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날은 우연찮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오랜만에 자유시간이라 뭘 할까 고민하다 고등학교 시절 푹 빠져있었던 pc게임을 한번 해보기로 합니다. 게임이 시작되고 오프닝 화면과 배경음악이 흘러나오자 옛 감성이 떠올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런데 몇 판을 내리 해보니 처음의 설렘은 온데간데 없고 금세 지루해집니다.
여러분들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예전에는 밤새는 줄 모르고 했었는데, 이제 그 정도는 아니야’라고 느끼는 일들이 있을 겁니다. 과연 처음 재미 그대로 즐길 수는 없을까요?
6살 딸아이를 떠올려봅니다. 딸아이와 노는 일은 늘 즐겁지만 그 즐거움은 그저 귀여운 아이를 ‘보는 데’서 오는 즐거움입니다. 정작 함께 하는 그 ‘놀이’는 무한히 반복되는 단순한 역할극이 대부분이죠. 오늘도 어김없이 이가 아픈 환자 역할을 10번 정도 반복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딸아이는 이 놀이가 정말 재밌는 걸까?’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니 딸아이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뛰어다니고, 친구와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고, 운동장에서 하루 종일 모래성을 쌓으며 놀아도 마냥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때처럼 즐겁지 않은 걸까요? 생각이 많아져서일까요? 무수한 세월에 감각이 무뎌져서 일까요?
6살 아이처럼 무한 반복되는 일에도 즐거움을 느끼고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난번에 먹어봐서 아는 맛이야’, ‘이 영화는 결말이 그럴게 뻔해’라며 스스로 감성을 무뎌지게 만든 지난날을 반성해 봅니다. 그리고 곰곰 생각해 보니 늘 같다고 여겼던 일상도 매 순간 새로움이 가득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다못해 어제와 다른 날씨, 어제와 다른 옷, 어제와 다른 출근길 풍경...... 새로움 투성입니다.
이런 생각의 끝에 다다르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가 아픈 환자 11번째’입니다. 10번이나 환자가 되었지만 11번째인 지금은 엄연히 10번째와는 다릅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금니가 아니라 앞니가 아픈 환자이니 새로운 환자인 것이 분명합니다.
아! 그리고 ‘무뎌짐을 경계하는 새로움 찾기’가 필요 없는 소중함도 덤으로 알게 되었네요. 봐도 봐도 감성이 무뎌지지 않는 딸아이의 웃는 얼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