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토록 Oct 15. 2023

OOPS! 내 방귀에 내가 놀라

이날의 이야기는 사실 나만 아는 비밀이다. 그 누구에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 아니, 어쩌면 그와 나만 아는 우리 둘만의 비밀일지도.


배우들의 단합을 위해 회사가 최소한으로 경비를 지원하는 범위에서 MT를 떠났다. 먹고 마시는 것들에 대한 준비를 배우들이 알아서 했다. 나는 컴퓨터와 씨름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었기에, 노트북을 끼고 구석에서 틈틈이 일했다. 저녁 무렵 고기를 굽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배우들과 섞여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다.


워낙에 ‘끼쟁이’들이 모이다 보니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자연스레 배우들의 개인기까지 보게 되는 초절 복도의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날 잠을 충분히 못 잤던 탓에 졸음이 몰려오는 걸 막을 순 없었다. 함께 앉아 웃고 있지만 반은 정신이 나간 상태…. 잠시 긴장이 풀렸던 그때, 나도 모르게,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신체 반응이 갑자기 터지고야 말았다. 그것이 사실인지,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나에게는 천둥번개 치듯 “쿵!” 하는 굉음과 견줄 만큼 꽤나 큰 소리였다. 아주 짧고 굵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내 몸의 반등과 그 굉음이 그 어떤 소리보다 크게 들렸기 때문이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마침 그 자리의 모두가 포복절도할 만큼의 엄청난 웃긴 이야기가 있었다. 다들 웃느라 정신없어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끝내 신경 쓰이는 배우가 한 명 있었다. 내 자리 바로 옆에 앉았던 H 배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배우만은 그 우렁찬 소리를 들었을 것만 같았다. 만약 그가 소리를 들었으면 어쩌지…. 일단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자연스럽게 행동하자…. 뭔가 다르게 행동한다면 “혹시!” 했던 의구심이 “역시!”로 바뀌어 나를 쳐다볼지도 몰라….


정말 속으로 별별 생각을 다했다. 그저 그 시간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천만다행으로 우렁찬 소리에 반해 후각으로 남을 “증좌”는 전혀 없었기에 그 자리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알 수 없다. 그가 분명하게 소리를 들었음에도, 오빠의 마음으로 나를 배려하여 그냥 모르는 척했을 수도 있다. “요즘 TV에서 엄청 잘 나가시옵는 님이시여, 부디 그 시절의 기억은 깡그리 잊어주시옵소서, 나중에 라디오스타 같은 데 나가더라도 연극할 때 재밌는 ‘썰’이라며 풀지 마시고요. 아셨죠? 제발~~~”     

이전 20화 진짜 대박 날 줄 알았는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