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위대하다 하지만 잔인하다.1(2)

1. 핼리 할로의 <사랑의 발견>(2)

과학은 위대하다 하지만 잔인하다.

1. 핼리 할로의 <사랑의 발견>(2)


(3) 계속된 원숭이 실험

조금 냉정하기는 했지만 핼리 할로가 진행했던 사랑에 관한 실험은 기존의 엄하기만 한 부모의 모델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밝혀 냈다. 이 실험을 통해 사랑과 애착의 관계 맺기는 단순한 보상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란 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게 되었으니 무척 의미 있는 실험으로 볼 수도 있다.


"사랑은 물질적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닌, 신체 접촉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다."

"따듯한 애정과 신체적 접촉이야말로 아이들을 건강하게 길러낼 수 있는 필수조건이다"

"유아기의 따듯한 신체 접촉은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해리 할로


여기서 끝났으면 참으로 좋았을 그의 실험은 그러나 끝나지 않았다.

할로는 새끼 원숭이들이 헝겊 엄마 모형을 얼마나 강렬하게 원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처음부터 헝겊 모형에 얼굴을 없앤 상태로 갓태어난 새끼와 함께 우리에 집어 넣었다. 새끼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여전히 헝겊 인형을 자신의 어미로 받아들였다. 그러다 헝겊 모형에 원숭이 얼굴의 가면을 씌우자 새끼 원숭이는 놀라며 울부짖었다. 자기 어미가 이상하게 변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참 울부짖다가 다가가서 가면을 벗겨낸 새끼 원숭이는 그제야 편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 뒤로도 계속 가면을 씌우자 나중에는 헝겊 모형에 달린 머리를 통채로 떼어내는 방법을 터득하여 머리를 제거해고, 거기서 안정을 되찾았다. 왜냐하면 그 새끼 원숭이에게 처음 각인 된 이미지가 얼굴이 없는 헝겊 모형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장 처음 본 사람의 얼굴을 아름답다 여기고 가장 가깝고 자주 접촉한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해리 할로


그러자 할로는 새로운 실험을 준비한다.


(4) '선'을 넘어선 핼리 할로

할로는 끊임없이 새끼 원숭이들로 실험을 이어갔는데, 다음은 이 가짜 헝겊 엄마가 주는 안정감에 대한 것이었다.

북치는 곰인형을 케이지에 넣었을 때, 철사 모형과 살게한 원숭이와 헝겊 모형과 살게 한 원숭이 사이에서 커다란 심리적 안정의 차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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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번에는 방안에 낯선 물건(천 기저귀)를 던져 놓고 어미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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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가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만져 보면서 호기심을 보였지만, 어미가 없자 구석에 웅크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애착에 대한 할로의 실험은 극에 달한다.

바로 여러 종류의 잔인한 어미 모형을 준비한 것이다. 날카로운 바늘을 꽂아 놓아 새끼 원숭이에게 상처를 주는 어미 모형, 차가운 물을 내뿜어 놀라게 만드는 어미 모형, 세찬 바람을 뿜어 새끼 원숭이를 떨어뜨리는 어미 모형, 몸을 흔들어 떨어뜨리는 어미 모형 등이 그것이었다. 이 실험에서 새끼 원숭이들은 날카로운 바늘에 찔리면서도, 차가운 물벼락을 맞으면서도, 바람에 날려 떨어지고, 몸이 흔들려 떨어지면서도 다시 어미 모형에게 다가와 안겼다.

이런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할로는 마침내 미국 심리학회의 회장이 되고, 결혼을 하고, 연구 결과를 책으로 써내며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그 동안 이 새끼 원숭이들도 자라났다.

헝겊 엄마를 선택한 원숭이들이 자라면서 문제가 있다는게 뒤늦게 발견된다. 자해를 하거나 다른 원숭이를 공격하는가 하면 하루종일 벽을 보고 앉아 있고, 소리를 지르는 법도 몰랐다. 한 마디로 미쳐 버린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 이렇게 자란 새끼 원숭이들은 커서도 짝짓기를 하지 못했다. 그러자 할로는 이른바 강간 침대를 만들어 사지를 묶어 놓고 강제로 짝짓기를 시켰다. 하지만 이 행동은 또다른 끔직한 결과를 가져왔다. 임신한 원숭이들은 대부분 새끼를 유산하거나 사산하였고, 간혹 새끼를 낳아도 바로 죽여버렸다.

할로는 이 상황에서도 멈출줄 몰랐다.

그는 이른바 '절망의 우물'을 만들었다. 두번째 아내가 죽고 첫번째 아내였던 클라라와 재결합한 그는 이미 정상이 아닌 상태로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먼저 원숭이들이 우울증을 걸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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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격리된 작은 케이지를 만들었는데 모두 검은색으로 칠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에 한 뒤 최대 2년까지 원숭이들을 거꾸로 매달아 놓았다. 오직 하루 2차례 자동으로 음식을 주는 장치만이 되어 있었다.

결국 할로는 자신의 의도했던대로 이 상자에 들어간 원숭이들을 모두 미치게하는 데에 성공했다. 장치에서 풀려난 뒤에도 원숭이들은 모두 정신 착란 및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으며, 어떤 방법으로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스스로도 우울증에 걸려 죽을 때까지 시달렸고, 마침내 파킨슨 병으로 죽음을 맞이 한 핼리 할로.

자신의 불행함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원숭이들을 잔인하게 실험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까지도 그의 전반부 실험만을 떼어내어 그를 위대한 심리학자로 칭송하는 사람도 있고, 후반부 실험까지 합하여 잔인한 미치광이 과학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그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