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랑 Jun 04. 2024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2

집사 일지(66)

 시엘이의 반려동물로 물고기를 들인 지 1년이 넘었고, 그 사이 무탈하게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습니다. 시엘이가 하루에도 몇 번은 물고기를 보러 오기 때문에 수조 옆에는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물컵도 놓아두었습니다. 물을 마시다가 입 맛을 다시는 듯한 모습을 보았지만 기분 탓이겠지 하고, 넘겼습니다.


 처음에는 시엘이와 물고기의 안전을 위해 출근할 때는 안 방문을 닫고, 다녔습니다. 시엘이가 사고도 안 치고, 물고기를 바라만 보았기 때문에 신뢰가 쌓여 문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이 싫은지 닫힌 문 앞에서 문을 긁거나 종종 울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아내에게 시엘이의 이중생활이 들켰습니다. 시엘이가 수조 앞에 앉아서 손을 그루밍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손톱을 이로 물어뜯으며, 다듬기 시작합니다. 아내는 뭐 하는 건가 싶어 저에게 보여주려고 촬영을 합니다.


 손톱을 다듬고 수조 뚜껑에 공기구멍으로 손을 쑤욱 넣습니다. 물고기들은 날렵하게 피해 다니고, 물에 젖는 걸 싫어하는 시엘이는 손을 재빨리 빼서 그루밍을 합니다. 쉽게 포기가 안 되는지 다시 손톱을 다듬습니다.

 운동을 끝내고 방으로 들어오는 저의 인기척에 놀란 시엘이는 자신의 완전범죄를 꿈꾸며, 후다닥 도망을 갑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너의 범죄현장은 다 촬영이 되었단다, 시엘아.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8973224292dc489/328

작가의 이전글 두 달 13.6Kg 감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