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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큰빛 Aug 02. 2023

추격전

한밤 중 나의 단잠을 깨우는 그 소리...

이번에도 역시나 올 것이 왔구나

어떻게 한해를 조용히 넘어가지 않는 건지

그렇게 주의를 기울였건만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떠돌며 자리를 박차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딸깍" 새하얀 형광등 불빛이 내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피곤함을 등에 업고 나는 눈을 똑바로 뜨기 위해 위해 온몸에 시동을 건다.

새하얀 도배지 위에 그것이 있는지 주위를 샅샅이 뒤져본다.


그것 잠자는 나의 코털을 건든 녀석.

'윙' 소리와 함께 꼭두새벽 내 잠을 깨운 녀석 꼭 잡고 만다.

하필 내일아침 중요한 일정이 있는데 참 고마운 녀석이다.


아직 날 건들진 못했는지 굶주린 녀석은 엄청 날쌔다. 방금 눈앞을 '슝'하고 스쳐 지나갈 때 나는 세 번의 손뼉을 연달아 쳤음에도 모두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화가 나기보단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어서 자야 하는데... 얼른 이 추격전이 마무리되었음 한다. 그래서 집중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지만 녀석은 보이기 않는다. 부동자세로 침대에 걸터앉아 그 녀석이 시야에 들어오기만을 예의주시한다.


하지만 그 녀석도 눈치를 챈 건지 나타날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약이라도 잠깐 방에 뿌려놓고 거실에 있어볼까 하며 에프킬러를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잠시 휴전을 하고 나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방문을 열고 전쟁터로 들어간다. 나는 꼭 마음 편하게 자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비장하게 방안을 들어선다. 


이때였다. 올 화이트의 붙박이장과 벽지 덕분에 눈앞에 까만 형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놈이다. 그런데 날렵한 그놈도 눈치를 챘는지 바로 자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잡아야 한다. 그 와중에 벽지에 묻을 걱정을 하면서도 재빠르게 그놈을 항해 벽을 내리친다. 

이때가 아니면 다시 잠들기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


다행히 세 번의 스윙 끝에 그놈과의 추격전은 마무리되었다.

물 묻힌 티슈로 깔끔하게 벽지를 닦아내고 휴지통에 던지듯이 버린 후 얼른 다시 잠을 청한다. 벽을 너무 세게 쳤는지 손바닥이 얼얼하다. 잠시나마 온몸에 퍼졌던 흥분으로 인해 쉽사리 잠이 들지 않는다.


마침 창문 너머 맞은편 불 켜진 집이 보인다. 저기서도 나와 같은 추격전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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