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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Apr 19. 2018

새우깡 싸대기

지난 3월에 서해에 간 일이 있었다.

썰물 때를 맞춰서 바닷길을 걸었다.

갈매기 줄 새우깡 한 봉지를 들고.

하지만 갈매기는 보이지 않았다.


갈매기를 가까이서 보려고 산 새우깡인데

갈매기가 없으니 내 입으로 들어갔다.

아쉬운 마음에 허공에 새우깡을 하나 던졌다.

그런데 어디서 소문이 난 것인지

한 마리, 두 마리 날아오기 시작했다.


두 마리는 네 마리가 되고

네 마리는 열 여섯마리가 되고

열 여섯마리는...아무튼 순식간에

엄청난 갈매기 떼가 모였다.


우리는 갈매기들을 향해 새우깡을

한 움큼씩 쥐어 던졌댔다.

갈매기들이 맹렬하게 다가왔다.

더 높게 던지고 싶어서

더 힘껏 던졌다.


자세히 보니 갈매기들은

새우깡으로 싸대기를 맞고 있음에도

굴하지 않고 새우깡을 향해 달려들었다.


새우깡으로 싸대기를 맞아도

굴하지 않고, 뺨 한번 쓰다듬지 않고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그런 갈매기의 맹렬함이

그 날의 바다로 남았다.



요즘의 나는 갈매기보다도 못한 것 같다.

예전엔 그림 좀 그리게 해달라고

그렇게 달님 별님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떼쓰고 조르고 귀찮게 굴었는데

지금의 나는 조나단 보다도 못하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맥주에 새우깡을 한 봉지 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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