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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 or review Jul 19. 2024

아니 그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라

2024년 7월 셋째 주

출처 : unsplash

사람은 표현하는 존재입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생각을 드러내며 살아갑니다. 좋다, 싫다, 그저 그렇다 모두 다 각자의 생각이 드러나는 표현들이죠.


그런데 이번 주는 참 많은 우리의 생각들이 하늘을 날아다녔습니다.


제가 기억나는 이번 주의 생각들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삼성전자 노조의 첫 무노동 무임금 파업



20240715 한겨레發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 망가진 게 손가락뿐일까>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에 20~40대 여성 노동자들이 파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재해’를 달고 일해온 이들은 ‘임금 인상’, ‘휴가 추가’보다 “우리를 부품 취급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삼성전자 쪽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작업환경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실적 차질은 없고, 향후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년 공식적으로 무노조 경영을 철폐한 삼성전자. 처음으로 삼성전자 노조의 무기한 총파업이 시작됐습니다. 노조 측에선 "손가락이 기형이 됐다"거나 "사람을 부품취급하지 말라" 말했고, 사측에선 "문제는 없다"고 맞불을 놓은 거죠.


이 기사의 댓글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모아봤습니다.


삼성안다녔는데 우리 어머니 아버지 손이 더 아프시고 안좋타! 다른직종들 손도 좀보자! 얼마나 좋은지.. 모든일이 하면 손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그렇단다 ㅉㅉ
삼성에서 일하면서 저정도 힘들어서 못하겠다면 다른 하청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어떻겠습니까 배부른 소리 마시고 자부심을 가지고 고맙게 생각하면서 일하시는게 좋을꺼 같습니다. 저런걸로 이슈를 만들면 기업은 해외로 나갑니다. 앞으로 살아야 할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자중 하시길
당신들 생각에 그렇게 근로조건이 열악하면 사표쓰고 더 좋은곳으로 이직하세요. 그자리 탐내는사람들 엄청많아요. 투정부리지 말고 싫으면 사표쓰고 더 좋은곳으로 제발 이직좀 해줘요. 그래야 대기자가 한명이라도 더 취업을 하지요.
힘들고 스트레스 받으면 퇴사하면 된다! 누가 붙잡았나? 왜 25년 일했나? 좋아서 한거잖아!
고졸 생산직 월급 많이 주는 이유가 몸 갈아넣음으로 인한 위험에 대한 수당이 깔려있다는걸 왜 모르지? 몸도 편하면서 그 월급 받길 원하나? 월급 대폭 깍고 사무실에서 등따땃하게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키보드 자판 두드리고 싶으면 공부해서 대졸 사무직, 알앤디 직군으로 지원하면 될 일; 아니면 킹차갓산직 가시던가; 오히려 반문하고 싶네. 4조2교대 이상의 꿀빠는 근무하는 대신 월급 반토막낸다하면 할래?? 몸으로 떼우는 직업 선택했으면 이악물고 감당해 그냥;


대체로 이런 댓글들의 논조는 이른바 '누칼협'입니다.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니가 선택한 거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와 같은 것이죠.



아니 그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라요



그런데 이런 주장은 대체로 기사 논점과는 거리가 멉니다. 예를 들어, 성경에 나오는 사례를 하나 보죠. 카인이 아벨을 죽이고 나서 신에게 말하는 '마지막 멘트'에 주목해 봅시다.


어느 날 신이 카인과 아벨에게 제물을 바치라고 했다.

아벨은 어떤 것을 바쳐야 신이 가장 기뻐할지 고심했다. 그는 소중하게 기르던 양 한 마리를 바치기로 했다. 반면에 카인은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다가 과일과 곡식을 바쳤다. 신은 아벨의 제물을 더 좋아했다.

  곧바로 카인은 동생을 시기했고 결국 동생을 살해했다.
신이 아벨을 찾으러 왔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신은 카인에게 아벨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카인은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라고 대답했다.


신의 논점은 '아벨의 위치(안위)'이고, 카인의 대답은 '나의 지위'입니다. "니 동생 어딨니?" "내가 동생만 챙기는 사람이에요?" 이 대화는 얼핏 보기엔 자연스러워도, 엄밀하게 따지면 서로 딴 소리를 하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죠. 이게 과연 진척이 가능한 대화일까요. 


마찬가지로 열악한 노동 환경과 일자리의 미스매칭 문제, 노동자의 근로 의욕 등은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이슈입니다. 뭐랄까요. '사이비(비슷하지만 아닌 것) 댓글'이죠.


여기서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저는 '댓글러가 쓴 댓글'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 또한 비난할 자격이 없으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댓글을 완전히 배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양극단으로 밀어낼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이슬아 작가(<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그것 역시 '하나의 주장이 듬뿍 묻어나는 소리'이니까요.


사람들은 동물들의 소리를 ‘운다’라고 대충 묶어 말하지만, 유심히 들어보면 절대로 우는 소리가 아니다. 그에겐 다양한 욕망이 있다. 욕망의 정서가 듬뿍 묻어나는 소리를 낸다.


대신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기 위해선 이런 논점을 이탈한 댓글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unsplash

그래서 저 스스로 먼저 말을 조심하려고 노력합니다. 기사에 댓글도 달지 않습니다(심란해하시는 기자분들이 있으면 양해해 주시길). 박준 작가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에 나온 것처럼, 여전히 마음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가는 누군가의 말들이 있으니까요.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에 꽤나 많은 말을 쌓아두고 지낸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특히 위와 같은 댓글을 볼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나 또한 그렇게 말해오지 않았나. 나의 말이 상대방의 마음에 쌓여가고 있진 않나. 


부디 서로 노여워하거나 싸우지 마시길.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대화의 장을 열어젖힐 수 있길. 앞으로, 오랫동안.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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