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주 Jan 05. 2024

가슴 아린 아들의 중학교 졸업식

내 첫아이, 내 보물 1호의 중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일하는 엄마, 아빠, 할머니까지 일을 뺄 수 없어서 졸업식인데도 혼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 속상한 마음을 싣고 학교로 향했다.
매일 오던 학교 앞인데 내일부터 올일이 없을 거란 생각을 하니 괜스레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직접 가서 축하를 못해주는 게 내내 마음에 걸려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되뇌었다.

학교정문에 현수막이 붙어있을 거란 생각을 했고 사진이라도 남기자 싶어 주문해 두었던 꽃다발을 꺼내와 아이에게 안겨주었고 정문에서 사진이라도 남기자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아이는 괜찮다 했지만 말투에도, 표정에도 아쉬워하는 마음이 역력히 묻어난다.
학교 앞에 도착하니 현수막이 학교 안에 걸려있다.
아놔, 예상이 빗나갔다. 그럼에도 사진을 남겨야 된다며 열심히 찍어댔다.


중학교 졸업식 날 교문앞에서(생얼인거 안비밀^^;;)




그렇게  아이를 들여보내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엉엉 소리 내며 울었다.
얼마 번다고 일을 다니나 싶기도 하고, 평생 한 번인 날인데 애가 기죽을 것 같은 마음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아려왔다.
학교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았다.

너무 마음에 걸려 주차장에 도착해 아이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을까? 그랬길 바랐다.
'괜찮아'라는 답장 메시지가 왜 나는 안 괜찮아라고 느껴졌을까.

일하는 내내 아들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11시 반쯤 문자를 보내보니 아직 졸업식중이라는데 달려가고 싶었다. 박차고 뛰어나가고 싶었다.
이성적인 마음이 나를 잡아당겼다. 안된다고 말렸다.
그렇게 12시가 지났다.
아이는 친구들과 고기뷔페를 간다고 했다.
그 말에 일렁이던 마음이 조금씩 잔잔해졌다.





퇴근을 하고 가족외식이 있었다.
신랑이 아들에게 물었다.
"아빠엄마 안 가서 섭섭했어?"
"쪼금......"
말끝을 흐렸다.
옆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섭섭하지, 왜 안 섭섭했겠노"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친구들 엄마아빠가 너무 많이 와서 교실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어"
라며 대답했다. 아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더욱 미어졌다.
고기를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동생이 직접 만든 케이크(diy)



집으로 돌아와 아쉬운 마음에 아이스크림케이크를 꺼냈는데 동생이 오빠를 주겠다며 선물과 인형꽃다발, 거기에 직접 만든 케이크라며 내밀었다.

할머니께서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마음이 이쁘다"라고 하시며 딸에게 용돈을 하사하셨다.
미안함에 아빠는 아들에게
"이걸로 마음이 달래 지지 않겠지만 받아라"라며 봉투를 건넸다.


마음을 주고받은 뒤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다시 한번 졸업을 찐하게 축하했다.
가족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달콤한 시간을 즐겼다.
입을 즐겁게 해 준 뒤, 졸업앨범을 보며 친구들 이야기, 여행 갔던 이야기, 체육대회 이야기, 사진 찍을 때 있었던 일등등 지난 시간들을 기억에서 끄집어내며 함께 공유했다.
참 따뜻하고 행복했다.





나에게 아침은 슬픔이고 애달픔이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밤에도 그 마음이 다 가신 것은 아니지만 아이와 함께 웃고 즐겼다.
아이의 웃는 모습에 얼어붙었던 내 가슴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아이가 웃어주는 게 고마웠고 감사했다.
쉽지 않은 3년이었지만 무사히, 건강히 지내고 졸업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도 일어났다.



앞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한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리라.
지치지 않고 힘내서 걸어갔으면 좋겠다.
자갈밭길을 가든, 가시덤불 길을 헤치고 가든, 엄마가 늘 함께 해줄 거라 이야기하고 싶다.

"승아, 졸업을 축하해!! 3년 동안 고생했어. 너의 앞날을 누구보다 뜨겁게 응원할게!!  힘내!! 그리고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 응급실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