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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웨Manwe Feb 15. 2024

다른 사람의 삶

기왕이면

따뜻한 주말 오후

두 아들들이 블록을 붙잡고 집중해 준 덕분에 나에게 자유시간이 생겼다.


기회가 왔을 때 얼른 쉬어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거실 바닥에 깔려있는 폴더매트에 쓰러지듯 누워 양손으로 더듬더듬 리모컨을 움켜쥐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들에게 만화를 보여주려고만 TV를 켰고, 내가 뭘 보기 위해서는 거의 켜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내가 뭘 봐야 할지, 그리고 어떤 프로그램이 재미가 있는지 몰라 멍하니 한참을 돌리는데 영화 채널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끝까지 보지는 못하겠지만 영화나 오래간만에 한 번 봐야겠다.'




영화는 타인과 몸이 바뀌는 내용이었다.

우스꽝스러운 내용을 보다 이내 머릿속에서 '나도 자려고 누워서 상상해 봤던 내용인데.' 하는 생각이 떠오르며 TV속이 아닌 상상 속으로 다시 빠져들어갔다.


비싼 슈트를 입고 미국의 뉴욕이나, 서울 여의도 같은 복잡한 도심의 마천루를 지나다니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는 역동적인 삶(a.k.a. 돈 많은 증권맨)

아니면 한적한 시외지역에서 햇볕이 드는 곳에 놓여있는 나무 의자에 앉아 따뜻한 차를 들이켜며 싱그러운 나무들을 바라보는 마치 잔잔한 호수같이 삶을 천천히 보내는 모습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최근에 읽은 책의 숲 속 승려 모습도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이내 난 세속적인 것에 욕심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머릿속에서 얼른 털어내기도 했다.(돈 많은 증권맨에서 티가 다 났을 것이다.)


난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어떤 삶이 가장 이상적인 것일까. 고민은 열심히 해보았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다만 우선 지금의 삶과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은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어느 책에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최종 목표와 함께 하찮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사람은 손에 닿지 않는 목표엔 합리화하며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종목표만 정하면 안 된다. 


마치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다람쥐 몇 마리를 사냥해 오라는 둥의 작은 퀘스트부터 시작해 차근히 단계를 밟아나가게 만들어 놓은 것 마냥 우리도 최종목표에 도달하기까지 하찮은 목표를 세운 후 달성해 나간다면 성취감에 따른 도파민과 자신감이 최종목표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그러니 나도 마치 돌다리처럼 하찮은 목표들을 세워 달성해 나간다면 언젠간 이상적인 삶에 비슷하게나마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유창한 영어회화가 최종 목표라면 영어책 하루에 한쪽 읽기라든지, 규칙적인 운동이란 최종목표엔 하루에 팔 굽혀 펴기 1개로 시작해 매일 1개씩 늘려나가기 같은 작은 목표들 말이다.




나는 사람은 남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 생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안 그러려 생각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남과 나를 많이 비교를 한다. 근데 이제는 적어도 비교만 하고 끝내는 무의미한 행동을 하지 말고,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한 조그마한 발버둥이라도 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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