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40년을 살면서 ‘육아’만큼 전심전력을 다한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전심전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그 힘듦도 나날이 사랑스러워지는 아이를 보며 모두 이겨낼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남자 체력으로도 버거운 육아는 종종 아내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요즘 저에게 아이가 가장 사랑스러운 순간을 꼽으라면 아침에 일어나 양팔을 뻗어 아빠를 찾는 장면인데요. 그럴 때면 아이를 포근하게 품에 안고는 “우리 딸, 잘 잤어?”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언젠가 조금 먼 곳으로 1박 2일 출장을 다녀온 일이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체력이 약한 아내가 지치지 않고 놀아달라고 투정하는 딸아이에게 시달린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돌아와 마주한 아내의 표정에서 그간 있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밤 아이를 재우고 아내의 노고를 위로하고자 야식에 맥주 한 잔을 마셨습니다. 아내는 둑 터진 듯이 딸아이와의 1박 2일간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는 흥 넘치는 딸아이의 귀여움과 다소 격한 외동딸의 투정이 담겨 있었는데요. 한 가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듣게 되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에 일어난 아이는 잠자리에 누운 채로 양팔을 벌려 엄마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안은 채로 거실로 나가달라고 떼를 썼다고 하더군요. 아침이라 손발에 힘이 없던 터라 아내의 머릿속에는 순간 ‘고비다’라는 생각이 스쳤고, '끙'하는 기합과 함께 3번의 시도만에 어렵사리 아이를 안았다고 합니다. 이내 아내가 원망 섞인 목소리로 저에게 말했습니다.
“자기가 그렇게 매번 안아주면 나 혼자 볼 때 너무 힘들어. 이제 스스로 잘할 나이니까 자립심을 키워주는 건 어떨까?”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훗날 아이가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합니다. 아이를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일이 아내에게 그리고 훗날 아이에게 모두 득이 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딸아이를 향한 사랑의 크기는 크면 클수록 좋겠지만 가족의 사랑은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것이기에 아내의 마음도, 딸아이의 마음도 잘 헤아려야 하겠죠.
내일 아침은 아이의 손을 잡고 잠자리를 나와 거실로 향하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딸아이의 투정은 각오해야겠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