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에 서해에 간 일이 있었다.
썰물 때를 맞춰서 바닷길을 걸었다.
갈매기 줄 새우깡 한 봉지를 들고.
하지만 갈매기는 보이지 않았다.
갈매기를 가까이서 보려고 산 새우깡인데
갈매기가 없으니 내 입으로 들어갔다.
아쉬운 마음에 허공에 새우깡을 하나 던졌다.
그런데 어디서 소문이 난 것인지
한 마리, 두 마리 날아오기 시작했다.
두 마리는 네 마리가 되고
네 마리는 열 여섯마리가 되고
열 여섯마리는...아무튼 순식간에
엄청난 갈매기 떼가 모였다.
우리는 갈매기들을 향해 새우깡을
한 움큼씩 쥐어 던졌댔다.
갈매기들이 맹렬하게 다가왔다.
더 높게 던지고 싶어서
더 힘껏 던졌다.
자세히 보니 갈매기들은
새우깡으로 싸대기를 맞고 있음에도
굴하지 않고 새우깡을 향해 달려들었다.
새우깡으로 싸대기를 맞아도
굴하지 않고, 뺨 한번 쓰다듬지 않고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그런 갈매기의 맹렬함이
그 날의 바다로 남았다.
요즘의 나는 갈매기보다도 못한 것 같다.
예전엔 그림 좀 그리게 해달라고
그렇게 달님 별님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떼쓰고 조르고 귀찮게 굴었는데
지금의 나는 조나단 보다도 못하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맥주에 새우깡을 한 봉지 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