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살고 싶어.”
너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말하곤 했다. 말해왔다.
말하지 않았지만 말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나는 무엇을 말해줄 수 있었을까.
죽지 말라는 말?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
그런 말은 별 의미가 없다. 와닿지 않을게 뻔하다.
죽을 방법을 헤매는 사람에게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말은 너무나 허망하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날이 많은 나는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죽고 싶니. 그만 살고 싶니. 살아갈 힘이 없니. 사는 게 힘이 드니. 사실 나도 그래.
그래도 살아있으면 맛있는 차도 마시고 거기에 달콤한 디저트도 곁들이고 만년필도 쓰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활자가 채워진 한 페이지에 마음이 설레고, 글 한 줄에 살아갈 힘을 얻고
3분 정도의 음악으로 콧노래를 부를 수 있고
가끔 만난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돌아오면서 약간의 서글픔도 느끼고
또 어느 날은 이유 없이 눈물이 나거나 해도
그게 모두 살아있어서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면 좀 더 살아있어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밤에는
그만 살고 싶다면 그래도 좋지 않겠니 싶기도 하고.
내가, 우리가 너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 선택이라면 나는 태어나지 않았음을 선택했을 거야.
죽음도 선택이라면 어느 날의 나는 망설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
내 한 몸 쉴 공간을 점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영원히 쉬고 싶어지고는 한다.
그래도 매일의 대화가 즐거우니까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니까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가끔의 선물 같은 나날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그리고 그 나날 안에 네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