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눈물은숨겨야 할것일까?
'넌 애가 뭐만 하면 우니?'
'그렇게 소심해서 어떻게 사니?'
'이것 가지고 그러면 어떻게 살려고?'
드라마 대사 같지만, 내가 자주 듣던 얘기다. 작은 것에 놀라고 감동받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상처 받는 아이였던 내가 자주 듣던 말이다. 집안 청소를 제대로 못해서 혼이 나고, 동생이랑 싸우면 맨날 나만 혼나고. 울면 운다고 혼난다. 어휴...
그렇다고 이 습관이 지금 고쳐졌을까? 아니오. 그 성격 어디 안 갔다. 얼마 전 퇴사를 할 때도 조용히 펑펑 울었다. 내가 생각한 것과 너무 달랐고, 버티자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았을 때는 이미 돌이키기엔 늦어버렸기 때문이다.
좀 더 일찍 그냥 내가 원하는 길로 갈 걸. 왜 굳이 한다 그래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시간은 시간대로 날렸을까. 생각할수록 눈물이 더 났다. 그렇게 퇴사 후 아버지에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퇴사를 할 것처럼 얘기를 하는 순간 극렬하게 말리셨다.
아버지의 모든 말씀이 이해는 됐지만, 딱 한마디에 내 눈물샘은 터져버렸다. '네가 그만두면 친척들이랑 외가에서 어떻게 보겠니?' 사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그렇게 친밀하지는 않았다. 거의 집에서 본 적은 없었고, 내가 새파란 애기 시절에 사업이 망하고 나신 후에 대리 운전을 하시다가 도박에 손을 대셨다.
어쩌면 그런 후회 때문에 더 강하게 말씀하셨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될까 봐 걱정하신 것이겠지. 또 내 마음을 후벼 판 것은 이제 네가 마냥 젊은 나이는 아니라는 것. 이건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 바꾸기에 화창한 나이인 것 같은데. 다들 할 수 있다는데. 왜일까... 그런 복잡한 생각이 더 들기 시작하면서 결국 제대로 터져버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누구나 눈물이 나는 순간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눈물의 느낌은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나의 눈물에 색깔을 넣자면 보라색? 정말 빨간색처럼 열심히 잘 살아보고 싶었다. 내가 이루고 싶은 가치를 찾아 나서고 싶고, 남들의 기준보단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내가 쌓아놓은 일들이 내 삶의 족쇄가 됐을 때, 내 인생이 누군가의 자랑으로'만' 여겨진다고 느낄 때, 그것을 알았지만 어디 가서 얘기할 곳도 없을 때, 내가 내가 아닌 듯한 느낌이 들 때. 내 마음속에서 시퍼렇게 젖은 눈물이 올라왔다. 그렇게 오만가지 감정이 올라올 때 비로소 나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 또래들에게 눈물은 당연한 감정 표현이 아니다. 특히 남자들에게는. 나에겐 더 그랬다. 남중, 남고, 공대, 군대.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렇지만 눈물은 꼭 필요하다. 모든 감정은 언제나 터질 준비가 돼있기 때문이다. 그 고름을 제때 없애지 못하면, 조금씩 문드러져 마음을 후벼 판다. 처음에는 미미해서 못 느끼지만 그게 터져 나올 땐 이미 늦을 때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눈물에 대해 관대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