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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Jan 18. 2022

혼자라는 즐거움

갈수록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빈도수가 늘어난다. 어릴 적부터 독립적인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혼자 보다는 함께 일 때가 더 즐겁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어느 기점으로 홀로 있는 것의 매력을 깨닫고 상황적으로도 홀로 있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혼자 있는 시간, 나만의 시간 즉 Me time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늘 혼자서 무언가를 곧잘 하고, 훌쩍 떠나버리기도 하는 나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은 혼자 가면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냐고 물었다. 답은 반은 Yes, 나머지 절반은 No이다. 혼자 있어도 할 것은 무궁무진하고 장점이 무척이나 많다. 여행을 가도 혼자 간다면 조금 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일정이나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고 마음이 끌리는 대로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쉽다.


외로움의 영역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혼자 있으면 외롭다기보다는 고독한 게 사실이다. 아직은 고독을 즐기는 레벨은 아니라서 마음이 불안정할 때 홀로 여행하면 고독이 선물처럼 나를 습격한다. 혼자 있다는 쓸쓸함, 공허한 마음의 틈을 파고드는 고독이라는 사치. 하지만 이 역시 혼자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감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혼자된다는 것의 매력에 한층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어차피 사람은 혼자 와서 혼자 가게 되기 마련이다. 때로는 이 사실 자체가 위로가 된다. 사람에게 지쳤을 때,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게 힘겹다고 느껴서 도망치고 싶을 때. 약해질 때마다 나를 찾아오는 것은 외로움이 아닌 혼자에 대한 갈망이었다. 함께 있는 것도 즐겁지만 홀로 있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좋다고 느끼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본질이기 때문이 아닐까.


‘도시는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라는 명제는 결국 회색빛의 도시에서 사람들이 스스로와의 연결보다는 타인과의 연결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스스로와의 화해, 내 마음으로의 연결, 내면으로의 여행. 물론 우리는 평생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람에게 제일 어려운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단 스스로의 내면에 접근하다 보면 타인과의 연결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게 된다. 내가 아무리 사랑해도 나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고, 다른 사람은 내가 될 수 없다. 세상에 제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 중에 하나다. 어차피 평생을 외로움에 시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스스로의 고독을 마주하는 것은 어떨까.


예전에는 나도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고독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고 싫었다. 생각해보면 두려웠기에 막연히 싫었던 게 아니었을까. 용기를 내서 내 안의 두려움과 고독을 마주하고 나니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내 예상보다는 덜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 나 같은 걱정형 인간이 줄곧 하는 최악의 가정은 그 어떤 것 보다도 강력하다는 사실도. 머릿속으로는 나에게는 나 자신이 제일 좋은 친구가 되어 줘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나’라서 나의 모든 약점과 모순된 부분, 내가 버리고 싶어 하는 나쁜 면까지 모조리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모두 감싸면서 제일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기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자의 반, 타의 반 계속해서 홀로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나 스스로가 계속 혼자이길 자처하면서 조금씩 ‘나’와 친해지기 시작했고 내 안의 수많은 고독의 방을 수없이 들락날락거리면서 그 안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어느 방은 내버려 뒀고, 어느 방은 내 취향의 물건들로 채워 넣었다. 그렇게 혼자라는 것의 환희와 고통을 동시에 알아갔다. 함께 있다는 것의 장점이 수도 없이 많은 것처럼 혼자 있는 것의 즐거움도 무궁무진하다. 나에게 가장 크게 와닿는 것은 뭐든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다. 혼자 있다면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고 그 누구의 의견도 필요치 않다. 오로지 나 자신의 동의만 있으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급 선회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무것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고 그 어떤 것도 쉽지 않은 이 세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내가 원한다면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게 바로 혼자가 된다는 선택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멋진 일이 아닐까?


혼자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느낄 때면 속으로 생각하곤 한다. 혼자 있다는 것의 매력을 모르는 것이 참 안타깝다고. 사람은 원래 혼자 있어도,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완전하다. 나의 반쪽이라는 건 내가 잃어버리거나 혹은 묻어두고 있는 내 마음의 반쪽을 되찾을 때만 쓸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반쪽은 그 의미가 전적으로 다르다. 그 자유로움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느껴본 사람이라면 절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Being alone doesn’t mean being lonely. But it is just that you can explore yourself far further, making the range of your own world expand.

홀로 있다는 것은 외롭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단지 내 세계를 조금 더 깊게 탐구하고 그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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