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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키그레이 Feb 19. 2024

2박 3일 로키산맥 투어[2]

여행 속 여행

여행을 가면 조식을 시키지는 않는다. 밥보다는 잠을 더 자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패키지투어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어서 꾸역꾸역 일어났다. 조식엔 메이플시럽과 팬케이크가 있었다. 펜케이크에 메이플시럽을 쭈욱~ 뿌리고 커피 한 잔과 같이 먹었다. 엄청 달 것 같았던 메이플시럽은 생각보다 달지 않았다. 메이플시럽을 가득 뿌려 먹는 이유가 있었다.


이른 조식을 먹고 다시 투어는 시작되었다.


로키산맥 중 가장 잘 알려져 있을 '레이크 루이스'호수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 제일 먼저 보인 건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호텔이었다. 저긴 1박에 얼마일까?를 생각하며, 아침에 창 밖으로 보이는 호수의 전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유명한 관광지인만큼 로키산맥의 다른 호수와는 달리 사람들이 많았다.


'레이크 루이스'호수는 멀리 있지 않았다. 도로 바로 앞에 해변과 바다가 있는 해운대처럼, 호수는 가까웠다. 얼지 않은 호수는 잔잔했다. 호수와 흰 눈이 내린 산은 햇빛을 더욱 쨍하게 반사시켰다. 양 쪽에 있는 산의 능선이 시야를 중앙으로 집중시켜 주었고, 그 중앙으로 멀리 또 다른 산이 배경처럼 놓여있었다. 그 산을 배경으로 우리는 사진을 찍었고, 옆으로 이어진 길로 산책을 했다.


자연 풍경이 아름다운 건 왜 아름답다고 느끼는 걸까? 무수히 많은 자연 풍경들 중에 유독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풍경은.... 왜 사람은 그것들을 아름답다고 생각할까?


그 웅장한 풍경은 그와 다르게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에 가 보면, 호수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눈도 흩날리고 있고 무척이나 싸늘한 추위가 있는 이 공간이지만, 멀리서 보면 너무나도 잔잔하다. 태풍이 오기 전에 날씨가 맑다지만 이곳은 태풍마저도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이라면 내면의 감정이 늘 흩날리다가 어느 순간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고 나의 생각을 흔들지만, 태산같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오라를 내뿜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안정감을 보면 내가 다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평온해진 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는 했다.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평온한 풍경이 내 마음에 평온을 주고 그로 인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풍경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지 싶다.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에 대한 답을 이끌어내기엔 아직 나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고, 사람에 대한 관심도 적고, 내면의 성찰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오랜만에 마음의 평온을 얻고, 투어는 벤프로 향했다.


캐나다 여행을 떠올리면 나는 벤프를 먼저 떠올린다. 벤프의 입구는 10미터로 되지 않는 다리(사실, 나는 길이에 대한 감각이 없어, 그저 아주 짧다를 표현하고 싶었다.)가 계곡 같은 냇가 위에서 우리를 맞이한다. 레이크 호수만큼이나 뻥 뚫린 풍경에 정면으로 산이 진짜 배경처럼 걸려있다. 영화 세트장에 배경으로 깔아 둔 천막처럼 굉장한 이질감을 느꼈다. 다리를 건너면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실제로 낯선 곳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출처 : 픽사베이)


놀랍게도 밴프에는 한국식당이 있었다. 감자탕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낯설다고 느껴진 곳에 있는 익숙한 음식은 그곳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마법과도 같았다. 점심을 먹고 밴프에서 2-3시간 자유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투어에서의 자유시간을 정말 귀한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적응되어 버린 밴프는 자유시간을 다 누리기에는 그리 크지 않았다. 발 가는 대로 걷다가 들린 박물관은 문을 닫는 중이었고, 밴프 오면 먹어봐야 한다는 COWS 아이스크림은 이 추위에 먹을 수가 없었다. 돌아다니다가 A와 나는 간식거리를 사기로 했고, 나는 카페에서 닭가슴살 샌드위치를 하나 샀다. 다행히도 밴프에도 상가가 있어서 살게 있나 쇼핑도 하고, 계속 마을을 돌아다녔다.


밴프를 들어갈 때 느낀 놀라옴과 달리 나올 때는 어서 숙소로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밴프에서의 자유시간이 생각보다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때 느낀 그 낯선 감정은 '여행'을 생각하면 꼭 떠올리게 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들린 휴게소에서 A는 로키산맥의 빙하로 만들었다는 맥주 '코카니'(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검색해 봄)를 샀다. 맛을 떠나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맥주였지만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굳이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맥주네."


숙소에서 A는 반신욕을 하면 맥주를 마셨는데, 후기를 물어보니 그냥 맥주라고 했다.


경이로웠던 풍경으로 시작한 하루는 소소한 경험들로 깔끔하게 마무리된 날이었다.


투어의 마지막날...


다시 벤구버로 돌아가는 길에 점심으로 버펄로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전까지 나는 스테이크를 아마 먹어본 적이 없었지 싶다. 아웃백에도 가지 않았었고, 뷔페에도 가지 않았었다. 그 당시에는 비교할 수 있는 스테이크가 없었기에 좋은 스테이크인지는 판단할 수 없었지만, '맛있네'하고 먹었다. 지금도 그 맛이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엄청 맛있었던 건 아닌듯하다. 고기맛을 모르는 나에겐 A가 먹은 그냥 맥주인 '코카니'처럼, 버펄로 스테이크는 그저 고기였던 것이지 싶다.


투어의 마지막은 역시 상품 홍보(오메가 제품이었지 싶다.)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들어도 되고 안 들어도 된다고 해서, 어차피 살 돈이 없는 나와 A는 근처 맥도널드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런 투어프로그램에 제품 홍보를 하는 가게를 소개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호구되지는 말자! 했기에 사지 않았지만, 최근에 돈을 벌면서 갔던 여행에서는 당당히 호구가 된 내 모습을 보면서 나도 참 잘 휘둘리는 사람이구나를 깨달았다. 새삼스럽게도 어렸을 적의 나는 주관이 매우 뚜렷했음을 깨닫게 된다.


밴쿠버로 돌아오는 길은 그리 멀지 않은 느낌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밴쿠버는 3일 전에 잠깐 있었다는 이유로 익숙해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여행 속 작은 여행을 한 느낌이었을까.


투어를 함께한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로키산맥 투어는 끝이 났다.


밴쿠버에서 하루 더 있다가 우리는 동부로 바로 넘어가 퀘벡에서부터 토론토까지의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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