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아직 쓸모 있는데
“이력서를 제출하셨다고요? 나이가… 좀 있으시네요.”
면접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나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몸은 멀쩡합니다. 사무직 경험도 있고, 손도 빠른 편이에요.”
면접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눈빛에서 답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젊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뿐히 일어나지는 못해도 하루를 살아갈 체력은 있었다.
책도 읽고, 뉴스도 보고,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세상은 나를 '노인', '어르신'이라는 단어로 부르기 시작했다.
퇴직 전에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았다. 한때는 직원들을 이끌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며 바쁘게 살았다.
하지만 퇴직 후, 모든 것이 변했다.
처음에는 금방 다시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가진 경험과 경력을 살려, 조금만 찾아보면 적당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이력서를 넣어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운 좋게 면접을 보러 가도, “나이가 많으셔서…”라는 말을 들으며 정중하게 거절당했다. 어떤 곳에서는 나보다 한참 어린 면접관이 “아버님, 그냥 편하게 지내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아프게 들렸을까.
나는 아직 젊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친구가 조언했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봐. 요즘은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해."
나도 알아봤다. 요즘은 단순히 경험만으로는 일하기 힘든 시대였다. 컴퓨터도 다뤄야 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도 배워야 하고, 3D 기술도 익혀야 한단다. 젊은 직원들은 키보드 위를 바쁘게 두드리며 모든 일을 척척 해낸다. 나는 따라가려고 애썼다. 하지만 배우는 속도가 예전 같지 않았다. 강의를 들으며 노트에 적어도,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면 머리가 하얘졌다. 한숨이 나왔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야?"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배우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걸. 새로운 것을 익히지 않으면, 세상은 나를 더 빠르게 밀어낼 거라는 걸.
나에게도 선택지가 없지는 않았다. 지인은 청소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단순 노동이지만, 자리가 많고 나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려니 겁이 났다. 젊었을 때라면 상관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허리도 예전 같지 않고, 오래 서 있으면 무릎도 쑤셨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사무직이나 판매직을 하고 싶었지만, 나이도 문제였고, 경력도 문제였다. 결국, 지인을 통해 잠깐잠깐 들어오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기분이다. 내가 원한 삶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었다.
세상은 나를 늙었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늙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를 살아갈 힘이 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아직 일하고 싶다. 그리고 일해야만 한다.
내가 더 늙어버리기 전에, 내 손이 아직 쓸모 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내 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