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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

by 지니샘

언어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지만, 언어로라도 표현하고자 글을 쓴다. 담아내지 못하는 말들이 많아 갈수록 아쉽다. 어제는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23일을 마무리하며 24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잠을 자려다 부모님만의 하루를, 기념을 축하하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내가 좋아하는 형식으로 시를 썼다. 메시지 예약을 걸어두고 잠을 자려고 누우며 메시지에 못다한 마음을 펼쳤다 접었다 했다. '나는 부모님과 같은 부부가 될 수 있을까? 되고 싶다!' 라는 꿈을 꾸게 해주는 두 분을 향한 마음이 다 들 수 없을만큼 크다. 감사하다, 사랑한다 라는 네 글자로 압축하기에는 알알이 풀어 헤치고 싶은 마음이다. 보여드리고 싶어서. 추워진 날씨에 몸을 에워싸다 휴대폰을 들었다. '엄마가 감동 받아서 눈물이 찔끔' 쓰면서 눈을 한 번 꼬옥 감았다 떴을 것 같은 엄마를 그리며 눈 두덩이 아래에서 묵직한 부피감이 훌쩍 솟아올랐다. 애틋한 눈이 쏟아내지 못하고 매달기만 한 채 함께 올라온 벅참을 진정시키고자 했다. 정말로 잘 살아가 주셔서 감사한 마음과 다 내놓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 많이 사랑하는 마음이 뒤섞여 밀려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다양히 얽혀 나오는 눈물 속 더 이상의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감사와 사랑이 33번째 결혼기념일과 나를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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