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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bear Jun 04. 2021

27, 남, 울보

우리에게 눈물은숨겨야 할것일까?

'넌 애가 뭐만 하면 우니?'

'그렇게 소심해서 어떻게 사니?'

'이것 가지고 그러면 어떻게 살려고?'


드라마 대사 같지만, 내가 자주 듣던 얘기다. 작은 것에 놀라고 감동받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상처 받는 아이였던 내가 자주 듣던 말이다. 집안 청소를 제대로 못해서 혼이 나고, 동생이랑 싸우면 맨날 나만 혼나고. 울면 운다고 혼난다. 어휴...


그렇다고 이 습관이 지금 고쳐졌을까? 아니오. 그 성격 어디 안 갔다. 얼마 전 퇴사를 할 때도 조용히 펑펑 울었다. 내가 생각한 것과 너무 달랐고, 버티자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았을 때는 이미 돌이키기엔 늦어버렸기 때문이다.


좀 더 일찍 그냥 내가 원하는 길로 갈 걸. 왜 굳이 한다 그래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시간은 시간대로 날렸을까. 생각할수록 눈물이 더 났다. 그렇게 퇴사 후 아버지에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퇴사를 할 것처럼 얘기를 하는 순간 극렬하게 말리셨다. 


아버지의 모든 말씀이 이해는 됐지만, 딱 한마디에 내 눈물샘은 터져버렸다. '네가 그만두면 친척들이랑 외가에서 어떻게 보겠니?' 사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그렇게 친밀하지는 않았다. 거의 집에서 본 적은 없었고, 내가 새파란 애기 시절에 사업이 망하고 나신 후에 대리 운전을 하시다가 도박에 손을 대셨다. 


어쩌면 그런 후회 때문에 더 강하게 말씀하셨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될까 봐 걱정하신 것이겠지. 또 내 마음을 후벼 판 것은 이제 네가 마냥 젊은 나이는 아니라는 것. 이건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 바꾸기에 화창한 나이인 것 같은데. 다들 할 수 있다는데. 왜일까... 그런 복잡한 생각이 더 들기 시작하면서 결국 제대로 터져버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누구나 눈물이 나는 순간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눈물의 느낌은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나의 눈물에 색깔을 넣자면 보라색? 정말 빨간색처럼 열심히 잘 살아보고 싶었다. 내가 이루고 싶은 가치를 찾아 나서고 싶고, 남들의 기준보단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내가 쌓아놓은 일들이 내 삶의 족쇄가 됐을 때, 내 인생이 누군가의 자랑으로'만' 여겨진다고 느낄 때, 그것을 알았지만 어디 가서 얘기할 곳도 없을 때, 내가 내가 아닌 듯한 느낌이 들 때. 내 마음속에서 시퍼렇게 젖은 눈물이 올라왔다. 그렇게 오만가지 감정이 올라올 때 비로소 나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 또래들에게 눈물은 당연한 감정 표현이 아니다. 특히 남자들에게는. 나에겐 더 그랬다. 남중, 남고, 공대, 군대.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렇지만 눈물은 꼭 필요하다. 모든 감정은 언제나 터질 준비가 돼있기 때문이다. 그 고름을 제때 없애지 못하면, 조금씩 문드러져 마음을 후벼 판다. 처음에는 미미해서 못 느끼지만 그게 터져 나올 땐 이미 늦을 때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눈물에 대해 관대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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