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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그램 Aug 02. 2022

#3 주인을 찾아떠난 강아지

난 성격 특성상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몸을 먼저 내던지는 경우가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이러하였던 성격이 살아오며 그리 좋지 못한 결말을 가져온 경우가 더러 있었다.

무엇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오히려 나를 의심하거나, 주변사람들에게 굳이 왜 귀찮은 일을 하느냐는 핀잔을 들을 때면 힘이 때론 빠지고는 하였다.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나는 스스로 이 성격을 교정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였다. 사실 경찰이 되면서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나대지말자"이다. 누군가를 돕는 이런 성격에 경찰이 잘 어울릴 거라 생각을 하였지만 막상 경찰 또한 공무원이라 "책임"과 "권한" 그 사이에서 저울질할 수 밖에 없는 힘없는 순경일 뿐이다.


하루는 내가 근무하는 지구대에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다. "길 잃은 강아지의 집을 찾아주세요."라는 신고 내용이었다. 


  "김순경, 개 좋아해?"

  "어떤것 때문에 그러십니까?"


'개'라는 단어에서 나는 본능적으로 함부로 좋다 말다 말하지 않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럴 것이 "반려견"이란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요즘에 갑작스레 나에게 툭 찌르듯이 여쭈는 느낌이 목구멍에서 나오는 "네 아주요!"라는 소리와 미소를 가로 막았다. 나는 마스크를 코 위까지 푹 다시 한번 올려쓰며 내 표정을 가렸다. 


  "다름이 아니라 이 개를 구청쪽으로 보내야 하거든"

  "유기견인가 ? 누가 개 좀 잡아서 넣어라"


나는 4살 때부터 나는 반려견과 함께 생활해왔었다. 

비록 지금 내 동생들은 이미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직 그 근처에서 나와 함께 건너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믿고 있지만. 


달려가서 강아지의 상태를 확인해 봤다. 귀 안쪽과 발톱, 그리고 그 사이사이 털이 모두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깨끗한 눈. 누가봐도 당장 오늘 아침에 손질한 것이었다. 이름표 없던 강아지는 겁에 잔득 질려있었다. 마치 자신의 집을 알고 있기라도 한듯, 우리의 지구대에 체포라도 당해온 듯 온몸으로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내게 말하고 있었다. 난 한시라도 빨리 저 "개"를 지구대에서 없애기 위해 암묵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들께 용기내어 말했다.


  "이 반려견은 유기견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주인따라 잠시 문열린 틈을 이용에 집근처 나온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발자국 뒤에 있던 내 성격을 잘 아시는 선배님께서 한사레 손을 휘져으신다. 

  '아차! 나 지금 나대고 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청에서 주인에게 "신속히" 인계되지 못한 반려동물들의 결말이 어딘지 알기에 나는 조금이나마 골든타임을 벌고 싶었다.


  "혹시나 제가 가서 인식칩이라도 확인해보고 와도 괜찮겠습니까?"

  "에이 뭐하려고 굳이 그래, 그냥 구청에 보내면 알아서 다 처리해"


아직 경찰의 마인드를 갖추지 못한 부족함 많은 신임 순경이라, 나는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왜냐면 반려동물은 누군가에게 자식 그 이상이고 나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동생을 잃은 경험이 있기때문이라.


나는 지역SNS에 반려견 사진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혹시나 인식칩이 없다면 구청에서는 무슨 수로 "개" 한마리 집에 보내기 위해 CCTV와 모든 것을 샅샅이 뒤지겠는가? 만에 하나라는 심정으로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계속 올렸다. 물론 나와 조직의 신분에 관련된 모든 내용은 담지 않았다. 내게는 이 강이지는 집이 근방이고, 결코 유기견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다.


  "야 개 실어"

  "네!"


그러나 나의 힘없는 조용한 노력은 너무도 쉽게 꺼져버리는 촛불마냥 한줌의 연기로 변해버렸다. 나는 개를 싣는 분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리잔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꺼져버린 촛불의 연기를 반려견의 주인이 알아보길 원했다.


  "부르르릉"

엔진이 실리고 불안에 떨던 강아지는 꼬리를 내린 채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때였다, 휴대폰의 진동이 내 손을 타고 머리를 때렸다.


"지금 어디세요?"

다짜고짜 나에게 위치를 묻는 누군가에게 나는 이 반려견의 주인이 맞는지부터 정확히 확인을 해야했다. 

잠시간의 대화 끝에 반려견의 주인이 맞음을, 정확한 위치와 주소, 강아지의 모든 특징을 이야기하는 그는 애가 타는 심정으로 본인의 아들을 찾고있음을 내게 알렸다.


난 내 신분을 숨겼다.

  "△△-△△△-△△△△에 전화하시고 빨리 X구청 XXX과로 가세요."

갑작스레 누군가 지구대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혹시 이 강아지 본적있으세요??"

문을 막차고 들어온 낯선 그의 휴대폰에는 내가 찍었던 강아지의 사진과 나와의 대화기록이 나와 있었다.

일제히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았다.

특히나 팀장님의 차가운 눈빛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렇다 강아지의 주인이 구청에 인계되는 과정을 추측하여 집 바로 앞에 있는 지구대로 박차고 들어온 것이다. 


사실 지금도 이 순간의 일을 기억하면 웃음밖에 나오지를 않는 것 같다.


결말은 어찌되었든 잘 풀렸고 내가 퇴근한 이후에 반려견주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끝까지 내가 당신곁에 서있던 그 푸른셔츠의 젊은 경찰관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찾았으면 된 것이었다. 

당신의 아들을.


그날 퇴근 전 나는 조그만 주의를 받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그분들께는 "개"였고 나에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반려견주에게 그 동물은 "아들"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이곳에 적는 것은 힘들지만 강아지는 진짜 잠시 문이 열린 사이 주인을 쫒아가고픈 마음에 행복한 걸음으로 문을 나섰던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주인이 구청으로 가지 않았다면 결코 강아지를 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나의 잃어버린 동생을.


비록 나는 주의를 받았지만,

누군가에게 나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았음을 확인한 연락을 받고 

마스크 없이 웃고 있는 나를 칭찬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퇴근 후 편히 잠에 들수 있었다.


나는 지금도 "나대지말자"라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후회되지 않는 선택을 하시라고

역시나 독자없는 이 글에 홀로 힘없는 무언의 응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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