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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토록 Sep 20. 2022

언니들!바로 당신 오빠 때문이거덩?

공연계 대표적인 커뮤니티가 하나 있다. 소위 연극·뮤지컬 ‘덕후’들이 모여 소통하는 곳. 그곳에서는 진행 중인 다양한 공연들에 대한 평가가 신랄하게 쏟아진다. 언론 보도가 대중에게 공연을 알리는 데 여전히 중요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공연을 즐기는 관객층이 지극히 얕은 관계로 소위 말하는 회전문(같은 공연을 여러 번 반복해 관람하는 것) 관객들의 개막 공연에 대한 후기는 중요하다. 뒤 이은 마니아층의 티켓 예매에 큰 영향을 끼친다. 어떤 프로덕션의 경우, 그들의 입맛에 맞춘 작품 라인업을 짜기도 한다. 프로모션도 그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에 가깝다.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때로 공연 마니아들 중 일부가 다소 과격한 워딩으로 작품과 배우들을 폄하하며 험한 말을 남긴다. 급기야 제작사의 기획력과 마케팅 포인트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가며 아주 가루를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 편향해 ‘다다다다’ 악평들이 쏟아진다. 어떤 공연들은 개막과 함께 작품의 운명을 예감하기도 한다.


관객 개발이 시급한 공연계에서 공연 마니아들은 ‘고마운 존재’ 임은 분명하다. 비싼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자신의 지갑을 여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같은 공연도 여러 번 보러 와주니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다. 그들의 말 한마디가 어떤 홍보 툴보다도 더 큰 힘을 가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무대 뒤편의 수많은 사정이 있다.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이 “멍청해서, 머리가 나빠서” 그네들이 말하는 “그런 수준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다. 제작진의 자질 부족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제작 상의 여러 어려움이 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필요하지만 대체해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으로 작품을 완성해 가고 있는 것이다.


마니아들의 불평불만 중 하나로 프로그램 북이나 MD 관련한 서운함을 들 수 있다. 오랜 세월 수많은 작품을 관람하며 그들 나름 생각하는, 기대하는 것들이 있을 때 조금 늦어지거나 출시가 아예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기획사 일 못한다” “기획사가 하는 일이 뭐냐” “좋은 배우들 데려다 뭐 하는 짓들이냐” “나한테 맡겼으면 얼마를 더 벌어다 줬겠다” 등의 이야기들을 쉽게 내뱉곤 한다.


그중에는 맞는 말도 있고 몰라서 하는 소리도 많다. 제작 발표회, 프레스콜에 참석하는 것도 배우가 끝까지 거부하면 무대에 세울 수 없다. 프로필 또는 콘셉트 촬영도 돈과 시간 들여 진행을 다 하고도 “저 이 사진 마음에 안 들어요!”라는 주연 배우의 말 한마디에 재촬영에 들어가기도 한다. 프로그램 북 제작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간다.


OST 음원 왜 안 내주냐고?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배우별로 스케줄을 정리해야 한다. 원 캐스트가 아닌 이상 각자 선호하는 넘버가 있을 때 그 안에서 조율도 해야 한다. OST 판매 수익금에 대한 배우 소속사의 요구 사항도 다양하다. 이도 저도 다 맞춰주려고 조절하다 “그냥 안 하고 말지!”로 결론이 나는 경우도 많다.


특히나 자신의 “오빠(배우)”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관객 동원력에서 밀리는 경우도 많다. “내 눈에는 최고로 보이는, 가장 멋진 배우”의 팬덤의 구매력이 생각보다 아주 약할 때도 많다. 하지만 내막을 모르고 제작사에 무리한 요구(때로는 그 이상의 갑질)로 프로덕션 자체를 질근질근 씹어버릴 때, 정말, 참, 너무, 섭섭하다. “당신들의 ‘궁예’를 바탕으로 한 ‘뇌피셜’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당신들이 생각했던 걸 우리도 알고 있지만, 바로 ‘당신 오빠’ 때문에 못했습니다. 못합니다. 이건 알고나 떠듭시다”


물론 혼잣말이다. 속으로만 되뇐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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