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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토록 Oct 09. 2023

진짜 대박 날 줄 알았는데

오랜 시간 준비한 작품의 개막일. 300여 석이지만 그래도 빈자리 없이 꽉 채워 첫 공연이 무사히 올라갔다. 커튼콜과 함께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공연 첫날이라 배우들의 사기 진작과 입소문을 위해 프로모션 초대권을 좀 뿌리긴 했지만 내가 봐도 우리 작품이 너무 재밌었다. 객석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었다. 


잠자는 시간 쪼개며 개막 준비에 열을 올리던 AD와 나는 첫 공연을 무사히 마친 후, 극장 근처 펍에 가서 우리만의 작은 시파티를 했다. 그날까지 나를 옆에서 묵묵히 서포트해 주어 고마웠고, 많이 예민했을 나를 참고받아줬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차가 끊길지도 모르는 늦은 시각이었지만 우리만의 시간을 꼭 갖고 싶었다.


첫 공연의 분위기는 수개월간의 우리의 고생이 깃털같이 여겨질 만큼 가볍게 만들었다.   

  

“PD님~ 우리 이러다 대박 나는 거 아니에요????”

“아… 뭐야… 우리 이렇게까지 잘 되고 싶진 않았는데… 어. 또. 카. 지???” (까르르~)    

 

지금도 이때를 추억하며 겸연쩍게 웃곤 한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던가. 개막 초기 반응에 한껏 취해 있던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얼굴이 뜨거워진다. 약 3개월간 진행된 그 공연. 쫄딱 망했다. 이전에 힘겹게 작품을 올리던 극단 팀에게 이번에는 제대로 판을 깔아주겠노라며 세트 제작에도 꽤 공을 들이는 등 많은 면에서 투자를 했다. 하지만 소극장 공연임에도 우리는 1억 가까이의 적자를 보고 말았다.


관객들의 평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트렌디한 작품에 익숙해진 공연 마니아들로부터 올드하다는 평이 쏟아졌다. 결국 좌석은 갈수록 텅텅 비기 시작했다. 여러 프로모션을 통해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몇몇 배우들이 재능기부까지 하는 이벤트까지 개최했다. 하지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많은 애정을 쏟았기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부진한 티켓 판매율은 너무 가슴 아팠다. 분위기를 반등시킬 마땅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다 보니 늘 가시방석이었다. 작품 캐스팅이 되고 막이 내릴 때까지 함께 했던 배우들의 사이는 돈독해졌다. 반대로 회사에서 나는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실제로 몇몇 직원들은 쓸데없이 왜 이런 작품은 올려서 회사에 적자를 내느냐는 듯한 차가운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내 자격지심이려나.


모든 프로덕션이 처음 시작할 때는 희망을 갖는다. 하지만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 끝에 모두가 웃을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웃지 못할 참담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그걸 누구 하나의 탓으로 몰아가는 듯한 공기가 너무 답답했다. 


한 번의 실패가 있다고 해도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실패를 발판 삼아 다음에는 실수를 줄이고 위기 극복을 잘해나가기 위해 좀 더 준비해야 하는 것이 옳다. 이에 대해 마음을 함께 모아줄 아군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참 슬펐다. 굳이 서로의 일을 나누지 않고, 프레스 패키지를 만들기 위해 직원 모두가 야근을 하며 함께 ‘으쌰으쌰’하던 시절이 그리웠다. 적어도 그때의 동료들은 서로를, 마음을 다독여 주곤 했는데, 더 이상 그런 곳은 없었다.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외로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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