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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 같이 핵개인이 되어가는데 무슨 준비를 하시나요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작가

by all or review Jan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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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세상의 모든 각자가 맞이할 미래)>



송길영 마인드마이너는 명확한 단어들로 시대를 예보한다. <시대예보> 시리즈를 통해 독자에게 확신에 가까운 미래를 전한다.


그가 구사하는 확고한 언어는 데이터 때문이다. 1차 산업이 아닌, 2차 산업으로 분류되는 '광업'은 단순히 '캐는 것'에 그 목적이 있지 않다. 사람의 마음을 캐내고 활용해야 한다. 캐낸 보석을 정제해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송길영 마인드마이너의 강연은 듣는 것이 시작이다. 핵개인의 시대는 '세상의 모든 각자가 맞이할 미래'다.


과제가 산더미다. 우리는 그가 예보한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재작년부터 매년 <시대 예보>라는 책을 냈습니다. <핵개인의 시대>라는 책으로 처음 책을 냈고, 두 번째가 <호명사회>죠.     


핵 개인이라는 단어는 제가 만든 단어입니다. 이렇게 생각이 누군가에게 빠르게 전달되는 수준으로 우리는 연결돼 있습니다. 불과 1년 반 만에 새로운 단어를 들을 만큼 연결망이 커진 거죠.     


핵개인의 시대

100년만, 1000년 만이라는 이름으로 뉴스가 자주 나옵니다. 이번 LA 산불의 경우가 딱 그렇죠. 산불을 잡기 어려운 이유가 강풍 때문인데요.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건조한 날씨 때문입니다. 이렇게 건조한 날씨는 이례적입니다. 이처럼 현 인류의 공통적인 고민은 조상의 지혜를 얻기 어려운 상태라는 점입니다. 풍세, 지세 등이 지금까지 조상 지혜의 합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지금은 조상님들의 지혜가 무력해지는 거죠. 우리는 당황하는 중입니다.     


그러면 우리의 고민은 급격한 변화를 감내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특히 기술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직업을 도울만한 기술은 이미 많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림을 그릴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AI가 만든 패션쇼 장면을 볼까요. 패션쇼에 AI를 입힌 게 아니라 아예 AI 자체가 패션쇼를 만들 정도입니다. 그러면 디자이너가 느끼는 패션에 대한 자극이 더 커지는 거죠.     


그러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패션쇼를 할 필요가 없나? 패션모델은 직업을 잃나? 호텔, 물류 등 직업은 다 망하나? 두려움이죠. 일이 자동화되면 직업을 잃게 됩니다. 기술이 빨라지니까요. 미래가 생각보다 빨리 온다는 거죠. 우리는 풍요로워졌지만, 반대로 내 직업마저 위험해진 겁니다.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라는 문제가 생기죠.     


우리 사회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큰 틀에서 살펴보죠.     

 

핵개인이라는 키워드의 시작은 핵가족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초등학교 때 핵가족을 배웠을 겁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 아이들 이렇게 삼대가 같이 사는 게 전통이었는데, 1970년대 산업화 이후 분가를 해서 어머니 아버지 아이들로 이뤄진 2대 가족이 됐죠. 이걸 핵가족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제는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는 단독 가구. 심지어 그걸 넘어선 하나의 개인 완전체의 시대, 즉 핵개인의 등장이 나옵니다.  

    

여기서의 팁 하나를 드리자면, ‘사회의 변화를 발견하면 그것을 정의할 언어를 만들기 바란다’는 겁니다. 언어를 정의했으면 그걸 구글에 넣어보세요. 그런데 그 말이 나온다면 하지 마세요.     


이제는 듣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걸 해야 합니다. 과거엔 외우고 설명하는 게 훌륭한 덕목이었어요. 예를 들면 장학퀴즈 같은 것들이죠. 그때는 외우는 게 장땡이었는데, 이제는 그건 기계가 해줄 수 있죠. 이제는 없던 걸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큰 기회로 작용할 거고요. 외우지 말고 만들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건 여러분들 필드의 차이가 있어서 확답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예보 1: k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넷플릭스를 보면, 세상이 참 넓구나 싶고, 콘텐츠마다 한국이 빠지지 않으니 자부심을 가지곤 하시는데요. 이른바 K 콘텐츠를 자랑스러워하는 거죠. 그런데 도대체 K가 뭔가요.     


K는 한국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요? 자, 그럼 한국사람은 누구인가요. <H마트에서 울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미셸 자우너라는 사람의 책인데, 이 분의 국적은 미국입니다. 하지만 K죠. 미국의 한인마트에서 쓴 에세이로 유명해진 분이기 때문이에요. 그럼 저분의 국적은 뭘까요? 미국입니다.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는 미국이에요. 믹스 컬처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겁니다. 어머니의 정서가 많이 담긴 책인데요. 어렸을 때 한인마트에 갔던 추억들이 많이 적혀 있어요. 짬뽕 먹고, 김 사 오고 등등. 미국인의 경험이지만 K의 새로운 확장으로 볼 수 있다는 거죠.      


‘아 그럼 K가 넓어지고 있구나’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한국의 혈연을 가지고 있는 한국 출신이 K였는데,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문화적인 배경이 K라면 K인 거죠. 어떻게 다양한 K를 수용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흑백요리사, 넷플릭스 콘텐츠가 넓어져서 드라마 등이 상승세죠. K는 점차 넓어지지만 우리 마음속 K는 그만큼 넓은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일본 공중파 콘텐츠에 나오는 뉴진스 팜 하니 영상을 보셨나요. 이제는 그 영상을 전 세계가 봅니다. 그때가 뉴진스의 팬클럽 버니즈 캠프였는데, 멤버들이 일본 현지인들을 배려해서 일본에서 히트 친 노래를 부른 거예요. 하니 노래가 대박이 나면서 일본 뮤직쇼에 초청됩니다. 그리고 그때 불렀던 영상이 유튜브에 뿌려지죠. 복잡하죠?      


간단하게 얘기하면, 어쨌든 다른 나라의 공중파를 우리가 유튜브로 볼 정도로 연결됐다는 겁니다. 다시, 자 도대체 K가 도대체 뭔가요. 하니 씨의 국적은 호주입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베트남 출신이고요. 말은 영어, 베트남어를 할 거고, 한국에서 한국어로 트레이닝을 받고 한국어와 영어로 노래를 냈습니다. 그리고 일본 노래를 불러서 빵 떴죠. 혈연, 지역적 한계 등을 넘어선 것들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K에 대한 생각도 너르고 훨씬 접근성을 높여야 합니다. 풍요로워지고 여유로워져야 합니다.      


K는 made by korean이어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K가 한국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점은 ‘우리가 만든 것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이고, 반대로 나쁜 점은 ‘한국인이 배제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새롭게 K를 정의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J도 물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쇼군이라는 드라마인데요. 이게 미국 에미상 18개 부문에서 수상했는데요. 상 받은 사람들이 거의 다 일본 배우입니다. 대사가 전부 일본어였어요.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인데도 일본어인 겁니다. OTT를 보면서 미국 사람들이 현지 언어에 익숙해진 거죠. ‘일본 역사물이구나 당연히 일본어를 써야지’라고 한 거고, 상을 받은 사람들도 일본 배우예요. 언어의 한계가 무너지기 때문에 한국어를 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기를 정말 잘해야 하겠죠. 연기를 정말 잘하면 한국어로 해도 가능해졌다는 겁니다. 언어의 장벽이 무너진 겁니다.      


자, 드래곤볼 45권을 다 보신 분? 이 분들은 나이가 많은 분입니다(웃음). 흥미로운 건 드래곤볼을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이 쓰셨는데, 불행히도 작년 초에 돌아가셨어요. 그때 중국 정부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굳이 중국 정부가?’ 싶었는데요. 중국과 일본의 역사적 과거가 있으니까 서로 우호적이지 않을 텐데 말이죠. 알고 보니 그 이유는 드래곤볼이 손오공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중국이 우리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죠. 서유기니까요. 우리를 도와줬다는 뜻이었죠.      


여기까지는 해프닝이었는데요. 작년에 중국에서 우공이라는 게임이 나왔습니다. 대하소설을 각색한 영화 같은 게임이에요. 지금까지 중국이 영화, 게임은 안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검열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봤어요. 하지만 이번에 보기 좋게 빗나갔죠. 엄청난 콘텐츠가 등장했고, 1달 만에 2천만 장이 팔렸습니다. ‘이제 중국이 게임도 만들어?’의 시대가 된 거죠. 그러면 이건 C가 되는 겁니다. 쇼군은 J이고요.     

 

즉,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이라는 훌륭한 모태가 있으나 거기에 한정하지 말고,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펼칠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제 국경을 넘어서 각자의 자아가 만들어진 만큼 연결성이 커진 사람이 된 거니까요.     


예보 2: 오리너구리가 됩시다

혹시 한국이 받았던 K 교육을 기억하시나요. 우리는 상당한 단일성 교육을 강박적으로 받았어요. ‘단일 민족’ 같은 말이죠. 이게 자칫 잘못하면 순혈주의로 빠질 수 있습니다. 우리를 강화하면 타인을 너그럽게 보지 않고, 차갑게 대할 수 있으니까요. 대신 그만큼 섬세해진 사회로 갈 때, 서로 배타적인 냉대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과잠인데요. EBS 다큐에서 ‘유명 대학 과잠을 입고 다니는 건 단순한 결속감을 넘어서 자랑하는 게 아닐까’ 의문을 가지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어요. 과잠에 대학 이름과 함께 고등학교 이름이 쓰여 있는 경우도 있죠. ‘나는 말이야 고등학교도 잘 나왔어.’라는 거죠. 유명 대학 이름, 고등학교 이름, 거기에 의대다? 그러면 3관왕이죠(웃음). 만우절에 고등학교 교복 입고 오는 행사가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교복에 출신 고교가 보인다는 거예요. 거기서 제일 선망받는 사람들이 ‘도포 입고 오는 경우’라고 합니다. 이걸 이해하신 분이 계시다면 아마 학부모 이실 겁니다(웃음).      


이건 자부심을 넘어서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건 아닐까요. 서열과 차별로 구조화된 우리 사회를 그들이 반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거죠. 이렇게 단일성을 강조하면 차별에 대한 감정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그게 옳은가 고민이 필요하고요.     


그래서 섬세한 언어습관이 중요해졌습니다. 불편한 표현 몇 개(벙어리장갑, 결정 장애, 반팔티)를 보죠. 이걸 반소매, 손 모아 장갑, 우유부단하다 등으로 부른다는 겁니다. 장애가 있는 분에 대한 배려의 차원이기도 하고요. 이 얘기를 드리면 시니어분들은 조용해집니다.      


관용적 표현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면 재고해 봐야 합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습관으로 사회가 바뀌고 있는 걸 표현하는 거니까요. 사려 깊은 태도가 중요해졌습니다. <언어의 줄다리기>라는 책을 읽어보면 그런 사회가 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고요.     


더 나아가서, 구별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걸까요? 생물학에는 분류체계가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서 젖을 먹이는 생물을 포유류라고 합니다. 이걸 처음으로 분류해 놓은 사람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 이걸 통해서 전부 다 분류할 수 있어. 머리 아픈 고민은 끝났어.’      


그런데 지금 반례가 나오고 있어요. 오리너구리는 알을 낳는데 젖을 먹입니다. 물에서 부리를 가지고 헤엄을 칩니다. 꼬리를 가지고, 가시가 있습니다. 분류가 안 됩니다. 처음에 남반구에서 발견됐을 때 유럽에서 안 믿었다고 해요. 살아있는 걸 가지고 갔더니 그제야 믿었다고 합니다. 기존의 분류체계에 매칭이 안 되면 아예 거부하기 시작한 겁니다. 일종의 편견 같은 건데요. ‘여기 신기한 애가 있어~’ 그게 아니고요. 얘는 그냥 얩니다.  


분류를 하지 말고 각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게 좋다는 겁니다. 그렇게 분류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한가요. 여러분도 오리너구리가 되어야 합니다.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이죠. 여러분이 분류되는 순간, 그 안에서 경쟁이 시작도비니다. 내신 1,2,3등급 인사고과 A, B, C 직급 1부터 5까지. 그 순간부터 휘둘립니다. 끝도 없이 무리하게 되죠. 비교당하지 않고 스스로 가려면 남들과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분류당하지 않는 게 유리합니다.      


여러분, 오리너구리가 되세요. 여러분은 소중하니까요. 나는 나예요. 나 스스로 나의 취향을 펼치는 순간, 비교당하지 않기 때문에 나를 지킬 수 있어요. Be My Self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분들이 핵개인입니다.      


예보 3 : 조직보다 개인

2016년도에 키오스크를 쓰는 장면입니다. 햄버거 주문 방식이 2~3년 만에 바뀌었습니다. 사실 터치스크린과 키오스크는 나온 지 20년 된 기술입니다. 그동안 있었는데 안 썼죠. 왜 지금에서야 썼냐면, 시간당 임금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이때가 정확하게 시간당 1만 원으로 출발할 때였습니다.    

 

비싸? 그러면 자동화시켜. 그래서 빠르게 자동화로 바뀌었습니다. 슬프게도 소득의 분배를 강화시키면, 고용의 총량이 줄어듭니다. 그리곤 나중엔 아예 안 뽑게 되죠. 그때부터 열심히 키오스크로 간 겁니다. 익숙한 형태의 방식이 되면서 우리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잘 쓰게 된 겁니다. 물론 팬데믹 때 이 강도가 가장 강해졌죠. 팬데믹 때부터 거의 모든 분야가 키오스크로 바뀌었습니다. 키오스크 연습 앱도 나왔습니다. 여러분, 우리나라 무서운 나랍니다(웃음). 한국은 ‘네가 배워야지!’ 하죠. 그래서 사방이 키오스크화 됐습니다.   

   

이제는 그만큼 새로운 적응에 수혜를 받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한국이 아니라 해외에서 오신 분들이 잘 씁니다. 최근에 베트남 쌀국숫집이 번성했죠. 왜냐면 여러분이 베트남과 수교한 경험이 늘어났기 때문이에요. 이것도 다 순서가 있어요.      


1990년대 후반에 중국이 개방이 됩니다, 소비와 노동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노동이 열려서 한국의 공장이 중국으로 갑니다. 직항도 열리고 중국에 가서 일도 합니다. 중국의 인건비가 올랐어요. 350불 정도가 되면 한국의 공장이 이전합니다. 이때 몇 가지를 따지는데요. 인구가 많나, 교육열이 높은가, 인구가 젊은가, 사회적 인프라가 있나, 체제가 안정돼 있나 등을 따지죠. 이 조건이 맞는 게 베트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엔 직항이 열립니다. 물류가 이동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한국인은 특이할 정도로 직항이 있어야 놀러 갑니다.   

   

우리가 베트남 가서 쌀국수를 먹어보면서 생각하는 거죠. 그전까지 먹던 쌀국수는 맛이 없었구나! 하노이, 다낭 가서 쌀국수를 먹은 뒤로 ‘맛있네~’하니까 베트남인들이 한국에 아예 매장을 차리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소통 문제 때문에 가게를 열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테이블 키오스크로 바뀝니다. 손님은 한국어로 주문하고, 주인은 베트남/영어로 된 주문서를 받아봅니다. 이제 한국인이 차린 쌀국수는 어려워지겠죠. 왜냐면 이제 진짜가 왔으니까요.     


이제 동네 상권도 글로벌이 도비니다. 옛날엔 로컬은 로컬, 글로벌은 글로벌이었죠. 쌀국수는 베트남 사람, 마사지는 타이 사람으로 바뀌는 겁니다. 경쟁상대는 이제 전 지구인입니다. 전 지구적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지금 하시는 일이 전 지구적으로 경쟁력이 있나요? 전 지구에 없는 일을 하는 게 해결책입니다. 유일하기 때문에 경쟁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일을 고민해 봐야 할 때입니다.      


심지어는 이제 무인으로 연결됩니다. 세계과자 전문점, 아이스크림 할인점, 인생 네 컷 등등을 보시죠. 동네 상권이 버틸 수 없습니다. 인건비는 사치죠. 새로운 상권이 들어서는 겁니다.     


드디어 사용자가 확장되기 시작합니다. 사용자가 더 이상 인류가 아니라 강아지/고양이 것도 팔기 시작합니다. 우리 식구 중에선 인류가 아닌 친구들이 늘기 시작합니다. 강아지? 우리 집 막내는 거의 다 개일 정도로 많습니다. 2024년은 한국에서 개모차가 유모차보다 더 많이 팔린 첫 번째 해입니다. 강아지 사료 매출이 유아용 분유매출을 초과했습니다. 반려동물은 이제 완전히 우리 식구가 된 겁니다. 인류애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게 확장되면 강아지 고양이가 알아서 들어가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반려동물의 코 문양이 서로 다르거든요. 지문처럼 강아지 고양이가 코를 스캔한 다음에 들어가고, 먹고 나오면 RFID로 비용이 청구되는 것. 그걸 꿈꾸고 있죠.     


이른바 개와 고양이의 시대도 머지않았다면, 제발 뭐라도 좀 하셔야 합니다. 학교 나오고 취직하고 회사 다니면 돼? 아니요. 그 직업 자체가 사라지고 있어요. 그러니 이제 제일 중요한 토픽은 평생교육이에요. 옛날엔 대학, 취업하면 끝났네 했죠. 지금은 또 배워야지의 시대입니다. 즉, 업데이트 주기가 빨라지고 있어요. 모든 생명체가 적응의 노력을 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 적응해야 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죠.      


이제는 일을 우리가 안 할 것 같아요. 이미 많은 부분에서 사람이 청소를 하지 않아요. 경비원 숫자가 매년 줄고 있어요. 인력에 대한 수요를 자동화시키면서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일이 줄어요. 이 분들은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바뀌는 건 한국이 전 세계에서 제일 빨라요. 로봇 밀도가 최고입니다. 우리는 자동화의 수혜를 많이 받은 나라예요. 인류의 제일 앞에서 적응의 세찬 비바람을 맞고 있죠. 글을 쓰고 짓고 통역하는 것도 전부 다 AI가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강연에 갔는데, 제가 무슨 얘기를 하면, 오른쪽 스크린에 자막으로 제가 한 말이 떠요. 수고스러움을 도와주던 영역이 잠식당하고 있어요. 통역사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20분마다 돌아가면서 일해야 합니다. 정말 통역사 분들이 사라졌어요. 실제로 그 이후에 통번역 대학 강연을 간 적이 있어요. 그분이 이걸 관둬야 하냐고 여쭤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단순 통번역은 그만두길 권한다고요. 경쟁이 심해지면 단가가 하락하니까요. 어쩔 수 없어요.     


확실한 건, 관리직은 사라집니다. 관리는 AI가 할 겁니다. 이제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남는데, 그 일을 독려하는 사람은 사라집니다.


그 대신 손에서 일을 놓으면 안 돼요. 앞으로 어려운 직업을 정리해 놓은 자료예요. 벌써 2년 전 통계이긴 한데요. 1번 사무직, 2번 법률가, 3번 건축가 엔지니어링이죠. 화이트 컬러에 정조준된 통계예요. 과거엔 주로 물리적인 일을 자동화시키는 쪽이었는데, 지금은 정확히 화이트 컬러를 정조준했습니다.


AI 발전속도가 빠른 것도 있는데, 이 사람들의 공통점이 다 고소득이라는 점이에요. ROI가 나오는 거죠. 수익 대비 남는 걸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득이 높으면 투자 대비 효과가 높기 때문에 혁신이 들어가서 자동화가 이뤄지는 겁니다. 확장시키면 이런 말이 됩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돈을 잘 벌면 자동화가 됩니다. 그러니 남는 건 근근이 먹고사는 겁니다. 근근이 먹고사는 게 앞으로 뜹니다.     


이게 나쁜 건 아니에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그 일을 싫어하면 지옥이에요. 이 결론의 끝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충분히 의미를 갖죠. 생계도 꾸릴 수 있으니까요.     


조금 더 가볼까요. 누구나 초고화질 콘텐츠를 손바닥에서 만들 수 있죠. 즉, 노동이 끝나가고 있죠. 이제 영상 편집까지 손 안에서 쉽게 할 수 있죠. 어려운 일이 점점 쉬워지고 있어요. 우리는 더 풍요로워진 삶을 살게 될 겁니다.     


너른 기회를 고민해 보셔야 해요. 한국은 지금까지 근면성이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었어요. 일찍 오고 늦게 가. 쉬지 마. 월화수목금금금이야. 이제는 그게 아니라 깊게 고민해야 합니다. 일하지 말고 슬기롭게 고민해야 합니다. 이제는 새로운 걸 고민하셔야 해요.     


옛날엔 재주가 있는 사람은 연습생으로 기획사에서 부릅니다. 연습 기간? 그건 몰라. 그리고 성공하면 중간에 커미션을 떼오죠. 하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촬영도 핸드폰, 편집도 핸드폰, 올리는 건 유튜브. 이제는 큰 조직의 거대한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은 거예요. 과거엔 거대 설비 같은 모든 시스템이 조직에 있었어요. 이제는 나 혼자 했는데? 가 가능해진 거죠. 자유로워졌어요. 각자의 기회를 마음껏 펼칠 수 있으면 돼요. 그냥 혼자 가는 거예요.     


예보 4: 어떻게 본인의 뜻을 혼자 펼칠 것인가.

이제는 채용이 아니라 영입으로 갑니다. 영입이 채용을 넘어섰어요. 학사 이상 아무나 가 채용이고, 영입은 경력직 입사죠. ‘들어온 다음에 우리가 가르쳐 줄게. 시키는 일을 해.’ 이게 채용이에요. 반면에 ‘어려운 일이 있는데 이거 해보신 분?’ 이게 영입입니다. 채용에서 영입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어요. 가르칠 수 있는 일은 자동화시키기 때문이에요. 이건 소프트웨어로 가! 자동화할 수 없는 걸 사람에게 부탁해요. 경험 있고 현명한 사람들이 뜨는 거죠. 그만큼 새로운 기회가 많다는 거예요. 어려운 점은 신입사원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죠. 경험이 없으면 조직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새로운 키워드가 ‘경력 같은 신입’이잖아요.     


이제 경력이 없으면 이동할 수가 없어요. 경력을 만들어주는 교육기관의 도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학력에 대한 기대나 존중이 옛날 같지 않아요. 지금은 ‘학위가 뭐가 중요해. 할 줄 아네. 그러면 당신 모셔올게요.’가 되는 거죠. 특별한 사람만 모셔 오는 것으로 바뀌고 있어요. 학력에 대한 기대나 무게가 옅어지고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어요. 각자에게 역량을 요구하는 사회로 가고 있어요.    

 

린지 스콧이라는 모델이 있어요. 캘빈클라인 등 활동 영역이 넓은 사람이에요. 어느 날 ‘나는 모델인데,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해!’라고 밝혔어요. 댓글이 안 좋았죠. 그러자 본인의 깃허브 스코어를 깠어요. 전 세계 상위 1%였어요. 그동안은 ‘난 이 학교 나왔어. 어쩌라고!’였는데, 지금은 나의 전 세계 순위가 나와요. 깃허브 스코어가 좋은 사람은 학력이 없어도 취직이 가능합니다. 전 세계에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스코어가 나오죠. 깃허브 스코어를 가지면 학력과 무관하게 갈 수 있어요. 지역이 깨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일상 정보가 쌓일 때, 그걸 어떻게 적응하고 수용할 것인지가 중요해졌습니다. 지금은 다 보이는 시대입니다. 일명 ‘투명 사회’라 할 수 있죠. 경기도 판교 회사들의 선물 리스트를 알 수 있을 정도예요. 이제는 숨길 수가 없어요. 나만의 경쟁력, 내 능력, 내 역량을 보여줄 수 있으면 그만큼 회사에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즉, 조직보다 개인의 힘이 세지고 있는 뜻입니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 중 하나가 연공서열이에요. 5 직급 1호봉부터 20호봉까지. 지금은 그게 비례하지 않는데?라는 반문이 나오죠. ‘당신이 가진 역량대로 주겠습니다’라고 하죠.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가 중요하지 않아요. 누적된 경험의 절대치가 기간으로 산정되어서 보상받는 체계였는데요. 지금은 각자의 기여가 새롭게 정립되는 체계입니다. 기존의 관행을 깨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이제는 길어진 생애에서 본인의 여정을 각자 설계하고 올곧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조직보다 개인이 커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생애는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회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예보 5: 효도의 종말, 나이듦의 미래 

효도는 아름다운 문화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효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어요. 노인이 장수하며 늘었고, 젊은이가 급감하고 있죠. 그런 이유로 여기서 얻어지는 혜택이 크고, 각자가 감내해야 할 짐의 크기가 커진 겁니다. 64/63년생은 환갑을 갓 지났어요. 그땐 1년에 100만 명씩 출산했죠. 지금은 30만이 채 안 됩니다. 인구가 1/3로 줄었습니다. 그러면 부양 세대는 더 이상 1:1이 아니라 3배가 된 겁니다. 효도에 대한 생각이 재정의되는 중이죠.     


옛날 환갑 사진을 보면, 환갑이신 분들은 나이가 굉장히 많이 들어 보이죠. 지금은 보건, 의료, 환경이 좋아지면서 건강해졌습니다. 직계 가족의 수가 급격히 줄기도 했고요. 1960년 출산율은 6.0이었습니다. 60년생에게 형제자매가 6명이지? 하면 거의 딱 맞습니다. 1970년엔 이게 4.5로 떨어져요. 그러니까 70년대에도 환갑잔치를 집에서 하면 대규모였죠. 환갑? 모이는 식구 수십 명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환갑은 반 정도 온 겁니다. 이제는 환갑잔치도 하지 않아요. 이게 불과 10년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환갑은 이제 벗어놓으셔도 됩니다. 지금 환갑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 자손들에게 지워진 짐도 줄여줘야 하기 때문이죠. 옛날에는 참 힘들었죠. 환갑이셔도 건강하시기 때문에 효도를 바라기 어려워졌어요. 아이들이 1명이라서 부모님을 모실 기간과 의무가 너무 과중해졌어요. 과거엔 부모님 모시는 게 쉬웠죠. 6남매니까 일주일에 하루씩 보면 도비니다. 지금은 이게 과도하게 늘어났고요.      


이렇게 버스 안내 해주시는 분들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분들은 산업화의 그늘에 있었어요. 10대가 버스에서 14시간씩 6일 동안 일했습니다. 그때 번 돈을 집에 부쳤음. 학비로 쓰거나 생활비로 썼죠. 그게 다 ‘딸들의 희생’이었어요. 지금 싱가포르의 필리핀 입주 도우미 분들이 이와 비슷합니다. 전부 다 한국의 슬픈 서사가 지금 필리핀에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연구를 하면서 ‘아 딸들의 희생이 엄청 컸구나. 그리고 지금도 그 희생이 유지되고 있구나’ 싶었어요. 이게 되게 슬픈 건데요. K딸의 콤플렉스가 있다는 거예요. 맛있는 걸 먹거나 좋은 곳에 가면 죄책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왜냐면 엄마한테 미안해서요. 엄마의 희생 때문에 내가 잘 사는 데, 이런 호사가 내 스스로의 힘일까 죄스럽다는 거죠. 이게 대물림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이걸 떨쳐 내셔야 합니다. 이제는 사회의 안전망이 두터워져서 개인의 죄책감에 묻힐 필요가 없습니다. 상호 부조가 공적인 형태의 지원으로 갈 수 있을 만큼 사회가 각성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가모장에서 가녀장의 시대로 왔다는 말입니다. 한 방송에서 김숙 씨가 ‘내가 와이프지만, 가부장이 필요한가? 당신은 조신하게 살림해!’라고 한 게 화제가 됐어요. 그렇게 가녀장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본인의 삶을 투영한 건데요. 이슬아 작가가 책을 만들고 출판사를 차린 사례를 설명드릴게요. 어느날 이슬아 작가가 집안을 봤는데, 부모님이 모두 실직 상태이셔서 각자의 역할을 쥐어줬다고 합니다. 엄마는 경리와 살림을 도맡아 하니까 정직원. 아빠는 운전과 청소를 하니까, 비정규직. 가장 볕 잘 드는 쪽은 대표인 본인 방을 쓰고, 엄마 아빠는 볕이 안 드는 1층 방을 썼대요. 낮에 일할 땐 대표님이라고 부른다고합니다. 서로에게 주어진 책무를 이행하되, 규칙을 정한 거죠. 세상에 댓가 없는 건 없다는 마인드였죠. 그러면 슬기롭고 평안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줬습니다.     


영웅시대도 빠질 수 없죠. 임영웅은 일종의 신드롬입니다. 임영웅 씨는 지금 시니어에게 각광받는 중이죠. 임영웅은 엄청난 팬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콘서트에 한번 가려면 거의 수강신청처럼 광클해야 합니다. 그래서 딸이나 손녀가 돕는 경우가 많죠. 놀라운 건 부모님이 콘서트에 다녀온 이후, 본인의 관습을 바꾼다는 증언들이에요. 그래서 임영웅을 ‘어르신 리모컨’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이들을 사회화 시켜준 거죠. 팬덤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행동을 하게됩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사회 규칙에 적응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그만큼 새로운 사회에 적응과 사람들과의 교류가 강해지죠.     

 

보통 낯선 건 잘 안 해봅니다. 나이가 들수록 두려움은 더 커지기 마련이고, 머뭇거리느라 새로운 걸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아하는 걸 기반으로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것들을 해보길 바랍니다. 뇌과학 논문을 보면, 사람은 31세 이후에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고 합니다.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나이가 드러납니다. 아직도 GOD를 듣는다? 40대 후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틀즈다? 60대이실 겁니다(웃음). 새로운 것에 열려 있는 건 감수성이 열려 있을 때에요. 그 때 막 열심히 듣다가 옛날 것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웅시대는 나이는 70대지만 30세 이전으로 돌아간 거죠. 본인의 플레이리스트를 갱신하시기 바랍니다.     


단순히 새로운 음악이 아니라 내가 젊어지게 되는 거니까요. ‘재밌네. 해볼까?’ 그러면 젊어지는 겁니다. 새로운 것들을 열어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늙지 않고 살 수 있어요. 플레이리스트가 뭔지 모르시면.. 그러면.. 강연이 어려워요(웃음). 그게 뭐든 어쨌든 다 해보세요. 별 거 아니에요(웃음).      


재밌는 건, 60세부터 삶의 효능감이 높아진다는 거에요.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줄어들기 때문인데요. 그러면 60세부터는 그 안정감과 새로운 행복에 대한 감각을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많이 걷고, 교류하고, 새로운 걸 접하시길 바랍니다. 나의 노년기가 황혼이 아니라 추수기를 넘어, 축제의 장이 되도록 고민해보세요.      


예보5 : 핵개인의 출연

버락 오바마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약력을 보면 엄청나죠. 이렇게 까진 아니어도 우리는 이력서 수준으로 줄어들죠. 2000년대 입사지원서는 자택/전세/월세란이 있었어요. 신장, 체중, 시력, 혈액형도 있어요. 이건 왜 물어보는 건지(웃음). 이건 이런 태도죠. ‘뽑아달라고? 그럼 다 줘. 뭐든지.’ 이건 되게 오만한 태도죠. 요즘은 말도 안 되는 겁니다. 저렇게 고압적이고 폭력적이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었어요. 그 시대를 지난 분들은 자존을 지키기 어렵죠. 조직은 큰데 난 작으니까. 시키는대로 하는 거죠. ‘싫어? 어쩔 건데. 부당해도 다 줘야지.’이런 마인드요. 가족의 학력을 쓰는 란도 있었어요. 집안의 경제상황도 학교에서 조사했죠. 집안에 피아노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종의 연좌제죠. ‘당신 집안이 훌륭해? 부유해?’ 이걸 요구할만큼 거친 세상이었어요.     


최근 지원서는 이걸 못 씁니다. 어디는 학력도 못 쓰게 해놨어요. 전공과 경력만 써요. 드디어 능력과 역량을 보는 겁니다. 조직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개인을 찍어누르는 시대가 끝난 거에요. 최근에는 더 나가서 이력서 자체를 동영상으로 만들어보라고도 합니다.      


더 나가보면, 최근 기록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는 거에요. 인스타에 ‘기록스타그램’을 보면 쭉 올라오는 것들이에요. 다이어트, 미라클 모닝, 러닝 등등이죠.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건데요. 자기소개서에 성실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까요? 나이키런 3년 뛴 걸 들고 오면 성실하다고 믿지 않겠나요?(웃음) 내 기록이 전부 남을 만큼 내 역사를 보여줄 기록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책보는 것도 많이 남기시죠. 매일 같이 해 온 기록이 있기 때문에 이걸 찍기만 하면 되는 거에요. 왜 찍냐고요? 난 소중하니까요(웃음). 내가 그걸 올리지 않으면 나의 팔로워 23명이 실망할 것 같으니까요(웃음).     


본인의 능력과 역량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기 때문에 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거에요. 과거에 왕과 신하들이 실록을 남겼다면 지금은 각자의 기록을 가진 사람이 그만큼의 어드밴테이지가 주어지는 것이죠. 각자의 기록을 남기시기 바랍니다. 단 남기기 전에 흑역사가 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잘못된 형태의 패닉을 남기거나, 협소한 생각으로 공평 타당한 인류애에 반한 경우 족쇄가 됩니다. 어쨌든 각자의 기록이 남을 수 있는 사회로 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카이브가 된다는 것은 ‘각자의 기록의 총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하루종일 남기는 사진과 글이 본인의 기록이기 때문에 각자의 성장 결과가 이력서를 대신하기 시작해요. 내  일상의 경험을 어떻게 쌓고 정교하게 남길지 생각해보세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방향을 결정해야 합니다. 오히려 저 아카이브가 방황의 기록으로 끝날 수 있어요. 생각 없음의 증표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나아갈 방향에 따라 정렬시키고 꿈으로 가는 여정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남겨야 하죠.     


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2012년부터 책을 써와서 성장의 기록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겁니다. 많은 분들이 본인 스스로 ‘대하소설 10권짜리 인생;이라고 말씀하세요. 그럼 제발 쓰세요. 기록하는 순간 전부 다 내가 압니다. 근거가 남고 증거가 되기 때문에 누군가가 거기에 클레임할 수 있잖아요. ’그거 아닌데요?‘ 한다고요. 그러니 기록하는 순간부터 내 삶의 주인공은 나입니다. 그리고 그걸 기록하시기 바랍니다.     


이게 끝나고 나면 독자의 아카이브가 돼요. 독자의 피드백이 생기고 문명의 일부로 바뀝니다. AI는 우리가 남긴 문명의 기록으로 발전했어요. WWW가 나온게 1993년이에요. 그 이후로 2006년 모바일폰이 나와서 사진이 마구 남기 시작했죠. 우리의 모든 흔적과 생각이 지금 인공지능의 원료가 됐습니다. 이건 우연이자 필연입니다. 각자의 기록을 어떻게 만들 건가요.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은 ’서사‘입니다. 성장과 좌절이 진실하게 누적된 나의 기록은 유일무이한 나만의 서사입니다. 꿰뚫는 나만의 서사가 필요합니다. ‘너 평생 어떻게 살았어? 나태했네? 일탈해서 지리멸렬해졌네?’ 혹은 반대로, 시작은 미약했지만 성장의 과정이 꾸준했기 때문에 전체 인생에 대한 총합이 커질 수 있도록 나의 길을 어떻게 갈지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한국에 있는 많은 분들이 굉장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시험 몇 번에 좌절하는 건데요. 심지어 환갑 된 분들도 수능이나 학력고사 꿈을 꾼다고 합니다. 그 하루 내 컨디션 때문에 인생이 갈린다는 중압감과 열패감을 가지고 있어요.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는 1번이 아니에요. 100년 간의 레이스에서 다시 일어나 걸어가면 그 진정성을 알아본 많은 분들이 박수를 보냅니다. 기회가 또다시 찾아올 겁니다. 절대 늦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100살일지라도 가능합니다. 패자부활전을 넘어선 나의 리스타트가 가능한 세월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너그러움을 타인이 아니라 본인에게도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배웠습니다. 이건 축복이자 압력이었어요. ‘새벽종이 울렸네~’ 같은 것들이요. 그만큼의 풍요로움과 강박을 동시에 얻었죠. 항상 더 열심히 하려고 하죠. 목적지가 같으니까요. 누군가를 계속 누르는 형태가 아닌 각자의 방향으로 꿈을 이루는 사회로 가면, 강박은 조금씩 이완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안정된 사회로 가는 만큼 경쟁의 추이도 투자 대비 효율이 잘 안 나오는 구조가 됐어요. 저성장은 10년전부터 시작된 담론이기도 했고요.     


각자의 꿈이 다르다면 그 꿈을 응원해주면 되는 겁니다. 순서를 정하고 경쟁에 몰아넣는 것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가 뭔지’ 유재석이 물었는데 유퀴즈에서 한 초등학생이 “조언은 기분 나쁜데, 잔소리는 더 기분 나쁘다”고 했어요. 이건 그야말로 각자의 시대를 나타내는 말이죠.   

  

속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회는 다르게 주어지죠. 각자의 기회가 각자의 속도로 주어집니다. 행복의 기준이 자신에게 있다면 뛰기 전에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당신은 훌륭해지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부양을 위한 도구로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자립의 끝은 내가 나의 삶을 잘 사는 겁니다. 각자 잘사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사회 안전망이 작았기 때문인데요. 이미 GDP 3만불 후반을 찍는 나라에서는 이제 그런 과거로 돌아갈 순 없습니다.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오셨지만, 대물림은 끊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핵개인이므로, 우리 모두 다 같이 핵개인이 되어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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