해됩니다.
6살이던 내가 외갓집을 갈 때 가장 좋았던 게 ‘기차 타고 터널 지나가기’였으니 말이죠.
오늘도 6살의 내가 되어 딸아이의 세상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