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첫째 아이가 포켓몬*터를 알게 되었다. 유치원의 친구들 중 한 명이 얘기를 해주었다는데 금세 빠져들어 길거리에서 포*몬 인형들이 보일 때마다 이름을 물어보고 외우기 바빴다.
"저건 이상*씨고, 그리고 저건 파*리야. 근데 아빠 저건 뭐야?"
"아 저건 잠만*야."
"그럼 저건 뭐야?"
"저건 피*츄야."
그 뒤 유치원에서 친구들하고 또 자세히 얘기를 하고 왔는지 나한테 피*츄에 대해 말해주었다.
"아빠, 피*츄는 전기를 내뿜는대! 꼬리에서 막 전기가 나온대!"
원래라면 그러냐면서 넘어갔을 텐데 이때만큼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한때 공중파 방영을 챙겨보고, 띠부띠*씰을 모아봤던 탓인지 잘못된 정보는 바로잡아줘야겠다는 사명감이 속 안에서 갑자기 솟구쳐 올라왔다.
"전기가 꼬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볼에 빨간 점이 있지? 거기서 나오는 거야."
"아니야! 꼬리에서 나오는 거랬어!"
"그럴 리가 없어! 볼에서 나오는 게 확실해!" (못났다 못났어. 그걸 애를 이겨먹겠다고 참.)
"꼬리에서 나오는 거라고 했단 말이야."
"그러면 아빠가 한 번 보여줄게. 기다려봐"
그냥 한번 져주면 될 걸 어쩌다 보니 만화를 보여주게 되는 상황까지 되었다. 그 옛날 방영되었던 1기 1화를 어찌어찌 찾아서 보여주는데 피*츄가 다치는 장면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푹 빠진 상태로 이런 장면이 있었나 옛 기억을 되짚고 있다 보니 아이가 나에게 물어봤다.
"아빠! 피*츄가 왜 제일 안 세? 제일 멋진데."
"아 그건 말이지, 저 친구도 세지만 다른 친구들도 다 서로 다른 부분에 센 부분이 있는 거야. 피*츄는 못 날지? 근데 저 새 같은 친구들이 날아다니면서 공격하니까 다칠 수밖에 없었던 거지. 첫째 너는 퍼즐 같은걸 다른 친구들보다 더 잘하잖아. 하지만 다른 친구들도 너보다 더 잘하는 게 있지? 뭐든지 한 가지씩은 뛰어난 부분이 있어."
갑자기 길어진 설명을 다 듣고 끄덕끄덕 고갯짓은 하는데 잘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 저마다 특징이 있고, 잘하는 영역이 있다는 얘기를 잘 기억해 줬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나도 남들보다 뛰어난 게 있기는 했을까 의심은 되지만 그래도 중간 이상되는 능력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지금은 세월이 지나면서 남들 하는 만큼만 평범하게 하기를 바라는 변해버린 내 모습에 그게 뭔지도 알 길은 없지만 말이다.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우리 아이만큼은 뛰어난 영역을 잘 간직하고 계발해 나가길 바란다.
오늘도 아이 덕분에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진: Unsplash의Pawel Czerwins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