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남이로소이다. - 07
"여보세요? 네. 첫째 나온 지 30분 정도 된 거죠? 그 뒤로 아직 둘째가 안 나온 거예요? 그럼 바로 오셔야 돼요."
짧은 통화를 마친 뒤 남자 수의 집사의 지시에 다른 수의 집사와 간호 집사들이 분주해졌다. 잠시 후 모카 보호자가 급하게 병원으로 뛰어들어왔다. 모카의 배는 눈에 띄게 불룩해져 있었고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런 모카를 안고 처치실로 들어간 수의 집사는 잠시 뒤 대기실로 나와 모카 보호자에게 이야기했다.
"준비 다 됐으니까 이제 수술 들어갈게요. 진료실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금방 나올게요."
"네, 선생님. 잘 부탁드려요."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집사들은 집에 갈 생각을 않고 모카를 데리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 집사 한 명이 두 손에 무언가를 조심스레 받쳐 들고 수술방을 나왔다. 무언가를 수건으로 열심히 비비며 드라이기로 말리던 그때 작지만 뚜렷한 소리가 들렸다.
"잉, 잉, 잉, 잉"
아! 모카가 임신을 했었구나! 그제야 모카의 배가 왜 그렇게 부풀었었는지 알았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다. 예전엔 종종 들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근엔 듣기 힘들었던 소리, 바로 아기 강아지 소리였다. 이윽고 간호 집사와 수의 집사들이 차례로 나왔고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작은 새끼 강아지들이 들려있었다.
"애기들 다들 숨 잘 쉬나요?"
수술방에서 남자 수의 집사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들 숨 잘 쉬어요."
간호 집사의 대답에 수의 집사는 감사하다며 아이들을 잘 말려서 진료실에서 대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 수의 집사는 잠에서 덜 깬 모카를 데리고 수술방을 나와 모카 보호자와 아기 강아지들이 기다리고 있는 진료실로 들어갔다.
간호 집사들은 어질러진 수술방과 처치실을 치우며 분주했고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을 때쯤 진료실에서 모카와 모카 아기들이 나왔다. 모카 보호자는 연신 감사하다며 병원의 집사들에게 고개를 숙인 뒤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나섰다. 그날 평소보다 많이 늦었지만 병원 집사들은 유난히 밝은 표정으로 병원을 나섰다.
소란스러웠던 그날로부터 시간이 꽤 지나 몰라보게 큰 모카의 아이들이 병원을 찾았다. 이 귀여운 녀석들은 누가 모카의 자식 아니랄까 봐 하나같이 소심한 모습을 보였다. 수의 집사의 손에 들려 처치실로 옮겨진 네 쌍둥이는 누가 들어도 주사 맞는 중임을 알 수 있게 돌아가며 비명을 질러댔다. 비명이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무렵 녀석들은 다시 모카 보호자의 품으로 돌아왔고 병원에 들어올 때보다 더욱 긴장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네 쌍둥이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럴 때마다 녀석들은 주사에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지 매번 비명을 질러댔다. 난 진짜 잘 맞는데... 별로 아프지도 않구만 뭘....
이젠 더 이상 모카의 자식들을 볼 수 없다. 원래 고양이건 강아지건 아기일 때 자주 병원을 오다 어느 순간부터는 방문이 뜸해진다. 다들 그러는 걸 보니 으레 그런 거라 생각한다. 그동안 수많은 고양이 강아지들이 커가는 것을 보아왔지만 한 번도 궁금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젠 더 이상 녀석들의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거란 직감 때문인지, 조금은 궁금증이 생긴다.
녀석들, 잘 지내냐? 아프지 말고 잘 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