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나와 결이 맞는 사람도, 맞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회사의 규모에 상관없이 회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만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딪히게 되고 그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한계점을 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번 느끼는 점은 단 한 가지다. 바로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 노력하자’는 것이다. 사실 나도 아직 잘 되지 않아서 이 문장은 스스로 수 없이 되뇌는 말이기도 하다.
본인을 무조건적으로 몰아붙이거나 과도한 자기 검열은 좋지 않지만 스스로가 평소보다 예민하다고 느낄 때 혹은 골치 아픈 일이 생겼을 때, 업무가 과중해졌을 때는 한 번씩 한 발자국 떨어져서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본인에게 브레이크를 걸거나 아주 잠시의 틈을 주는 것이다. 너무 앞만 보고 달리면 사소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 상황이 버거워지면 본래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본인의 한계점에 쉽게 도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감정적인 부분이 증폭된다. 최대한 티 안 나게 노력한다고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나 본인의 고뇌가 내가 촘촘히 둘러놓은 장막 사이로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자의도 타의도 아니고 아주 자연스럽게, 나도 모르게. 세상에 완벽한 은닉이란 것은 없다. 마음 챙김이 중요해지는 포인트가 여기에도 있다. 무조건 통제하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내 상태를 알아차리고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내 상태는 요즘 어떻지?
- 일은 잘 돼가고 있나? 업무의 방향성은 어떻지?
- 안 풀린다고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굴고 있지는 않나?
-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무엇이지?
- 무조건 잘하려고 애쓰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건 아닌가?
한 번이라도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본 사람이라면 무의식 중에 안 좋은 기억을 갖게 마련이다. 주변에 예민한 사람이 있으면 그런 경험은 알게 모르게 무의식 중에 아주 많이 쌓여 있을지도 모른다. 알고도 자제가 안 되는 건지, 본인이 그런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업무에 있어서 감정적으로 구는 사람을 아주 많이 보고 있다. 본인의 커리어 고민이나 개인사는 스스로의 안에서 끝내야 한다. 기계나 로봇처럼 모든 감정을 배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공과 사 구분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내가 힘드니까, 내가 하기 싫으니까, 내가 지금 저 사람이 싫으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감정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본인의 수준이 그 정도라고 광고하는 꼴이다. 회사에서는 아무리 친해도 엄연히 공적으로 엮여 있는 사이인데 본인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선을 넘거나 본인의 모습은 돌아보지 못하고 타인의 탓을 하는 사람을 수도 없이 보았고, 보고 있고, 앞으로도 볼 것이다. 그것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내 중심이 있어야 한다. 내 감정은 나의 일부분일 뿐, 내가 아닌데 왜 자꾸 그게 태도로 발현되어 감정이 곧 '나'처럼 보이게 만드는가.
회사는 회사일뿐이다.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찰나 느낀 감정으로 인해 그게 태도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그 잔해를 주변인들이 깨달을 정도라면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내가 생각해보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로 그러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번쯤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 강조하지만 검열이 아니다 '점검'이다. 팩트체크처럼 스스로가 요즘 어떤 상태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고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무엇인지, 내가 최근에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건 결국 마음 챙김, 더 나아가 스스로를 돌보는 것과도 연결된다.
지나치게 감정의 기복과 표출로 제일 많이 마음과 정신이 상하게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자책감,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뒤 나를 찾아오는 창피함과 공허함. 누구보다 나를 위해,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내가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어지기 전에, 나를 다 잡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