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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버섯 Jan 07. 2024

지웠다 썼다

글을 자꾸 썼다 지웠다 한다.

내 이야기를 쓰는 곳인데 내 이야기를 이렇게 두서없이 써도 되는 건가 자꾸만 망설인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맥주 한입을 먹고서야 키보드를 두드린다. 동네에 맥주가게가 있는데 사장님이 맥주 추천을 해주신다.


맥주를 꽤 먹어봤다 생각하는 나이지만, 그날의 기분이라던가, 내가 먹고 싶은 맥주의 스타일을 말씀드리면 사장님이 한 캔을 추천해 주시는 이런 스타일의 가게라니 참 마음에 든다.

그를 맥주소믈리에라 칭하고 싶다.


연말이 되며 업무의 양이 많아졌었다. 수업은 이랬다 저랬다 하며 날짜가 이틀마다 변경되었다.


변경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나도 어느 정도 계획 아래 살고 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스케줄이 갑작스레 바뀌니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갈 지경이었다. 감당이 안된다 생각하던 즈음에 어김없이 과호흡이 다시 찾아왔고 약을 조금 조정했다.


약의 탓으로 호흡은 편해졌지만 평소보다 졸린 순간이 조금 잦아졌고 집중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약을 먹지 않으면 호흡이 조금 힘들고 긴장도가 높아지며 일의 효율이 좋아진다.

미세하게 에너지를 끌어올려 섬세하게 일을 해내며 꽤 마음에 드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지쳐 뻗어버린다.


그 중간 어디쯤에서 편안히 잘 해냈으면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예전 같으면 나를 원망하고 자책했겠지만 마흔이 넘은 이제는 잘 안다

이게 바로 나임을.


그 어떤 약보다 운동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수년간의 경험으로 체득하게 되었지만

이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한다는 것은 지구를 들어 올리는 정도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커뮤니티센터에 가서 러닝머신이라도 걸어야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커뮤니티센터에서 러닝머신을 뛰는 게 부끄럽다. 중학생인가? 아무도 나를 모르는데 혼자 부끄러워하다니. 지구의 중심이 나라고 생각하는 중학생같이 주변을 의식하는 나를 보니 코웃음이 나온다.

'아줌마! 정신 차리세요.'


자, 이번 방학 때 나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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