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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Mar 14. 2022

결심은 무척이나 쉽고 행동은 그보다 훨씬 어려워서

무엇이든 결심은 무척이나 쉽고 구체적인 행동이나 실천은 그 보다 훨씬 어려워서 대게 늘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원하지만 눈앞에 놓인 끝없는 일들과 의무들을 마주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넘어야 할 커다란 산을 앞에 두면 내 자아는 무척이나 작아진다. 매일 마주하는 나의 한계, 단점, 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과 그것을 넘어서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증까지. 동기 Motivation 은 그 무엇보다도 강력하지만 그와 비례해서 무너지기도 무척이나 쉽고 의지 Willpower는 애초에 종이 한 장만큼이나 얇고 너무도 간단하게 구겨진다. 그럼에도 동기와 의지를 발판 삼아 몇 번이나 다시 일어나고,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불안한 발걸음을 하나씩 옮겨본다. 요즘은 무척이나 어려운 시대이자 누군가에게는 그동안의 판도를 모두 뒤집을 수 없는 기회의 시대 임에 틀림없다. 모든 것은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코로나라는 물리적, 시대적 변화는 많은 것을 가속화시켰다. 그 가운데서 어떻게 하면 바로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매 순간 정보의 바다에 허우적거리면서도 역설적으로 늘 갈증과 결핍에 시달리는 이유는 너무 매몰되서일까, 아니면 한 겹의 보호막조차 통하지 않아서일까.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는 게 참 무섭다. 요즘 추천에 뜨는 영상들은 죄다 ASMR, 플리, 운동, 독서 관련 영상뿐이다. 아주 가끔 일상 Vlog 정도. 그 무엇보다도 정확히 요즘의 내 취향과 취미를 아주 솔직히 반영한다. 주말에는 외출이 극도로 줄었고 집이나 혹은 코로나가 심하지 않은 때 주변 카페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것에 한층 더 익숙해지고 몰입하고 있다. 주중에는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부업으로는 매일 책을 읽고 공부하고 글을 쓴다. 어떻게 보면 목가적인 삶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런 삶의 형태가 마음에 든다. 여행을 못 가고 외출을 하면 하루 종일 답답하게 마스크 안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걸 제외한다면 지금만큼 나 홀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여유롭게 가질 수 있는 때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여유는 별로 없다. 워낙 벌려놓은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데다가 하는 것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홀로 된 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해지는 것이다. 혼자 있지만, 혼자 있지 않기 때문에.


이번 주말에는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벌써 밀려버린 공부를 해야 하고 미뤄둔 책도 읽을 예정이다. 아침 열 시에 여는 동네 빵집에 열한 시쯤 내려가서 커피와 빵을 사고 난 뒤 부러, 먼 길로 돌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 뒤에는 커피를 마시며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겠지. 저녁에는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를 하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미뤄놨던 유튜브 영상들도 볼 것이다. 일요일은 대부분의 시간을 낮잠으로 보내게 될 거고, 자기 직전에 일주일의 계획을 짜게 될 거다. 그렇게 아쉽게 주말을 흘려보낸 뒤에는 다시 출근을 해서 내 삶을 지키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겠지. 눈에 뻔히 보이는 삶이자 일상이지만 가끔 느낄 수 있는 여유와 충만함으로 매일의 반복을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다. 매일이 버겁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즐겁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 제일.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약간은 더운 바람, 힘차게 돌아가는 선풍기, 의미 없이 틀어놓은 여름 플레이리스트, 내 앞에 놓인 미지근한 레몬티. 모두 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다. 애정 하는 것들로 둘러싸인 이 순간이 행복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행복을 말해야 하나. 그래. 적어도 지금의 나는 무척이나 완전하고 진심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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