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져본 적 없는 가장 흰옷을 착착 털어서 각을 잰 듯이 반듯이 입고
허공을 가르겠어요.
석류 알을 한 움큼 집어 바닥에 흩뿌리듯이
그렇게 알알이 부서져 나가겠어요.
그대야 나는 단 한 번도
살아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여름의 빗발치는 햇살에 타오르는 그림자에 숨어들고
가을의 낙과에 지나가다 맞아 멍들면서 무엇을 위해 견뎠을까요.
겨울의 빙판길에 거꾸로 넘어지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바빴네요.
봄에는 흰옷을 해 입겠어요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두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