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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Dec 31. 2023

결단을 내렸다

나는 마을 작은 도서관에 총무를 맡고 있다.

그것도 작년 말에 갑자기 맡게 되어 여전히 버벅거리고 있지만 부족할지언정 최선을 다했다.


급작스럽게 잡힌 총회로 서류정리를 하는데 그동안 쌓였던 부담감들이 나를 괴롭힌다.

나는 이름만 걸겠노라 했지만 코로나에서 자유로워지다 보니 활동을 원하셨고, 거기에 맞춰 움직여야 했다.


2024년을 계획하며 '총무'라는 이름표가 계속 신경 쓰였다.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듯 도서관행사를 챙겨야 하고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여야 되는 게 총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때부터 부담감이 곱절로 쌓이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 가르쳐주는 이 없이 맨땅에 헤딩을 해가며 1년을 꾸려왔다.

수요 독서프로그램, 매달 공예수업, 문화탐방 및 아이들 관련수업등 내 딴엔 최선을 다했다.


오늘은 전 회장님과 대화를 하며 부담감이 최고치를 찍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챘다.


내년 계획을 세우라는 회장님의 전화에 결론을 내리기로 결심했다. 3년이 의무라지만 내 인생이 더 소중하고 귀하기에 이제는 그만 내려놓고 싶어 졌다.


큰일을 위해선 작은 것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도, 지혜도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주춤거릴 시간이 없었다.


부회장인 친구에게 내 마음을 전했다. 곧 회장님도 알게 되시겠지.

결단을 내린 것만으로 벌써 후련하다.






내년은 집중이란 걸 해보고 싶다.

비워내듯 집정리도 거의 다 끝냈고, 맡은 것도 일부 내려놓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여러 개를 한 번에 해내는 내가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지만 이제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싶어 졌다. 단순하게 살고 싶어 졌다.

미니멀라이프도 꿈꿔가면서.


이 결단이 내년을 위해 잘한 선택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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