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짜’들이 넘치는 세상, 그 속에서 사람들은 종종 타인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입사한 지 1년 차였을 당시, 극장 운영과 공연 제작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단지, 극장 건물 꼭대기 층에 복잡하게 얽힌 투자 회사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매우 의심스럽다는 것만 알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작품을 ‘홍보해 주는’ 명분으로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진정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임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한 사람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는, 얼핏 보기에도 우리 작품을 훔쳐먹으려는 투자자처럼 보였다. 그가 극장을 방문할 때마다, 예매 상황을 점검하며 매표소 직원들에게 거만하게 반말을 하는 모습은 내게 큰 불쾌감을 주었다. 처음엔 그저 한 번의 불쾌한 사건일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행동은 점점 더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사람을 보면 ‘어른이라면, 그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그의 무례한 태도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내게는 눈엣가시처럼 다가왔다. 때로는 그가 나에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때, 나는 그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그와의 만남은 나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의 원천이 되었고, 그를 피하려는 마음이 커져만 갔다.
어느 주말, 낮 공연이 끝난 후 나는 티켓 매니저와 함께 로비에 있었다. 그때, 문제의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났다. 예매 상황에 대해 몇 가지를 물으며, 티켓 몇 장을 더 빼달라는 요구를 했다. 티켓이야 몇 장 빼주면 그만이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하달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마치 자신이 공연팀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압적이고 거만한 태도에 나는 몹시 불쾌했고, 순순히 응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가 갑자기 내 팔을 잡아 끌어 극장 밖으로 나가려 했다. "너, 당장 나가!"라며 소리쳤다. "내가 왜?" 처음엔 좀 버텨보려고 했다. 하지만 점차 로비로 나오는 관객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그 순간, 나를 쫓아내려는 그의 목소리와 그의 손길이 더욱 거세지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혼란스러웠고, 어리둥절했지만, 그와의 충돌을 피하려는 생각에 나는 그의 말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 일이 있은 후, 그 사람은 더욱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고,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몇 분 후에는 극장 안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다.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엉켜 혼란스러워졌고, 그 순간 나는 스스로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다. 그때, 직원들 역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지만, 그들이 하나하나 지침을 나누며 신속하게 대응했다.
이 모든 상황은 마치 하나의 비극적인 드라마처럼 이어졌다. 그 사람은 결국 극장을 떠났고, 나는 내 감정이 얼마나 쉽게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 사건 이후,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사람은 문화 예술에 대한 애정이나 존경심이 전혀 없었고, 단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때 상황을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 당시 나의 행동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너무 감정적이었고, 일이 해결되는 방식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부족했다. 사업은 단순한 감정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과정이다. 나는 그때의 내 부족한 사고방식을 돌아보며, 내가 무지했던 부분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당시, 회사 대표님이 얼마나 큰 그릇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때 나를 다그치지 않고 오히려 큰 마음으로 이끌어주셨던 것에 대한 깊은 감사와 반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때의 대표님은 그 누구보다도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하려 하셨고, 나에게는 그 방법을 직접 배울 기회를 주셨다.
그때의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더 잘 대처할 수 있었을지 계속 고민하게 된다. 무엇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또한, 감정적으로 대처할 때마다 일이 커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 자체로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다. ‘감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성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가능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