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애달픈
11월 27일, 첫눈이 올 거라고 예보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진눈깨비 같은 눈이 올 줄 알았는데, 폭설 주의보를 동반한 눈이 왔습니다. 새벽부터 내렸는지 출근길은 이미 온통 눈밭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눈이 오면, 친구들과 눈싸움을 할 생각에 마냥 좋았는데 어른이 되니 출퇴근길을 걱정하게 됩니다. 안 그래도 지하철 파업 중이라 버스마저 제대로 못 다니면 지하철에 인파들이 더욱 몰릴 것입니다.
이런 어른의 걱정에 아랑곳없이 흰 눈은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10월, 11월에도 날씨가 따뜻해서 단풍이 늦게 진 덕분에 눈꽃 속의 단풍을 보게 되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눈꽃과 단풍이라니 안 어울릴 것 같은 단어의 조합이었지만, 눈으로 마주하니 더할 나위 없이 조화롭습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조합의 향연을 더욱 오래 기억하고자, 눈이 펄펄 내림에도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걸었을 뿐인데, 금세 눈으로 덮입니다. 펄펄 내리는 눈 속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습니다. 눈에도 담고, 사진으로도 담습니다.
물론 모두가 눈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눈길을 쓰는 분들도 있고, 나뭇잎에 맺힌 눈으로 가지가 꺾일까 봐 장대를 이용해서 눈을 떨어뜨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나뭇잎이 떨어지지 않아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꺾인 나무들도 하나 둘 보입니다. 상한 가지들은 가지치기를 당해서 한 구석에 모여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식물들도 이러한데, 월동 준비를 채 마치지 않은 동물들은 어땠을지 걱정이 됩니다.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고, 언제 그랬냐는듯 포근한 날씨에 눈이 사르르 녹았습니다. 12월을 맞으며, 지난 눈꽃을 회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