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j언니가 베풀어준 마음

by 박현주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바로 j언니네 가게로 향했다.
나를 믿고 맡겨둔 인도원단이 급하게 필요하다 하셔서(원단을 사고 싶어 하시는 분이 있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르게 됐다.



J언니네 집은 정원이 예술이다. 경주에서 장미가 이쁜 집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마당하나에 집과 가게가 함께 있어서 언니의 출퇴근은 아주 용이하다.
소품샵과 커피숍을 함께하고 있기에 모닝커피를 주겠노라 하셔서 한걸음에 달려갔다.

2주 넘게 못 본 터라 참으로 반가웠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언니는 커피를 준비하신다고 집으로 들어가셨다. 커피숍이 아닌 집으로 들어가시는 걸 보니 다른 것도 준비하실 모양이다. '아침 안 먹길 잘했다' 며 속으로 다행을 외쳤다.

언니는 집으로 들어갔고 나는 정원을 누비며 활짝 핀 꽃들을 눈에 담고 사진에 담았다.
장미꽃은 거의 졌지만 여전히 예쁜 정원이었다.
알록달록한 꽃들 덕분에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정원 한 바퀴를 돌고 나서 커피숍 안으로 들어왔다.

창가에 있는 2인용 소파에 앉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포근한 햇볕, 고요한 공기, 오랜만의 여유에 행복감이 덩어리채 몰려왔다.

"아~~ 너무 좋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뱉어져 나왔다.


오래간만에 멍 때리기에 심취했다. 세상이 다 내 것인 것만 같은 이 부유함, 그 순간만큼은 억만장자가 부럽지 않았다.


잠시뒤, 언니의 두 손은 접시로 가득했다. 2번이나 왔다 갔다 하더니 긴 테이블이 금세 꽉 찼다.

"세상에나~ 나 이런 호사를 누려도 돼요? 우와~~ 잘 먹을게요. 저는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어요!!"라며 연신 행복해했다.

"남이 해주는 밥이 맛있긴 하지?"

"말이라고요~~~ 남이 해주는 건 뭐든 다 맛있어요."라며 말을 끝내자마자 따뜻한 커피로 일단 목을 축였다.


다음은 버섯수프였다. 알맞게 구워진 호밀식빵에 버섯수프의 조합이라니, 감미로운 맛에 정신을 잃을뻔했다.

바삭한 식빵을 조각내어 수프에 찍어 먹는 맛은 천상의 맛이었다. 수프의 촉촉함이 빵에 스며들어서 그런지 입안에 넣자마자 녹아 없어져버렸다.


아침엔 무조건 밥을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빵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이래서 브런치를 먹는가 싶기도 했다.

수프라면 결혼식장에나 가야 먹는 먹기 힘든 음식이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대접받으니 내가 귀한 사람이 된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함께 나눈 2시간 반 동안의 대화 속에서 많은 걸 배우고, 느끼고, 나누고, 되돌아보게 되었다. 앞치마 이야기와 사업이야기도 주고받으며 알차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나에게 주어졌던 여유로운 시간들과 극진히 대접받았던 음식들, 내 눈을 호강시켜 주던 꽃들, 아낌없이 베풀어주던 언니의 마음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아침의 여운이 밤까지도 지속되는 거 보니 나, 오늘 참으로 행복했었구나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