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이번에는 나와 무관하다. 작년에는 우체국에 접수하고 꽤 오랫동안 기사를 찾아봤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몰아닥치는 과제와, 수료해야한다는 우선순위 때문에 신춘문예는 잠시 '그들만의 리그'가 되었다. 다 고쳐쓰지 못한 글은 몇 개씩 되는데, 그대로 모셔져 있다. 이번 방학때 고쳐써야 한다.
요즘은 만다라트 쓰는 재미에 빠져있다. 만다라트는 (검색하면 나옵니다 검색찬스 쓰기) 내가 원하는 목표를 세분화하는 것인데, 얼핏 보면 마인드맵이랑도 비슷하다. 8개의 항목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은 있지만 사실 그정도는 강박 축에도 끼지 못한다. 한 번 쓰고 나면 끝인 것 같지만, 쓰고 나서 계속 들여다 봐야 한다. 왜냐하면 겹치는 경우가 있고, 또 내가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목표가 있으며, 너무 거창한 목표가 있을 때도 있어서이다.
만다라트에서 내가 매번 고민하는 항목은 '건강'이다. 약을 먹고 있고, 강도 높은 과제를 하다보면 운동하기에 힘든 컨디션이 될 때가 있다. 문제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운동 계획을 짜는데 정말 쪼잔한 것부터 큰 것까지 짜야한다. 종아리 운동부터 시작해서 스트레칭, 동네 산책, 그리고 몸을 크게 움직이는 여러 동작까지. 대체로는 스트레칭까지만 하면 양호한 편이다. 매번 큼지막한 운동은 실패한다.
그러고나서 이번에 새로 고민하게 된 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목표를 정확히 어디까지 잡아야하는 것인지 계속 고민하게 된다. 나는 유사과학 신봉자(?)라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타로카드를 뽑는데 - 와중에 이것도 돈 아깝다고 직접 배워서 상담사 1급 자격증까지 땄다 - 그러고나면 늘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이거 카드가 알고보면 악의 기운을 끌고 다니는 거 아닐까? 하는 정도이다.
목표를 새로 설정하는 데 있어서 사실 가장 도움이 되는 건 친구다. 문제는 내 친구들은 이제 결혼을 했거나,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나의 이 글쓰기 목표 같은 건 돈이 안되는 비현실적인 문제가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내가 글을 쓴다고 하면 '대단하다'라고 하는데 그 대단하다도 중의적 표현이다. 아직까지 하는 게 대단하다, 그런 걸 하는 게 대단하다. 쓰고 보니 뭐 하나 그렇게 긍정적인 의미는 아닌 것 같다.
교수님과 상의할 만한 문제는 아무래도 아니라서 내내 혼자 고민을 안고 있다보니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때도 많아지는 것 같다. 나같은 강박증 환자에게는 멍때리는 게 자연스럽고 좋은 현상이라고 하지만, 사실 머리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나의 목표를 어디까지 세워야 나는 이 만다라트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때 스카이 진학을 목표로 삼았던 것처럼 목표롤 세우고 공부를 한다고 이루어지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연말콘서트도 그냥 물건너 갔다. 소식도 없다. 그러니 회고록은 얌전히 집에서나 쓰게 생겼다. 만다라트를 완성하고 나면 회고록 작성을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