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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Jul 25. 2023

개 같이 살자!!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 배운 것

  

  ‘개같이 살자’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일반적으로 엉망진창으로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져 자는 부랑자 같은 삶을 생각할 것이다. 나는 오늘 좀 다른 측면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살기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동물이 개라는 것을 아는가? 닭은 알을 낳아야 하고, 젖소는 우유를 짜야하고, 카나리아는 노래를 불러야 하지만 개는 인간에게 사랑만 주고도 먹고산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라는 책에 나온 문구이다.




  살다 보면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나 생각을 한 번쯤 해본다. 고급스러운 유모차에 타고, 안 아파 보이는 예쁜 목줄을 차고, 사람 밥보다 비싼 개 먹이를 먹는 것을 보면 ‘네가 나보다 낫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내 주변에서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얼마나 사는 게 팍팍하고 힘들면 이런 생각이 들까? 종일 빈둥거리다가 오후에 주인이 돌아오면 꼬리 흔들면서 마중 나가서 반갑게 맞아주고, 그 대가로 먹을 것 주면 좋아하면서 받아먹는 삶. 이게 천국처럼 느껴진다.




  카네기가 인간관계론에서 개에 대해 언급했던 것은 나 같은 비관적인 시각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관심받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고, 오로지 ‘나’에게만 관심이 있으니까 ‘나’의 존재감을 살려주고 인정해 주는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 주고 반응을 해주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보고 ‘개 팔자 상팔자’라는 말이 떠오르다니.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 사람에 대해 공부한 것을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에서 사람이 일을 하는 이유는 ‘인정’ 받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렇지만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요즘에는 일을 하면서도 인정받기가 힘들어지는 세상이라고 했다. 카네기의 책에서도 인간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이 상대방에게 진정한 관심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개처럼.




  개는 살기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예쁘고 귀엽게 있으면서 주인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주인의 몸짓, 말투, 기분에 맞춰 반응해 주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귀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럼 나도 주인에게 관심 가져주고, 주인에게 반응해 주면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진짜 개가 될 수도 없고, 아무 생각 없이 일하고 나면 소마(생활 마약) 한 알씩을 주는 멋진 신세계는 아직은 아니다. 이런 서비스를 내가 찾아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 같은 일을 알아보던 중 발견한 사례이다.


  둘째 아이가 생일이라 동네에 있는 실내 낚시터에 갔다. 나는 특유의 꿉꿉한 느낌과 어두침침한 분위기 때문에 실내 낚시터보다는 야외가 더 좋다. 또, 낚시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아이가 물고기 잡기를 해보고 싶어 해서 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실내 낚시터를 가면 반응을 끝내주게 잘해주는 아르바이트생이 한 명 있다. 그이가 마음에 들어서 가는 것이다.


  아이가 물고기를 잘 못 잡으니까 실내 불을 켜서 쉬운 낚시 법도 특별히 허용해 주고, 그래도 못 잡고 있으면 와서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잡을 수 있게 해 준다. 물고기를 한 마리라도 낚으면 ‘나이스’를 연발하며 같이 기뻐해 준다. 아이가 잡은 물고기의 무게를 재러 나가면 이벤트도 있지만, 일부러 한마디라도 더 붙여서 뿌듯함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그러니 그곳을 갈 수밖에 없다. 여건이 좀 불편해도 나와 아이에게 관심 가져 주는 사람이 있는 곳이 좋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르바이트생에게 미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그 아르바이트생이 나에게는 애완견 같은 역할을 해준 것이다. 할머니 댁에 가면 반갑게 맞아주는 강아지가 있어서 불편한 시골집이라도 재밌게 놀고 올 수 있다. 낚시터는 오래 살 집이 아니고 잠깐 즐기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이 불편해도 나를 위해 꼬리 흔들어주는 개(그 아르바이트생)가 있는 곳이 좋다. 그 덕분에 3시간이나 놀다 왔다. 낚시가 아니라 즐거운 시간을 산 것이다.




  스타벅스도 처음에는 커피를 팔았는데, 이제는 문화를 판다고 하더라. 사람들이 독서모임에 나가는 것도 책을 읽고 토론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똑똑해지고 성장하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게 내가 하려고 하면 쉽지는 않다. 카페까지는 생각을 하는데 공간, 문화를 판다는 것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좀처럼 감이 안 온다. 인정받고 존재감을 느끼기 힘든 이 시대에 그 느낌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보고 싶다. 뭐가 있을까......




  개같이 살고 싶은데, 개같이 사는 게 어렵다. 존경스러운 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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