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임경 Oct 30. 2023

박사 과정 진학 이유

주신 질문에 대한 답변(1)

* 답변이지만, 평소와 같이 평서형으로 답변을 드립니다.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에 있다가 자퇴를 했다. 자퇴를 한 에피소드는 <안녕? 질병코드 F313>에서도 간단하게 언급하기도 했었는데, 정말 섣부른 판단이기는 했다. 나를 무시하는 것을 참지 못해서 그 자리에서 그만뒀다. 사실 그 배경이 조금 있다. 


대학원에 가면 교수에 따라 사업을 하기도 한다. 사업을 하고 나면 아래에서 일을 해줄 과정생들이 필요한데, 나는 그 당시 30만원 돈을 받고 일을 할 처지는 아니었다. 학원 강사를 하면 씀씀이가 커지는 터라 30만원으로 한 달 생활은 턱도 없었다. 그래서 거절을 했더니, 그 뒤로 교수와 사이가 안 좋아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최근에도 누가 뭐라고 해서 기분을 상하게 하는데, 대체로 그 종류가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하는 것'의 선을 넘을 경우에는 참지 못한다. 절교도 거침없이 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선'이 있어서이다.


아무튼, 박사과정 진학은 그렇게 무산됐다. 국어국문학 전공을 해서 어디로 진학하나 싶었다. 그러다가 한 사설 프로그램에서 글을 써서 책을 내게 됐다. (홍보 아님! 홍보였다면 제가 여기에 그 회사 이름을 적었겠죠.) 지금은 거기에서 일하고 있지 않은 J 작가님과 글을 쓰게 되었다. 벌써 2년도 더 된 이야기이지만.


주제가 자유로운 편이라 쓰고 싶은 소설을 썼는데, 그러다보니 두 편을 쓰게 됐다. 하다보니 회사에서 합평 모임도 주최를 하고 있길래 합평도 하다보니 소설을 쓰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라앉게 되었다.


그런 뒤 석사 논문을 다시 펼쳐볼 날이 생겼다. 라면 받침으로만 쓰고 있었는데, 그것을 펼쳐보니 글을 쓰기 전과 후에 내가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을 잘 쓰고 못썼는지,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였다. 


문학 전공자이다보니 이런 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또 충동적으로 박사과정을 넣은 것 같다. 그렇게 지금 박사과정에 다니는 중이다.


지금의 과제 양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았었다. 과제는 주에 한번 발표, 한편 쓰기 정도가 평균이고 그 사이에 소논문과 소설을 꾸준히 갈고 닦아서 최종 과제 제출물로 내야한다. 이 과정에 쉽지는 않은데, 사실 공부를 하는 데 재미를 붙이고 나니까 또 어렵지 않다. 아마 내 방어기제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 방어기제는 회피와 승화로 나왔다. 회피는 공부로, 승화는 글로. 이게 자리잡은 나의 방어기제인지라 공부를 하면서 피하기만 하고, 글쓰면서 겨우 달래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어쩌면 더 학위과정이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양극성 정동장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나는 아무래도 성취감이라고 할 것 같다. 그래서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조금은 무리 중이지만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기도 한다.




몇 편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해당 메일에서 몇 가지 함께 대답을 하기 좋은 것들에 대해 간단히 기술하였습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메일을 열어둘 것 같아요.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창은 아래의 글에만 열어두도록 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박사과정일기> 관련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